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칼럼] 4·15총선은 '코로나 투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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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선거 분위기는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갑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처럼 코로나 치사율이 매우 높다면 상황은 또 달랐을 수 있다.
코로나 문제는 그 자체만으로 분리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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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선거 분위기는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갑다. 각 정당들과 후보자들은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코로나 극복에 관한 정책이나 실적을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재난지원금 지급정책이나 K-바이오로 지칭되는 진단 키트의 수출실적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다. 그러나 과연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이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일까.
코로나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해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의 중요성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21대 총선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코로나 사태가 언제, 어떤 식으로 종식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각보다 장기화되어 세계경제에 큰 어려움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조만간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어 예상보다 단기간에 종식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삶에서 코로나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에게 3주간 외출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와 싸우는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에 출근하며 고객을 만나며 직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이라 해서 감염의 위험성을 모르겠는가. 일부 종교집단의 신도들처럼 나만은 절대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맹신 때문도 아니다. 코로나의 위험성에도 직업활동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처럼 코로나 치사율이 매우 높다면 상황은 또 달랐을 수 있다. 다행히도 국내 코로나는 전파력은 매우 높지만, 치사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경제활동을 포기함으로써 확실히 예상되는 어두운 미래보다는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코로나 문제는 그 자체만으로 분리될 수 없다. 이 문제가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에 비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높은 전염성으로 전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 등에서의 생산차질로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가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미래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당장의 코로나 극복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더 중요하다. 병마가 휩쓸고 간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장기간의 수업결손이 발생한 학교교육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지, 원자재수급의 문제, 소부장의 높은 해외의존도 문제 및 수출 다변화 필요성 등 이번 사태로 다시금 확인된 한국경제의 취약점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인지….
역대 총선이 늘 그러했지만, 이번 총선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감수할 것인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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