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도 못하고.. 꽃게도 못잡고.. 올해 농사·조업 망칠 판 [코로나19 경제 비상]
농번기 접어든 농촌 인력난 심각
어촌도 선원 부족으로 출항 못해
"평소 일자리를 찾기 위해 2000명 넘게 모이는데 요즘은 500명도 안 될걸요."(서울 남구로역 인력사무소 B팀장)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컸던 관련산업의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농가는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막히면서 당장 인력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계절근로자란 농·어번기 일손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취업비자(C-4)로 최장 90일 동안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작도 못한 농사 접어야 하나
5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48개 시·군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총 4797명이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5년 19명에 비하면 5년 만에 253배로 늘어났다. 이 중 강원 2173명(45.3%), 충북 1004명(20.9%), 경북 765명(16%)으로 이들 3개 지역이 전체의 82%를 차지한다. 비중이 가장 큰 강원도는 올 상반기 11개 시·군 농가에 1404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할 예정이었다. 지역별로는 △홍천 367명 △양구 283명 △철원 217명 △춘천 126명 등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필리핀,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등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4월에서 5~6월로 잠정 연기됐다.
파프리카 농사를 하는 A씨도 5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신청했지만 아직 1명도 입국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이런 일이 생길 줄 모르고 지난해보다 더 많은 모종을 비닐하우스에 준비했다"며 "밭에 옮겨 심을 인력도 없고, 웃돈을 얹어줘도 내국인은 구하기가 힘들다. 올해는 농사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접어야 하나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예년 같았으면 대학생 농촌봉사활동 등 자원봉사로 급한 일손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꿈같은 얘기가 됐다. 기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본국으로 빠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게 농가 분위기다.
통계청 및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협미래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국내 농촌인구는 지난 20년간 52% 감소했다. 농가 경영주의 평균연령은 약 70세에 달한다. 기술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농촌에서는 노동력이 절실하다.
농번기 인력수요는 평소보다 최소 10배 이상 뛴다. 지난해 1월 4555명이던 농촌 인력수요는 4월 5만3546명이었고, 6월엔 13만7842명까지 뛰었다. 농가는 매년 이런 노동력수요를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의지해왔다.
■인력시장도 ' 75%'가 안 보인다
봄철 꽃게잡이 시즌(4~6월)이 시작된 서해 어부들도 외국인 선원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탄다.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40여척은 선원이 없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중국 어선들이 선단을 구성해 불법조업으로 꽃게를 쓸어가고 있다. 노동청은 다음달까지도 외국인 근로자 배정이 힘들 것으로 보고 다른 업종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물색 중이다.
임준택 수협중앙회 회장은 최근 정부에 건의문을 내고 "외국인력 부족으로 어촌경제가 고사 직전"이라며 연관산업 전반의 실질적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건설업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눈에 띄게 인력이 줄고 있다. B팀장은 "건설 일용직의 경우 재중동포 공급인력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인력시장에서 대기인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볼 때 사태가 장기화되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현장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2018년 기준 22만6000여명으로 전체의 19.5%다. 그는 "중국 인력은 일당이 5만원 정도 저렴해서 건설사들도 선호해왔다"면서 "이들 인력 공급이 줄면 이들의 일당도 늘어 건설사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일부 건설사는 코로나19 감염 최소화를 위해 재중동포와 중국인을 가려 뽑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점점 이런 선택지도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국내 체류 중인 방문동거(F-1 비자) 외국인과 고용허가제(E-9 비자) 근로자 중 사업변경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계절근로를 허용키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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