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될라" 반복된 재난 문자에 인내심 한계..알람 끄기도

부산CBS 송호재 기자 2020. 4. 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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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난 문자 피로도 급증
"일상이나 업무에도 지장" 중복·불필요한 문자에 알람 끄기도
지난해 9월 기초단체에도 재난 문자 발송 권한 부여
부산시 "민원 많은 건 사실이지만, 시에서 손댈 수 없는 상황"
부산 기장군 주민이 받은 긴급재난문자 일부. (제보사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다수 시민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하루에도 수차례 울리는 '재난 문자'에 대한 인내심에도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문자 때문에 재난 문자 알람을 끄는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어, 실제 재난 상황에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부산 기장군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휴대전화 메시지함을 열어 '긴급 재난 문자' 알람을 꺼버렸다.

한 달 넘게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울리는 재난 알람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재난 문자를 통해 확진자 동선 등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전송되자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태가 길어지면서 예방 수칙 등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반복되거나. 중요하지도 않은 홍보성 문자가 전송되자 서서히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인근 지자체에서 보낸 문자까지 날아오자 알람을 끄기로 했다.

A씨는 "처음에는 확진자 동선이나 유의사항 등 필요한 공지가 재난 문자로 전송됐지만, 최근에는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이 긴급문자로 오거나 심지어 다른 시에서 보낸 문자까지 받았다"며 "재난 문자 알람을 끄고도 중요한 내용은 매스컴이나 주변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에 사는 B씨 역시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B씨는 업무 중 사이렌에 가까운 요란한 재난 문자 소리에 화들짝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날아든 문자는 '취약계층 마스크 배부'나 '코로나19 예방수칙' 등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B씨는 말했다.

결국, B씨는 재난 문자가 홍보성 문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일반 문자메시지와 같은 알람 소리로 바꿔버렸다.

B씨는 "다급한 재난 문자 소리에 일손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해 보면 대부분 여러 번 반복된 공지사항이나 마스크 배부 등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며 "이런 문자를 혼자 받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대부분 휴대전화에서 동시에 알람이 울리니 재난 문자가 아니라 소음 공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부산 북구청이 보낸 재난 문자. (부산CBS)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반복되는 재난 문자에 대한 스트레스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내용이 반복되면서 알람 자체를 끄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민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긴급 상황을 전파해야 할 때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 재난 문자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자체에도 이런 내용의 민원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 모 구청 공무원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재난 문자를 왜 한 번에 보내지 않고 여러 번 끊어서 보내느냐', '왜 다른 지역에서 재난 문자를 보내느냐'와 같은 여러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최근 발송 건수가 줄었지만, 민원은 여전하다. 중복 등 불필요한 재난 문자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일선 기초단체에도 재난 문자 발송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지금은 시 차원에서 통제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모든 지자체는 행정안전부의 긴급재난문자시스템(CBS)을 사용해 재난 문자를 발송한다. 기초단체는 지난해 9월 사용 권한을 받았다"며 "그전까지는 기초단체가 시에 문자 발송을 요청하면 시가 필요성이나 중복 여부를 고려해 문자 발송 여부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기초단체가 직접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에도 재난 문자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기초단체도 사용 권한을 가지고 있어 단체장이 문자를 보내겠다고 결정하면 시가 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재난 문자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행안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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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송호재 기자] song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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