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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역시 통화스와프 한 방!

설진훈 입력 2020.04.0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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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한미 통화스와프(swap)가 제대로 한 방 했다. 코로나19발 금융위기를 잠재울 수준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급한 불을 끄는 데는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3월 19일 한미가 6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발표한 당일 코스피가 1457.64로 바닥을 찍었다. 그 이튿날 코스피는 8.4% 급등하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당일 낮 달러당 1290원까지 곤두박질쳤던 원화값도 그다음 주에 바로 1250원 아래로 회복했다.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엇비슷했다. 당시 코스피는 1년 새 최대 57% 급락했고, 달러당 원화값은 75% 폭락한 1574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바닥 모를 위기를 잠재운 것도 통화스와프였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2008년 11월부터 2년 동안 최대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바로 직전 938.75까지 곤두박질쳤던 코스피는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타면서 위기에서 탈출한다. 당시 일본과는 통화스와프 규모를 30억달러에서 2년 후인 2010년까지 200억달러로 늘렸다. 중국과도 2018년 말 1800억위안 규모 통화스와프를 맺으며 3중 안전망을 쳤다. 이후 일본과는 2015년부터 통화스와프가 끊겼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 외교 문제까지 얽히면서 오늘날까지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개별 국가는 캐나다·스위스·호주·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UAE)까지 모두 8개국에 달한다. 그런데 바로 옆 이웃이자 교역 규모 3위인 경제 파트너 일본만 쏙 빠져 있다. 통화스와프란 각국 중앙은행끼리 개설하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으로 치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계좌를 연 뒤 수시로 원화를 맡기고 현재 환율에 해당하는 만큼 달러화를 빌려 쓰게 된다. 이번에 맺은 통화스와프를 기초로 한국은행은 최근 1차분 120억달러를 은행권에 풀었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입찰 방식으로 달러화를 빌려주는데 신청분이 87억달러에 그쳤다. 은행들 외환 사정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은행 외환보유고만 4000억달러에 달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와는 사정이 완전히 딴판이다. 그런데도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직후 달러당 환율이 1290원까지 치솟은 것은 외환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 탓이 컸다고 봐야 한다.

이런 외국인들 불안감을 한순간에 잠재운 것이 바로 통화스와프였다. 물론 실리도 크다. 국내 은행들이 통화스와프를 통해 빌려 쓰는 달러화 금리는 연 0.5~1% 수준이다. 국내 우량은행도 자체 신용만으로는 이 정도 저금리로 달러를 조달하기 쉽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우리가 아쉬워서, 이번에는 미국이 불안해서 먼저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3월 19일 우리와 함께 통화스와프를 맺은 호주·뉴질랜드·브라질·멕시코 등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내다 팔기 시작하면 미국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통화스와프는 아주 시급한 상황에서 무담보로 돈을 빌려줄 주거래은행을 여러 곳 만들어두는 것이라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징용배상 등으로 감정이 최악인 상태지만 우리가 자존심을 좀 굽히더라도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복원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주간국장 jinh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3호 (2020.04.08~2020.04.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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