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겨냥 인종차별범죄, 코로나19에 발묶여 조사 불가능"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2020. 4. 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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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중심으로 한인 사망자, 서서히 늘어
“인종차별 발생해도 대면 조사 등 어려움”
“일손 모자라는 뉴욕경찰에 도움 요청도 힘들어”
실업급여 신청하려 해도 통화 안되고, 서버 다운
주미 일본대사관 확진자 2명…워싱턴 외교가도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감염증의 직격탄을 맞기 전 미국 뉴욕 한인타운의 모습. 국민일보 자료사진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사망·감염에 대한 건강의 공포, 인종 차별의 두려움, 경제적 피해 등 3중·4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인 뉴욕에서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한 한인 사망자들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범죄도 공포의 대상이다.

식당과 바(술집)·미용실·네일샵 등의 영업이 중단되면서 한인 상인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업자들이 폭증하면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미국 노동청에 수천 번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 되고, 온라인 서버는 다운됐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한인 사망자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인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상진 뉴욕 한인요식업협회 회장은 5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뉴욕에 외출금지가 발동돼 집에만 있어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한인 7∼8분이 코로나19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부분은 다 노인이지만 30대 한 분도 코로나19로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장례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시신을 냉동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한인들은 한인 사망자와 확진자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인종차별 범죄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높다. 백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침을 뱉었다거나 식료품점에서 쇼핑을 하는 한인을 따라다니면서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지 말고 돌아가라”고 소리쳤다는 소문들이 돌고 있다.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종차별 등 부당한 피해를 입은 한인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동석 KAGC 대표는 “한인들의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뉴욕이 사실상 봉쇄돼 공권력과 연계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다른 한인 활동가는 “피해자와 가해자 조사, 사건현장 조사 등을 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 조사와 현장 조사가 힘들어 사실상 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라며 “뉴욕 경찰관 중에서도 확진자가 많고, 뉴욕 경찰도 일손이 모자란 상황이라 뉴욕 경찰당국에 협조도 요청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중단했지만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라고 부르면서 한국인들을 포함한 아시안계 이민자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가 확산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 연방의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한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의 그레이스 맹 하원의원이 최근 발의한 ‘코로나19로 인한 인종주의 규탄’ 결의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정주화씨는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종차별도 문제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서 도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도 문제”라며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한인이 식당 등을 돌아다녔다면서 얼굴과 이름이 카카오톡 상으로 나돌았는데, 무고한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인 상권은 초토화되고 있다. 뉴욕시에선 3월 15일부터 식당과 술집 등의 영업이 중단됐고, 배달과 포장 서비스만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일하는 미용실과 네일샵도 문을 닫았다.

뉴욕 플러싱 한인타운에서 일식집을 하는 박상진 회장도 가게 문을 닫았다. 박 획장은 “뉴욕 한인 식당의 90%는 영업을 중단했다”면서 “10%는 배달과 포장 서비스를 위해 문을 열었는데, 종업원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박 회장은 “버티려고 노력은 하지만 막막한 실정”이라며 “이 상황이 길어지면 많은 한인 상인들이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최영수 변호사


뉴욕에서 활동하는 최영수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있으며 소상공인들에게는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미국의 노동청이 현재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노동관청에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수천 번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 되는 한인들의 사연이 나오고 있으며 온라인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서는 시민참여센터 등 많은 한인 비영리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들을 돕기 위해 전화 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미국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들이 많이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한인 목사가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미국 보건당국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확진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방송은 워싱턴에 있는 일본대사관에서 2명의 일본인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3월 25일 보도했다. 대사관·영사관이 밀집한 워싱턴 외교가도 코로나19의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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