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상춘객들..한강공원 돗자리엔 10여명 다닥다닥
"답답하고 지루해서…"
포근한 날씨를 보인 지난 3, 4일 서울 여의도의 윤중로 벚꽃길.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벚꽃 축제도 취소되고 경찰이 출입을 통제했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배우자와 함께 4일 이곳을 찾은 김모씨(62)는 "벚꽃길 폐쇄한 건 알고 있었지만 올해 꽃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도 할 겸 찾았다"면서 "거리두기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데 답답하고 지루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아쉬운 마음에 바리케이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여의도 한강공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시민들이 지쳤다. 특히 나들이하기 좋은 봄이 찾아오자 시민들이 거리로 다시 나오면서 사회적 거리가 현격히 좁혀지고 있다.
직장인 최모씨(31)는 "집에만 있기 갑갑한데 정부가 실외에서는 감염 가능성이 적다고 하지 않았나"면서 "실내도 아니고 사람들 2m 내로 접촉하지 않고 마스크 쓰면 괜찮다고 본다"고 밝혔다.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돗자리 사이 거리는 '코로나19 안전거리' 2m(미터)가 훌쩍 넘었다. 그러나 한 돗자리에 많게는 10명 이상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한강 둔치와 주변 계단에도 방문객들이 두 세명씩 짝지어 앉아 있었다. 마스크 쓴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들도 보였다.
다른 꽃나들이 장소인 성동구 서울숲 공원 벚꽃길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마스크를 벗는 이들도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2m 이상 거리를 벌려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좁은 길에서 2m 거리두기를 지키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온 30대 남성은 "짧게 다녀가니 괜찮다는 생각에 방문했다"고 밝혔다.
감염 우려가 더 큰 실내에서도 사람들이 몰렸다. 서울의 한 실내 놀이공원 입구에는 개장 전부터 시민들이 미리 줄을 섰다. 대기 줄은 50m 넘게 쭉 뻗어있었다.
은평구에서 왔다는 B양(17)은 "우연히 공짜 표가 생겨서 마스크 쓰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며 "마스크 안 쓰는 사람들을 보면 걱정이 되지만 오랜만에 놀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술집 앞에서 줄이 이어졌다. 같은날 저녁 강남역 번화가의 한 헌팅포차 앞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몰렸다. 다른 인근 유명 술집은 물론, 고깃집 등 식당가에도 2~3주 전과 달리 사람들로 넘쳐났다.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한 술집도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이 술집을 찾은 정모씨(27)는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시간 맞추기 어려워 친구 두 명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속도로 통행량도 봄나들이 차량 등으로 늘고 있다. 3월 첫째주 372만2000대까지 줄었던 고속도로 하루 평균 통행량은 3월 마지막주 405만4000대로 8.9% 늘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4일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19일 종료)을 결정하고 외출 자제 및 접촉 최소화를 요구했지만 외출하는 이들은 이미 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상황이 개선됐다는 조건을 확인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신체적 거리를 유지하고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덕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마스크 착용 등 위생 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필수인 때"라며 "실내 모임이나 마주볼 상황을 피해야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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