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 또 삭감" 미 공중보건 예산·인력 10년째 줄여..코로나 '허약'

조계완 2020. 4. 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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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7년 최전선 공중보건 인력 5만5천명↓
질병통제예방센터 지출예산 2010년 비해 10%↓
민주·공화 다 감축, '플루'때 경고에도 감축 지속
"우리들의 손 묶여..집에 불이 날때까지 기다린 격"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지난 3일 한 커플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방이 뚫린 정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백년가약을 맺고 있다. 유진/AP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2008~2017년까지 미국 각 주·시에서 질병 방어 최전선에 있는 공중보건 의료인력이 총 5만5천명(전체 공중보건 인력의 5분의1) 줄어들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공보건 지출예산이 해마다 끊임없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공공의료부문 예산·투자는 여전히 ‘정상수준 이하’를 면치 못해 “코로나바이러스가 닥친 지금, 확신컨대 이것이 (방역 능력에서) 엄청한 결과와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존 아우어바흐 ‘트러스트 포 아메리카 헬스’ CEO)는 비판과 반성이 나온다.

미국 미시간주는 뉴욕·뉴저지와 함께 코로나19 감염자가 1만5천명(6일)을 넘어선 이른바 ‘핫스팟’ 지역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재정 파산위기에 몰린 디트로이트시(미시간주)는 대다수 공공의료부서를 해체한 뒤 그 기능을 민간 비영리단체에 넘겼다. 2014년 주정부 안에 의료부서가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의료수급 주민 1명당 책정된 예산은 다른 도시에 견줘 극히 적었다. 미시간 남부 랜싱에 있는 잉험카운티에서 공공의료국장으로 있던 르네 카나디는 2014년 그 자리에서 떠날 때까지 의료예산이 해마다 7년째 감축되는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카나디는 “당시에 삭감되고 삭감되고 또다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미시간주의 2018년 공공보건 지출액은 근래 가장 많았던 2004년(3억달러)에 견줘 16%(인플레이션 조정액 기준) 감축됐다. 질병예방 교육인력도 대부분 떠나야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6일 “미시간주만의 특이한 풍경이 아니다”며, “2008년 금융위기로 각 주정부마다 재정에 식감한 문제가 돌출하면서 의료예산이 끊임 없이 삭감돼 왔다”고 전했다. 공공보건연구단체인 ‘트러스트 포 아메리카 헬스’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19년 지출예산은 2010년에 비해 10%(인플레이션 조정액 기준) 삭감됐다. 또 연방정부가 각 주·시에 보건 비상사태에 대비해 긴급지원하는 자금은 2001년 9·11테러 직후 약 10억달러에서 2019년 6억5천만달러로 줄었다. 캔사스주에서도 연방정부 지원자금을 뺀, 주정부의 2016년 공공의료 지출액은 2008년 대비 28% 감소했다. 공중보건서비스의 의무와 책임을 각 카운티로 떠넘기면서 보건의료시스템이 갈수록 허약해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미국 전역에서 공공의료 예산·인력이 지속적이고 극적으로 삭감된 배경으로는 금융위기로 당면했던 ‘재정 긴축’ 요구가 지목된다. 금융위기 당시 디트로이트주는 자동차산업 의존 경제가 침체에 빠지들면서 ‘작은 주정부’를 지향하는 긴축 대열에 나섰다. 공공의료부문이 가장 먼저 ‘과녁’이 됐다. <에이피> 통신은 “공중보건 예산·인력 감축은 민주당과 공화당 집권기가에 똑같이 이뤄졌다”며 “2009년 신종플루에서 에볼라까지 몇번의 전염병 위기 경고가 있었음에도 공공의료 예산 감축은 지속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된 이후에도 공공의료 예산은 회복되지 못했다. 오클라호마주의 올해 공중보건부문 지출액은 아직도 2014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유가 폭락에 감세까지 겹쳐 주정부 재정에 거대한 구멍이 났지만, 나중에 주정부 수입이 개선된 뒤에도 보건의료예산은 다른 우선 순위에 밀려나고 말았다. 오클라호마 주의회 의원을 지낸 더그 콕스(응급실 의사)는 “(주정부는)주민들의 의료급여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보다 공공의료지출을 삭감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쉽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텍사스·조지아에서 보건의료국에 종사했던 브라이언 카스트루치 총재(의료홍보조직 ‘버몬트재단’)는 “보건의료 지원예산 감축이 지금 우리들의 손을 묶어버렸다”며 “집에 불이 날때까지 그저 기다리고 있었던 격”이라고 탄식했다. 보건 비상사태가 터지면 공중보건인력이 나서 감염자와 접촉자를 추적·격리·진단하고 첫 응급대응을 맡기 마련인데, 인력·예산이 줄곧 삭감돼 코로나 방역이 무방비로 뚫리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말로 해석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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