"우리편만 보세요" 언론 타락이 낳은 정치 유튜브

이원광 , 유효송 기자 입력 2020. 4. 5. 05:31 수정 2020. 4. 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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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6회- 下] 정치 유튜브와 타락한 진영의식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유튜브로고, 유튜브앱 / 사진제공=유튜브

신문·방송 꼴보기 싫다고…괴물? '유튜브 정치'의 탄생
정치권의 주무기는 ‘유튜브’다. 종이신문·지상파 방송·인터넷 언론·종합편성 채널·팟캐스트 등을 이어 이젠 유튜브 정치 시대다.

보수와 진보 등 갈라진 진영 속에서 진영 논리와 진영 궤변을 요리한다.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는 골동품으로 치부된다. 국민들은 입맛에 맞는 유튜브 세상에서 산다. ‘우리끼리’ ‘자기끼리’ 보고, 소통한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성장은 기성 언론의 신뢰 추락과 무관치 않다. 뉴미디어가 ‘타락한 진영의식’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기성 언론의 타락이 낳은 괴물'(언낳괴)이기도 하다.

◇열성 지지층 몰리는 유튜버 ‘상위권’ 차지

서울 여의도 국회는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 유튜버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국회 기자회견장 등에선 어렵지 않게 유튜버를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이동 가능한 소규모 촬영 장비를 들고 국회 곳곳을 누비며 콘텐츠 생산을 위한 취재 활동을 한다.

정치 분야에선 대체로 보수 유튜버들이 주목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수 성향의 기성 언론들이 적극 보도한 후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급성장했다는 분석이다.

구독자 및 조회수 규모 등을 게재한 ‘유튜브 랭킹’(4월1일 기준)에 따르면 뉴스·정치·사회 분야 구독자 기준 7위 신의한수(122만명), 13위 진성호방송(89만명), 24위 펜앤드마이크TV(67만명), 28위 가로세로연구소(56만명), 29위 고성국TV(54만명) 등 보수 유튜버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진보 유튜브 채널 중에는 9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113만명), 21위 딴지방송국(75만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핵심 주제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논리를 구축하는 과정 등에서 질적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사실’을 알리기보다 ‘포장’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정보가 아닌 가짜 뉴스도 쉽게 생산되고 공유된다.

열성 지지자들은 해당 콘텐츠를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 옮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유통 및 확대 재생산에도 앞장선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소비자이자 생산자다. 자발적·적극적 정치 행위 측면도 없지 않지만 ‘타락한 진영 의식’도 함께 유통된다.


◇언론의 영역에 들어온 유튜브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은 듣고 싶고 보고싶은 ‘팩트’를 유튜브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꺼리던 고령층을 움직인 것도 유튜브다. ‘정치 유튜브’의 흥행 공식이다.

유튜브가 정보를 제공하고 때때로 의제를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언론의 영역에 들어왔지만, 반쪽짜리 언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튜브의 본질은 동영상 콘텐츠다. 콘텐츠가 좋아야 사람들이 몰린다. 그러나 ‘정치 유튜브’ 시장은 다르다. 흥행에 성공한 콘텐츠 대부분이 자기 진영의 맹목적 지지나 상대 진영 비난 등에 매몰된다. 대결 구도(프레임)를 강하게 세운 뒤 풀어간다. 창의적이고 색다른 콘텐츠가 통한다는 믿음은 ‘정치 유튜브’ 시장에선 몽상에 불과하다.

AI(인공지능) 기반 자동 추천 시스템은 이같은 부작용을 키운다. 사용자 선호를 분석해 영상을 추천하는 방식인데, 결과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진영의 채널만 보게 한다. 정보 검색에 취약한 중·장년을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틀어만 두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는 TV를 넘어선다.

◇확증 편향, 공론장 기능 마비…“사회 갈등, 증폭”

유튜브의 성장은 제 역할을 못하는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믿었던 언론이 허위보도 혹은 과장보도를 일삼는 현실을 떠나 유튜브 등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10여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보도 형태가 대표적이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 등을 헬기까지 동원해 생중계했고 ‘논두렁 시계’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여과 없이 보도했다.

문제는 확증 편향이다. 유튜브의 성장은 뉴스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타락한 진영의식’을 강화시킨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 주목하고 그 외는 무시하는 방식의 사고를 의미한다. 유튜브가 구독자 각자의 성향을 더욱 강화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든다.

진영의 선수들, 정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미래통합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는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가 끝나면 오랫동안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 어느 교도소든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되니 괜찮다”는 내용을 내보내 논란이 일었다.

언론의 공론장 기능도 마비된다. 실제 지난 1월 ‘신의 한수’에 게재된 ‘윤석열, 문재인 비리 찾았다’ 편에는 현재까지 1000여개 댓글이 달렸는데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보수 야당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있었다.

진보 유튜브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달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올라온 ‘판사가 된 이유 그리고 사법농단’ 편에는 윤 총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탄희 전 판사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글이 지배적이었다.


"구독수·시청률 편승한 양극화 멈춰야"
옥스퍼드 대학교 로이터 저널리즘이 지난해 주요 3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 신뢰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언론이 ‘진영 논리’에 매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언론이 나뉘니 독자도 분열된다. 봐야하는 뉴스 대신 ‘믿고 싶은 신문만 본다’가 자리 잡았다.

◇양극단에 기댄 언론

전문가들은 언론의 ‘양극화 편승’이 진영 갈등의 시작이라고 진단한다. 시민사회 세력이 약해지고 언론이 본분을 망각하고 편으로 갈려 양극화가 촉발됐다는 얘기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 빠져있을 때 여론을 절충시킬 수 있는 게 시민사회 세력인데 그들이 정치권으로 포섭돼 버렸다”며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를 벗어나려고 하는 세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구독 수나 시청률에 집중하느라 문제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지 않았다”며 “뉴미디어의 선정성 경쟁에 내몰려 본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어떤 것이 사실인지에 관심이 없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이 과격화되니 정치인들이 타협하고 싶어도 극단 세력의 포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건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국민은 그 과정에서 정당의 관심 사안에서 밀려난다”고 덧붙였다.

신문·방송에서 인터넷 등 뉴미디어로 언론 플랫폼이 변화된 것도 진영의식을 타락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이 교수는 “과거 주류 전통 미디어도 보수와 진보가 있었지만 중도층의 구독자를 의식했었다”며 “인터넷 기반 미디어들이 선정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펴 정치의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언론의 기본은 '정의'

언론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념이 없는 인간은 없다”며 해결책을 ‘진영 논리 타파’에서 찾지 않는다. 대신 정의로움이 언론 보도의 척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제일 큰 문제가 불공정성”이라며 “우리 편만 옳고 남이 잘못하면 물어뜯는 불비례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문제는 진영 논리 자체가 아니라 균형이 없는
경향성(tendency)”이라며 “조국 사태와 같이 (진영 갈등에 매몰된 이슈) 하나만 터지면 그 외 모든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소한 균형’을 제안했다. “언론이 무리하지 않고 과도하지 않게 비례의 원칙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만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언론이 프레임을 만들거나 어느 진영의 대변인이 되는 걸 의식적으로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학과 교수는 “언론이 틀 짓기와 프레임을 지어야 한다는 착각과 사명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어느 한 진영을 대표한다고 해서 ‘자기 편’에게 인정받는다는 경직된 사고가 문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언론 혼자만의 힘 보다는 사회 구조와 정치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정치 편승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정책 베이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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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 유효송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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