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공공 배달앱 나온다..소상공인 '반색', IT업계 '정색'
이재명표 배달앱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배달의민족(배민)’의 광고료 체제 개편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5일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6일 확정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공 배달앱의 실효성에 대해 찬반이 갈린다. 소상공인들은 운영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IT업계는 품질 낮은 서비스로 사용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을 점친다.
이 지사가 추진하는 공공 배달앱의 롤 모델은 군산시가 지난달 내놓은 ‘배달의 명수’다. 이미 강임준 군산시장으로부터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사용도 허가받았다. 이날 경기도는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 관련 기관과 대응 방침을 확정한다.
‘배달의 명수’는 수수료·광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월평균 25만원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군산시의 설명이다. 지역 음식점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군산시에 따르면 ‘배달의 명수’는 지난 2일까지 20여일 동안 총 5344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금액으로 치면 1억2700여만원 규모다.
소비자 반응도 괜찮다. 카드 결제 중심 기존 배달앱과 달리 모바일 상품권 결제가 가능한 점이 주효했다. 게다가 민간 배달 앱에서는 불가한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 시 음식값을 10% 할인받는다. 또 ‘배달의 명수’는 광고 노출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논란에서 자유롭다. 소비자에게 가까운 거리순으로만 가맹점들을 노출해 형평성에 대한 잡음을 해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에 개발자를 몇 명 뽑아 앱을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인력 등 인프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그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건가”라며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특성상 고객센터도 필요하고 마케팅도 해야 한다”며 “추가로 혈세를 투입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서비스 품질과 함께 이용률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택시 승차 거부를 근절한다며 내놨던 ‘S택시’와 ‘지브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이 앱 개발에 10억3000만원을 투입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제로페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8년 12월 서울시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높은 수수료율을 비판하며 ‘제로페이’를 만들었다. 출시 이후 1년간 누적 결제액은 696억원이다. 신용체크카드 결제액 추정치(910조원)의 0.007%를 차지했다. 553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 치고 참담하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2018년 서울시가 38억3100만원을 들여 개발한 공공앱(60개) 중 41.7%(25개)가 세금 낭비로 끝났다.
일각에선 지자체나 정부가 앱 시장에서 민간 사업자와 경쟁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라고 본다. 세금 낭비는 물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신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부문은 민간 시장의 직접 경쟁자를 자처하기보다 제도와 행정 개선으로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줄여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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