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한국인 입국 막는 나라들엔 비자면제·무비자 잠정 중단"

김유진·정대연 기자 2020. 4. 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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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불요불급한 목적의 외국인 입국 제한 확대”
ㆍ한국에 빗장 건 148개국 중 88개국이 조치 적용 대상
ㆍ의료진 부담 최소화도 고려…“개방성 기조 흔들” 지적

이탈리아 교민 입국 행렬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의 교민과 주재원 등이 지난 1일 오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에 대해 사증(비자)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해외에서 온 입국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비자 없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유입을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 사증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정지하고, 불요불급한 목적의 외국인 입국 제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개방성의 근간은 유지하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제한을 강화하겠다”면서 “해외 유입 위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보면 이날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148개국이다. 이 중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 적용 대상이 되는 나라는 모두 88개국이다.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 중에서 한국과 비자면제협정을 맺고 있는 54개국, 협정은 없지만 상호주의에 따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34개국이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 가입국 대부분, 터키, 대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 미국이나 영국, 멕시코, 아일랜드 등은 이번 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부는 법무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 간 실무 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무사증 입국 중단 조치를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가능한 한 조속히, 머지않은 시점에 하게 될 것”이라며 주한 공관 등을 통해 해당국에 사전 통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무사증 입국 중단’이라는 강수를 꺼내든 것은 최근 코로나19 해외 유입 사례가 지속되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높아지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부터 전 세계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의무 자가격리’를 실시한 이후 방역당국의 피로도가 커지는 현실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격리 의무화 조치가 단기체류 외국인에게 사실상 입국 제한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거주지가 없어 시설격리되는 단기체류 외국인 수는 줄지 않고 있다. 단기체류 외국인 격리시설은 1600명까지 머물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 900여명이 입소해 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방역당국이나 의료진들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고 동시에 외교적인, 또한 국가 전체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국익 차원의 고려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입국자 대다수가 내국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실질적으로 억제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7일 기준 한국에 들어온 입국자는 5073명인데 이 중 75%인 3811명이 한국 국적자다. 이날 신규 확진자 53명 중 해외 입국자는 24명이지만, 외국인은 4명에 그쳤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원칙으로 삼아온 개방성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사증을 받으면 당연히 한국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입국 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흐름을 통제하지만 전면적 입국 금지는 하지 않는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김유진·정대연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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