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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두 풍경 ② 에버랜드] 1m 간격 줄서기도 무색..할인 이벤트로 북적댔다

이슈365팀 입력 2020.04.07. 10:32 수정 2020.04.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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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가봤다] 마스크 안쓰면 놀이기구 탑승 불가… 한번 타고 나면 바로 소독

할인 이벤트로 거리두기 방해한다 지적 일자 주말 지나 종료

[저작권 한국일보] 5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를 찾은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이동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2주간의 전 국민적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충분히 줄지 않자 정부는 지난 4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의 2주 연장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상황을 생각하면 쉽사리 거리두기를 그만두자고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또 다시 거리두기를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사실 만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더 그렇다. 바람도 쐬며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고 따뜻한 봄 햇살도 느껴보고 싶지만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들이 찾는 곳이 놀이공원. 과연 놀이공원은 괜찮은 걸까.

한국일보 인턴기자들이 경기 용인 에버랜드와 서울 롯데월드를 직접 가봤다. 과연 놀이공원 측이 충분한 대비를 하고 고객을 맞고 있는 것인지.

마스크가 없으면 못 들어가요… 사서 쓰셔야 해요

[저작권 한국일보]5일 오전 10시. 에버랜드의 입구 앞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 쓰인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일요일인 지난 5일 오전 9시 45분 경기 용인 에버랜드. 개장 시간인 10시보다 15분 일찍 에버랜드 사전 입장이 시작됐다. 입구에서 입장을 도와주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바닥에 있는‘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를 가리키며 손님들의 간격을 떨어뜨렸다.

마스크가 없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안내가 입구 위에 설치된 전광판과 대기줄 사이 안내판에서도 볼 수 있었고, 직원들도 돌아다니며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또 한번 얘기했다. 마스크를 가져오지 못한 손님은 입구 옆에 위치한 ‘에버마트’에서 사서 쓰고 나서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개장한 지 10분 후 게이트의 절반은 문을 닫았다. 처음엔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는 방문객을 분산시키기 위해 모든 입구를 열어뒀지만 손님이 줄어 든 다음에는 입구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놀이공원에 들어서자 직원이 다시 한번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설명과 함께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고 손 세정제로 소독하도록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한 시기. 놀이기구가 있는 곳을 향하는 방문객들의 들뜬 발걸음은 자유로웠지만, 마스크를 벗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포토존(사진을 찍는 명소)인 ‘매직트리’에서는 직원들의 도움으로 에버랜드 캐릭터인 레니와 라라와 함께 어린 아이부터 가족, 연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동물 구경하는 사파리 버스도 탑승 인원 줄여

[저작권 한국일보] 에버랜드에 주토피아 테마파크에 있는 사파리 월드. 투어 차량은 30명에서 20명으로 탑승 인원을 줄여 운영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에버랜드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포스터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인원 제한도 비교적 철저했다. 관심대상부터 멸종위기종까지 동물을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인 ‘사파리 월드’와 ‘로스트 밸리’는 관람인원을 평소 30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사파리 월드의 안내 직원은 “코로나 전보다 손님이 줄었지만, 체험차량에 한 번에 탑승하는 사람이 줄어서 대기시간은 코로나 전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투어차량 탑승 후 마스크를 쓴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평소였다면 아이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차량 안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설명했을 직원은 앞자리에 서서 간단한 설명만 이어갔다. ‘사파리 월드’의 경우, 차량 앞에 준비된 마이크로 직원이 설명을 하면 차량 뒤편까지 스피커로 들을 수 있었다. 출구에 도착한 차량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내리자 방역 옷을 입은 직원이 먼저 차에 올라 사람들의 손과 몸이 닿는 손잡이와 의자를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 직원의 신호에 맞춰 다음 차례의 손님들이 차량에 탑승했다.

소독은 손이 닿는 모든 곳에서 이뤄졌다. 에버랜드의 케이블카에서도 손님이 내리자 환영하는 인사를 마친 직원이 케이블카 안을 확인하고 손잡이와 의자에 소독약을 뿌렸다. 화장실과 같은 이용시설도 직원들이 1시간마다 소독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에버랜드에 찾아온 노광남(18)군은 “케이블카 소독하는 걸 보고 작은 부분까지 챙기는 모습에 안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야외 공연은 단 하나만…노래보다 방역 안내방송이 더 길어

5일 오후 2시 에버랜드 중앙 정원에서 공연이 열렸다. 에버랜드 직원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안내에 따라 방문객들은 준비된 선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간격을 두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이태웅 인턴기자.

오후 2시 에버랜드 대표 정원인 ‘포시즌스 가든’에서 공연을 시작하기 전, 정원에는 노래 대신 “공연 관람 중 마스크 착용과 주변사람과의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직원들도 현장에서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자리를 안내했다. 정원 바닥에 미리 준비한 테이프를 통해 구역을 나누고 앞뒤로 한 칸 비워놓고 볼 수 있도록 간격을 조절했다. 공연 소식에 사람들이 정원으로 모이자, 주변을 돌아다니며 미처 자리를 안내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1m씩 떨어져서 보도록 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정원에 마련된 분수를 중심으로 사방에 2명씩 직원들이 손님들의 상황을 살펴봤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답답해졌는지 마스크를 벗는 관람객들이 늘자, 직원들은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오지혜(23)씨는“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방송이 계속 나와서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 팀 간격 줄 서기… 놀이기구는 ‘지그재그’로 탑승

[저작권 한국일보] 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방문한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 간격에 맞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에버랜드 입구에서 가까운 놀이기구 ‘허리케인’과 ‘바이킹’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방송은 계속 흘러나왔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탈 수 없다는 안내 때문인지 기다리는 사람들 가운데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잠깐 마스크를 벗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탑승을 도와주는 직원이 찾아가 마스크를 쓸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놀이기구에서도 어느 정도 거리두기가 이뤄졌다. 어린이들이 타는 롤러코스터인 ‘이솝빌리지’는 물론 놀이공원의 상징이기도 한 ‘바이킹’도 옆자리나 앞자리를 ‘지그재그’ 식으로 비워둔 채 운행했다. 권수진(21)씨는 “놀이기구를 탈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사람들을 띄어두고 있어서 걱정이 덜한다”고 이야기했다.

체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이용객의 수가 줄었지만 탑승객 수가 줄어 대기시간은 비슷했다. 에버랜드의 인기 놀이기구인‘T 익스프레스’의 경우 점심시간 이후 탑승까지 40~50분 이상 걸렸다.

할인 이벤트로 북적대면 방역 효과 있을지

[저작권 한국일보] 5일 오전 10시. 입구에서 에버랜드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방문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에버랜드의 안내에 따르며 방문객 스스로 조심하고 있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씨는“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감염 경로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며 감염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김정민(23)씨는“부모님께서는 마스크를 꼭 쓰고 가라고 하셨다”며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5일 오전 10시. 에버랜드 입구에서 보이는 거리 가판대에서 방문객들이 캐릭터 모자와 상품을 사기 위해 모여 있다. 이태웅 인턴기자

에버랜드 측이 촘촘히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다지만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시점에 반값 할인 이벤트 등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철저한 방역을 한다고 해도 고객들이 몰리면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버랜드 내 야외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대면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놀이기구 탑승 대기줄 뒤쪽은 안내 직원들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실제 대기줄이 길어질수록 스티커 간격을 무시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부정적 여론이 쏟아지자 에버래드측은 당초 10일까지로 예정됐던 할인 이벤트를 6일 조기 종료했다.

이태웅ㆍ이주현ㆍ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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