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누구도 미워하지 않아"..'미워' 논쟁 이어가

[경향신문]

4·15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왼쪽)가 5일 오후 종로구 무악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종로구 평창동에서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5일 “저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일 벌어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간의 ‘미워한다’ 논쟁을 이틀째 이어간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통합당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제를 지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는 그동안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 무능의 현장에서 못살겠다고 울부짖는 국민의 실상 속에 있었다”며 “저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중한 대한민국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만들어놓은 이 정권에 국민과 함께 분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위원장이 지난 4일 “황 대표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미워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면서 언쟁이 붙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서울 명륜동 유세에서 “황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황 대표 지지자들도) 저 이낙연을 미워하지 말아달라”며 “우리는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권력에 눈 먼 자들이 제구실을 못해 우리가 지금 험한 꼴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들을 미워한다.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냐. 내 아버지 내 어머니의 자부심마저 망하게 하지 않았냐”고 썼다가 삭제했다.

페이스북 글을 삭제하고 나서 황 대표는 이날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며 다시 ‘미워’ 논쟁을 꺼낸 것이다. 황 대표가 말하는 ‘미워하는 대상’은 이낙연 위원장 개인이 아닌 문재인 정부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위원장도 이날 서울 종로 무악동 차량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를 미워하지 않겠다는) 제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말했다.

통합당은 이낙연 위원장의 ‘미워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감성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정원석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낙연이라는 존재는 여권의 총선전략에 있어 통합당 대표주자인 ‘황교안 죽이기’를 위해 임시로 활용되는 것뿐”이라며 “이런 현실도 파악하지 못한 채 이 후보가 황교안 운운하면서 감성 마케팅을 펼치는 행위는 그만큼 본인의 실제 입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 착각과 오만”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