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항마 웨이브.. "국내 콘텐츠 많아 1위 탈환 가능"

이선필 입력 2020. 4. 9. 13:36 수정 2020. 4.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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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국내 OTT 플랫폼의 현 상황①] 김용배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이 말하는 경쟁력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여러 원인으로 미디어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플랫폼도 그에 따라 확장세입니다. 국내 OTT 플랫폼의 현 상황은 어떤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국내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 판도가 이렇게 빠르게 재편될 것을 누가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 글로벌업체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던 4, 5년 전만 해도 국내 OTT 플랫폼은 각자도생이었다. 

그 흐름이 최근 바뀌었다. 넷플릭스 자본력엔 미치지 못하지만 '규모의 한계'를 의식한 이들이 연합했다.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한 웨이브는 국내 OTT 사업자 중 그 몸집을 꽤 키운 결과물이다. 그것도 이해관계가 크게 달랐던 지상파 3사와 통신사업자 SK텔레콤과의 합작으로 말이다. 마침 국회에서도 관련 정책이 테이블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만 8개월을 지나는 시점에 웨이브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었다. 김용배 웨이브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을 7일 서울 상암동 웨이브 사무실에서 만났다.

웨이브의 구성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상파 3사 스트리밍 서비스와 SK텔레콤의 마케팅 만남이다. 2012년 출범했던 3사 스트리밍 서비스 푹(pooq)과 SK 콘텐츠 제공 플랫폼인 옥수수가 웨이브로 재편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웨이브는 출범 초기 2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각종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늦어지자 웨이브는 EBS 동영상 강의를 수급하는 등 발 빠르게 가입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중이다.

 
 웨이브 김용배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 웨이브
 
물밑 작업의 결과물은 '성공적'

"지상파 입장에선 광고 매출 감소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이었고, 통신사 입장에선 콘텐츠가 필요한데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김용배 부장의 말처럼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격이었다. 마침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도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는 때였기에 미룰 이유는 없었다. '온라인 시장과 유통시장의 활성화 모델'을 만든다는 기조로 모든 방송사가 협상 대상이었다. 웨이브의 주주사인 지상파방송사들은 현재 독자적인 연합 플랫폼을 구성 중인 CJ ENM과 JTBC와도 협력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견이 없을 수 없지. 의견 차이를 좁히는 과정, 합의 과정에서 계약서를 잘 만들어나갔다. 운영 정책과 방향이 지금의 계약서에 명기돼 있다. 외부에선 마치 개와 고양이 사이 같은 방송사와 통신사 연합이 잘 되겠냐는 등 여러 말들이 있었다. 근데 출범 후 서로 가져갈 수 있는 효과는 분명히 있어 보였다. 본 계약 체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자고 결론 내렸지. 각 방송사는 콘텐츠 공급을 충실히 하고 SK에선 마케팅을 지원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금도 그 방향대로 문제없이 잘 가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다. 김용배 부장은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자는 게 웨이브 출범의 기치였다"며 "주주구성 자체가 공영방송사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사들과 우리나라 대표 통신사가 들어가 있으니 국내 미디어 산업의 흐름을 간과할 순 없다"고 책임감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론 그렇고, 단계적으론 빠른 시일 안에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뒤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방송사별로 쪼개서 각 나라와 거래하기보단 웨이브 플랫폼으로 해외에 나가서 한국 콘텐츠 자체의 관심도를 높이는 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넷플릭스가 국내 점유율 1위인데 국내 콘텐츠가 받쳐주는 비중이 크다. 미국드라마 시청층이 물론 탄탄하겠지만 얼마나 되겠나.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에 들어왔을 때 국내 미디어 산업 위기론이 나왔는데 처음에 큰 반향은 없었다. 그러다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옥자>나 <킹덤> 같은 작품을 내놓고 결정적으로 국내 인기드라마를 사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그들의 자본력을 우리가 따라갈 순 없지만 국내 콘텐츠는 우리가 더 많이 갖고 있기에 1위 탈환은 가능하다고 본다.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을 넘자는 게 목표다. 가입자 속성(월정액을 지불하는 진성 이용자)을 놓고 보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티빙, 왓챠플레이, 넷플릭스 등 여러 OTT를 함께 이용하는 분들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웨이브가 여러 OTT 중 첫번째 옵션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 장동윤, 김소현, 강태오. 해당 드라마는 웨이브가 메인 투자로 참여하며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홍보됐다.
ⓒ 이정민
 
넷플릭스와 경쟁? "의식하지 않겠다"

아무래도 '토종 OTT 플랫폼'이라는 수식어가 언론 보도에 등장하면서 현재 1위 점유율인 넷플릭스와 경쟁구도를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김용배 부장은 "수치만 보면 경쟁 구도겠지만 자칫 그것만 보면 우리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기에 경쟁을 의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 정체성은 바로 콘텐츠의 양적, 질적 확대였다. 김 부장은 "JTBC와 CJ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 콘텐츠가 들어가 있는 만큼 콘텐츠에는 자신 있다"며 "(영화유통을 담당하는) KTH와도 협의해서 와도 협력해서 월정액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영화도 약 3500편 수준으로 확대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영국 드라마와 특히 중국드라마 구매를 공격적으로 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웨이브가 중국드라마 특장점이 있다고 언급되기도 한다.

물론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독자적인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했기에 이런 기술력까지 의식하지 않을 순 없다. "수집된 데이터로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어 적용 중이고, 따로 테스트도 하고 있다"며 그는 "다만 영화 부문에 한정해 부분적으로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방송 콘텐츠에 적용하기 어려운 게 드라마는 최신작 중심으로 요일마다 편차가 크다. 예를 들면 월화드라마는 월화수 정도에 수치가 올라갔다가 쭉 떨어지고, 주말드라마는 주말 무렵에 수치가 올라가다 주초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라이브러리 중심이라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편한데 우린 신작, 방영 드라마들이 섞여 있으니 알고리즘을 테스트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진 않더라. 신기술이라고 마냥 적용할 건 아니고, 콘텐츠에 맞게 적용해야 할 것 같다. 별개로 카테고리나 UI 개편에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해서 김용배 부장은 할 말이 있었다. 2000억 원 예산으로 적극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겠다고 밝혀왔는데 일각에선 방송사 채널에서도 공개되는 게 어떻게 오리지널일 수 있는지 비판도 있었기 때문. 지난해 9월 방영된 KBS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은 웨이브가 제작비 대부분을 투자하며 오리지널 시리즈로 알려진 바 있다. 

"오리지널 개념에 대해 질문이 많긴 했다. 넷플릭스 식의 개념이 아무래도 익숙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 의미라면 굳이 오리지널이라는 단어를 우린 안 써도 된다. 넷플릭스처럼 큰 자본이 있는 게 아니기에 엄청난 오리지널 대작 하나를 내세우기보단 꾸준히 수익을 내서 그걸로 재투자하는 게 맞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고집한다는 건 재원 자체를 없애버릴 위험이 크다. 그래서 결정한 방식이 제작과 판권에만 투자하는 거다. 웨이브는 온라인만 독점하고 TV방영, 유료방송 VOD, 해외수출로 유통수익을 가져오는 식으로 말이다. 나중에 가입자 수가 400만 정도 되면 좁은 의미에서의 오리지널 대작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넓은 의미의 오리지널 콘텐츠라면 올해도 계획하고 있다. 몇 편이 될지 모르겠지만 2분기에 'SF8 프로젝트'(MBC와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 8명의 감독이 참여하는 연작 시리즈)가 들어가고, 지상파나 종편 드라마 중에 투자를 확정한 게 몇 가지 있다."

 
 지난해 9월 16일 열린 < POOQ X 옥수수 통합OTT 웨이브 >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MBC 최승호 사장, KBS 양승동 사장, 최기영 과기부장관, 한상혁 방통위원장, SBS 박정훈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등 관계자들의 모습.
ⓒ 이정민
 
규모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대중의 콘텐츠 소비방식 변화 또한 가파르다. 김용배 부장은 "3, 4년 전만 해도 우리 주요 타깃은 20대 여성이었는데 지금은 3,40대는 물론이고 어르신들 또한 OTT 플랫폼을 이용하신다"며 "특히 웨이브엔 옛날 드라마, 레디메이드 콘텐츠가 많아 효도 상품처럼 자녀가 부모님께 제공하기도 하더라"고 주요 특징을 꼽았다.

그렇다고 마냥 국내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일.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 애플, 구글 등 초국가 기업이 OTT 플랫폼 시장으로 뛰어들었거나 몸을 풀고 있다. 김용배 부장은 "우리 수준에 맞는 역동성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며 각 플랫폼 사의 합병 내지는 연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람들이 OTT를 더욱 경험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티빙이나 왓챠, 포털 등이 연계하면 국내시장 활성화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도 보다 공격적으로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OTT 회사들끼리 경쟁 중인데 한계치는 분명하다.

각자의 전략이 있겠지만 누구 하나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우린 일종의 '콘텐츠 홀더'(contents holder) 연대를 제안하는 것이다. 각 방송사는 경쟁 관계지만 OTT에선 뭉쳐야 한다. 이 모델은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우리의 체력을 잘 키워서 해외 진출도 추진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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