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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참치 '지지대'로 쓰인 멸종위기 상어

신소윤 입력 2020. 04. 06. 10:18 수정 2020. 04. 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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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국내 참치잡이 어선, 원양 조업하며 '살생'.."멸종위기종인 줄 몰랐다"
수사 결론은 '기소유예'..환경단체 "조업 과정서 무분별한 남획, 포획"
멸종위기종인 미흑점상어. 대부분의 수역에서 포획이 불가능하거나 규제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먼 바다에서 잡은 참치는 냉동시켜 운반한다. 급랭돼 얼음처럼 딱딱하고 둥그런 참치를 냉동고에 가득 쌓아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참치 사이사이에 완충재 역할을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무너져 상처가 생기면 고급 횟감인 참치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참치잡이 어선은 가장 손 쉽게 구할 수 있는 완충재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참치와 함께 낚이는 어종들이다. 참치라는 상품에만 눈 먼 사람들에게 함께 잡히는 생명들은 ‘잡어’이거나 ‘쓸모없는 것’일 뿐이다. 그것이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한 참치잡이 어선이 멸종위기종인 미흑점상어를 토막내 참치 받침대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애니멀피플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9월18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으로 입항한 사조산업 보유 ○○호에서 미흑점상어 19마리의 사체 일부가 잘린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선박은 혼획돼 올라온 상어를 잘라 참치들이 무너지거나 상처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충격완화재로 쓴 걸로 밝혀졌다.

_______ “혼획한 상어를 참치 지지대로 썼다”

2017년 1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남태평양에서 조업한 ○○호는 참치 연승 원양선박이다. 연승선은 바다에 긴 줄을 띄워두고 거기에 일정한 간격으로 수천 개의 낚시를 걸어 참치를 잡는 배다. 주로 횟감용 고급 참치를 어획한다. 낚시엔 참치가 아닌 다른 어종이 걸려 올라오기도 한다. 바다거북, 상어, 고래, 가오리 등이 ‘고급 생선’ 어획 과정에서 희생된다.

배에서는 360㎏ 분량의 상어 토막이 발견됐다. 지난 1일 애니멀피플과 통화한 사조 관계자는 “참치는 몸이 둥그런 고기라서 그냥 쌓으면 쓰러지니까, 상어 조각을 (참치 사이에) 끼워 넣듯이 해서 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참치가 아닌) 다른 어종으로 그렇게 (완충재처럼 사용)하는 게 보편적”이라며 “(선장이 입항 후) 보고만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테고, 차라리 다른 어종을 잘라서 하면 됐을(문제가 없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람풀로항에 함께 진열중인 참치와 상어. 참치는 상어의 주된 먹이인 까닭에, 참치 그물이나 참치잡이 낚시에 종종 상어가 걸려 올라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상어를 판매 목적으로 들여온 것도 아니고, (참치 사이에) 끼워 넣는 조각을 가져온 거라 선장이 많이 억울해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양어선이 부수어종을 마구잡이로 잡는 문제에 대해선 많이 알려졌지만, 조업 과정에서 도구처럼 희생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탔던 전직 선장 ㄱ씨는 “혼획된 상어를 두부 모양으로 잘라서 참치를 받치는 지지대로 쓰는 일이 예전엔 횡행했다. 그런 악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_______ 검찰은 ‘기소유예’

부산해양경찰서는 원양산업발전법(조업실적 보고 의무) 위반 혐의 등으로 사건을 조사한 뒤 지난해 11월 선장 ㄴ씨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 1월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범행의 동기나 수단,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기소를 하지 않는 검사의 처분을 말한다.

선장 ㄴ씨는 국제수산기구의 보존조치 위반 행위 등을 이유로 면허정지 60일의 행정 처분을 받았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악’(CITES)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을 혼획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결국 바다 생물을 참치잡이 도구로 희생시킨 책임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희생된 멸종위기종 미흑점상어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의 열대, 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열대 지역의 참치 조업 과정에서 혼획되기 쉬운 개체로, 국제수산기구들이 보존 조치를 취하는 종이다. 참치 산업과 관련한 5개의 국제수산기구 가운데 전미열대다랑어위원회(IATTC)를 제외한 4개 기구에서 금지 어종으로 지정해, 대부분의 바다에서 포획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미열대다랑어위원회 관할 수역에서도 포획 규제 대상종이어서 전체 어획량의 20%를 넘으면 안 되며, 반입할 때 반드시 항만국 검색을 거쳐야 한다.

_______ “포획 금지 어종인 줄 몰랐다”

○○호는 사건 당시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와 전미열대다랑어위원회(IATTC) 관할 지역의 경계에서 조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조 쪽은 조업 일지에 나온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상의 장소가 전미열대다랑어위원회 수역에 포함되어 있었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조와 선장 ㄴ씨는 해당 상어가 멸종위기종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사조 관계자는 “(상어 반입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금지 어종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호에서 발견된 상어 토막은 모두 미흑점상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도쿄의 츠키치 어시장에 진열된 냉동 참치들. 게티미이지뱅크

사조 쪽은 “바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원들이 조업을 하다 보면 상어들이 올라와서 펄떡거리며 뛰어서” 어종 구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조 관계자는 조업일지엔 ‘악질상어’, ‘청새리상어’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고도 말했다. 멸종위기종인 미흑점상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청새리상어는 미흑점상어와는 다른 종류의 상어이고(물론 청새리상어 역시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악질상어는 공식 용어가 아니다. 이에 대해 전직 선장 ㄱ씨는 “악질상어는 악상어를 일컫는 말로, 경상도 지역에서 돔배기 고기라 불리는 어종 중 하나”라며 “선원들이 상어 종류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_______ 선원들은 정말 몰랐을까?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를 보면, 악상어는 악상어과로 몸길이는 약 3.3m에 달한다. 등쪽은 짙은 청색을 띈다. 악상어는 ○○호가 조업한 지역과 거리가 먼 오호츠크해, 베링해 등 북태평양 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흑기흉상어는 흉상어과로 몸길이는 약 1.6m에 주둥이가 짧고 몸 앞쪽이 둥근 특징을 갖고 있다. 등은 황갈색이나 회색을 띤다.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끝이 짙은 검은색이라 다른 상어와 구분이 쉽다.

미흑점상어 또한 흉상어과로 등쪽은 짙은 갈색 바탕에 암회색을 띤다. 몸길이는 약 3.3m까지 자라 흑기흉상어에 비해 2배 가까이 크다.

이와 관련해 환경정의재단 김한민 활동가는 “미흑점상어, 흑기흉상어, 악상어가 각각 특징이 다른데, 일반인보다 어종에 눈이 밝은 뱃사람들이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부수 어획물 및 멸종위기종 관리에 관한 선원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_______ 지속불가능한 어업으로 사라지는 동물들

이번 사건과 같은 남획, 혼획에 대한 의식 부재, 무분별한 살생으로 바다 생물종의 개체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동물학회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2년까지 40년 동안 전 세계 해양 생물 1234종의 개체 수 가운데 49%가 감소할 정도로 바다 생물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참치는 같은 시기 74%가 감소할 정도로 그 폭이 더 컸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5년 7종의 참치 가운데 6종의 멸종이 임박했거나 멸종위기에 근접했다고 분류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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