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설득 통한듯 했지만 뒤집혀" 트럼프 '방위비 비토' 뒷얘기

위문희 2020. 4.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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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환경오염 정화비용 부담 등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도 설득 논리로 활용
트럼프, 총액 양보 안 하면 장기화 불가피
총선 앞둔 정부도 상식선 넘는 양보 어려워

곧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

최응식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에서 방위비 분담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했다. 이날 주한미군 사령부는 한국인 근로자 8500여 명 중 약 절반에게 4월부터 강제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뉴스1]


분담금 총액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실무 협상단이 공감한 수준보다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가 없다면 한국이 새로운 인상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5일 “우리 측이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대미 무역흑자 폭 감소,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용 부담 등을 내세우며 미측을 설득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봤던 상황인데 다시 뒤집힌 것”이라고 전했다.

협정 적용 기간을 5년으로 늘리자는 실무진의 잠정 합의는 유효할 것으로 보이지만 총액과 연동되는 연간 인상률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분담금을 최대한 낮추면 매년 인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의 관건이었던 총액이 다시 발목을 잡으면서 협의가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계속 요구할 경우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날 “한ㆍ미 협상팀에서 만든 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토를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은 둘 중 하나”라며 “미국이 입장을 바꾸든지, 한국이 새롭게 총액을 높이든지”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은 당장 한국 정부를 거세게 압박하고 나섰다.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ㆍ군사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협상은 계속됐고,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상호 유익하고 공정한 합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을 앞둔 지지층의 여론과 향후 국회 비준 절차 등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로서도 상식선을 뛰어넘는 분담금 증액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1일 시작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속 협의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5일 “합의가 마지막 단계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마무리를 못 한 게 사실이고,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17~19일 미국 LA에서 열린 7차 회의에 참석하고 21일 귀국한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는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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