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유권자 "사람이 덜된 분들은 뽑지 말아요" [선택 4·15]
[경향신문] ㆍ청소년이 생각하는 투표 기준
도덕성·청렴도 등 ‘인성’이 1순위 해결과제, 청년실업·부정부패 순 정부 국정 평가엔 47%가 “보통” 우려와 달리 ‘선거 이해도’ 높아
최유경양(18)은 오는 15일 생애 첫 선거를 앞두고 고민이 깊다. 공약집을 찾아봐도 마음에 드는 후보를 고르기 어렵다. “선거연령이 하향돼 기쁘지만, 청소년을 대변하는 정책을 찾아보기는 어렵네요.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맘카페’ ‘산악회’ 같은 곳에서는 선거 홍보가 되는 것 같은데, 청소년들에게는 선거 정보가 잘 와닿지 않습니다.”
그는 “청소년들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처럼 국회에서 쓰는 용어를 잘 모른다”며 “무지해서가 아니라 그간 사회에서 청소년을 무정치한 존재로 대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이나 페미니즘 정책을 앞세우는 정당에 투표하고 싶은데 지역구엔 후보가 없다”고도 했다.
첫 선거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청소년도 있다. 최하영양(18)은 “입시나 n번방 관련 이슈가 눈에 띄었다. 청소년 투표권이 생기자 어른들도 이제 우리를 많이 생각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인해군(18)은 “(청소년 참정권) 메시지를 전한다는 차원에서 투표장에 교복을 입고 가겠다”고 했다. 녹색당, 민중당 공약에 관심이 있다는 그는 “비례정당이 갑자기 늘어난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는 하지만, 민주주의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국가혁명배당금당이나 비례위성정당 등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만 18세 청소년들이 4·15 총선을 계기로 정치 현장에 발을 딛는다. 경향신문은 7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의 청소년 유권자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들이 바라는 국회의원과 한국 정치의 미래를 살펴봤다. 설문은 지난달 11~18일 만 16~21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250명은 이번 총선에서 첫 투표를 하는 만 18세 유권자다.
18세 유권자들은 ‘인성’을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250명 중 37.3%(91명)가 도덕성과 청렴도 등 ‘인성’을 언급했다. 이어 ‘공약 실천’ ‘공정함 및 신뢰성, 공익추구 의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응답자는 “나부터, 가족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득보다 국민 모두의 공정성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직한 인물에 대한 믿음은 공정한 사회에 대한 바람으로 이어졌다. 응답자들은 ‘21대 국회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청년실업(90.45점, 100점 기준), 부정부패(89.05점), 공정성(84.55점)을 꼽았다. ‘공정’에 대한 요구는 이상적인 의원의 자질과 사회의 모습 모두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입학 등 논란을 거치며 ‘공정’은 청소년·청년층의 주요 화두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국정수행 평가는 500명 중 47.2%(236명)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못하고 있다’가 36.2%(181명), ‘잘하고 있다’가 16.6%(83명)였다. 자신의 투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언론(63.0%), 부모(23.2%), 친구(3.6%) 순이었다. 18세 선거권 부여에 대해선 63.6%(159명)가 긍정 평가했다.
고희진·김상범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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