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한민국 불공정 리포트>'여성공천 30%' 무용지물.. 20대 국회 끝나면 '보조금 페널티'도 폐기

윤명진 기자 입력 2020. 4. 6. 10:10 수정 2020. 4. 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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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젠더 갈등에 손놓은 정치권

4·15 총선 여성 공천 19.1%

민주당 12.7%·통합당 11.0%

정의당마저도 21.1%에 그쳐

경선 과정 가점제도 효과 없어

지역구 공천 30% 의무화하고

어기면 보조금 20% 감액 법안

20대 국회에서 심의조차 안해

국회내 性평등조차 실현 못해

‘n번방’ 등 현안마저 나몰라라

이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법이 규정한 ‘여성 공천 할당제’는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2005년 8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공천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도록 명시돼 있지만, 이번 총선 지역구 공천 결과 여성 후보 비율은 20%에도 못 미쳤다. 여성 공천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던 주요 정당의 약속은 또 한 번 ‘공약(空約)’에 그쳤고, 세상의 절반이자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은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 여성 공천 할당 규정이 처벌 근거가 없는 ‘권고 조항’에 불과한 탓에 10년 넘게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법이 정한 국회 내 성평등조차 실현하지 못하다 보니 최근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등 젠더 관련 현안에 늑장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21대 총선 지역구 여성 후보 비율 19%=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1116명 가운데 여성 후보자 비율은 19.1%(21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비율이 80.9%(903명)로 압도적이다. 당헌·당규에 ‘여성 공천 비율 30%’를 명시한 더불어민주당과 ‘여성 친화 정당’을 자처한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전 지역구(253개)에 후보를 냈지만, 그 가운데 여성은 32명(12.7%)에 불과했다. 통합당도 전체 지역구 후보 237명 중 남성 211명(89.0%), 여성 26명(11.0%)이었다. 여성과 청년 정치를 강조해 온 정의당도 지역구 후보 76명 가운데 여성은 16명(21.1%)으로, 20%를 간신히 넘겼다.

원내정당들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 공천 30%’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이번에도 말뿐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7월 전국 여성당원 여름 정치 학교에서 “여성 인재를 더 많이 발굴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성 공천) 30%, 제가 분명히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지난 1월 김형오 당시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번 총선에서 여성과 청년 공천에 핵심 방점을 찍겠다”고 선언했었다. 각 정당은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을 높이기 위해 경선에서 ‘여성 가점제’를 도입했다. 민주당은 여성후보에게 자신이 얻은 표의 최대 25%, 한국당은 30%를 각각 부여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실시된 5차례의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문화일보가 16∼20대 총선 당선인 1471명의 성별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194명(13.2%)에 불과했다. 이 중 지역구 여성 당선인은 74명이고, 비례대표 당선인은 120명이다. 16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인은 지역구 5명, 비례대표 11명으로, 전체 당선인 273명 중 5.9%에 그쳤다. 17대 총선에서는 여성 당선인이 39명으로 16대 총선보다 23명 증가했다. 이는 비례대표 여성 공천 50%에 힘입어 비례대표 당선인이 29명으로 증가한 덕분이었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대 총선의 여성 당선인은 51명이다. 19대 총선(여성당선인 47명)보다 여성 당선인이 4명 늘어나는 데 그쳐 비율은 17.0%로 소폭 증가했다. 지역구에서는 여성 26명이 여의도 입성에 성공해 처음으로 지역구 당선인이 20명을 넘었다. 여성 공천 할당제가 유명무실해지다 보니 20대 국회에서 ‘지역구 30% 여성 공천’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보조금 20%를 감액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심의도 되지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처지다.

◇‘여성공천 30% 보조금’도 무용지물=지난 2002년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에 ‘여성 추천 보조금 제도’가 도입됐다. 정당이 전체 지역구 후보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치자금법 제26조는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30% 이상 선거구에 여성을 추천한 정당이 있는 경우 보조금 총액의 절반을 정당별 의석수 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30% 이상 추천 정당이 없는 경우 15∼30%를 추천한 정당에 보조금의 절반을, 5∼15% 추천 정당에는 총액의 30%를 의석수 비율과 직전 총선 득표수 비율에 따라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그동안은 여성 공천 30%를 채우지 못한 정당들이 보조금을 나눠 갖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허경영 대표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이 여성 공천 비율 30%를 달성했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전국 지역구 253개 중 77명(30.4%)을 여성 후보로 추천해,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공천 30%를 넘긴 유일한 정당으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이 당은 여성 추천 보조금 8억4200만여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당이 여성 추천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기준이 되는 76명을 간신히 넘긴 77명의 여성 후보를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당 공천자 가운데 청소년 성폭행 전과가 있거나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강제추행) 전과가 있는 후보가 포함되는 바람에, “여성 정치 참여 확대가 아니라 보조금을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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