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은 사려깊지 못했고.. 이재명은 이때다 싶었나

최인준 기자 2020. 4. 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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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일부 식당 주문 독식 막겠다며 새 요금제
배민'최저 수수료'홍보, 정치권은 현실성 없는 대안
수수료 논란에 소상공인들만 피해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

음식 주문 앱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5일 오후 새로운 요금 정책에 대한 설명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앞서 배달의 민족은 지난 1일 기존 정액제에서 주문 성사 때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로 요금 체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즉각 반발하며 "과도한 수수료"라고 비난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배민이 1일부터 수수료 체계를 바꾼 것에 대해 “독과점 횡포”라고 비난하자 이에 대한 해명 차원도 있었습니다.

배민은 수수료 인상 논란에 대해 “특정 업체가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하고, 전체 점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깃발꽂기는 현금이 많은 대형 음식점이 배민 앱에서 반복 노출을 노려 실제 주소와는 다르게 무더기로 광고 등록을 하는 것입니다. 매출이 많은 음식점의 경우 100개가 넘는 깃발꽂기를 통해 배민 앱 노출을 싹쓸이하면서 영세업체들이 손님을 뺏앗기 때문에 아예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로 적용하는 정률제로 가는 게 낫다는 게 배민의 주장입니다.

점주들도 깃발 꽂기를 없애겠다는 배민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점주들 사이에서는 배민이 깃발 꽂기와 같은 주문 독식 폐해를 해결하는 것과 무관하게 요금 인상안까지 슬쩍 끼워놓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배민 앱에서 맛집랭킹(주문량·리뷰 횟수 등을 평가한 순위), 찜(식당 즐겨찾기 기능), 과거 주문 내역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경우 수수료를 매기지 않았는데 이달부터 모두 수수료 부과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배민이 요금제를 바꾼 지난 1일 공식 발표에도, 5일 설명 자료에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배민은 점주들에겐 중요한 내용은 쏙 뺀 채, ‘세계 최저 수수료율’ ‘가장 합리적이고 공평한 체계’이라는 일방적 홍보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배민은 본지 통화에서 “통상 점주들에게는 ‘배민 사장님 광장’이라는 별도 사이트를 통해 바뀐 회사 정책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전에 요금 변경안에 대해 업체들에 안내했지만, 전국 14만 점주에게 일일이 연락해 상세 내용까지 설명하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일부 업주들은 “새벽까지 일하는데 언제 변경된 안을 일일이 들여다 보나. 코로나로 힘든데 이건 장사를 접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점주들의 반발 여론에 편승해 배민을 대신할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배민의 행보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 느닷없이 수만개 업소를 중개할 앱을 개발하겠다는 발표도 실현 가능성을 떠나 적절한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배민이 지난 1년 동안 점주들에게 조금 더 상세한 부분까지 설명을 하고 협의를 했다면 소란이 적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에 이어 코로나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몰린 우리 주변 소상공인의 고통만 더 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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