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무서웠지.." 화마로 참변 울산 형제 추모물결 이어져

박수지 2020. 4. 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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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무서웠지.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랄게."

이웃주민 김모씨는 "형이 참 동생을 많이 아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파트를 지나갈때 마다 형제들 모습이 떠오른다"며 "아파트 안에 아직도 불에 탄내가 곳곳이 베어 있어 당시 형제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부디 형제가 좋은 곳으로 가 편안하길 바란다"고 애도를 전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형제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형이 동생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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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9일 오후 화재가 난 울산시 동구 전하동 한 아파트 앞에 울산형제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들이 놓여있다. 2020.04.09. parksj@newsis.com

[울산=뉴시스]박수지 기자 = "많이 무서웠지.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랄게."

울산에서 홀로 남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화마 속으로 뛰어든 형이 동생과 함께 참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9일 오후 동구 전하동 한 아파트 앞. 흩어진 유리파편 속에 놓여진 국화와 장미꽃 6송이가 지나가던 주민들 발길을 붙잡았다.

장미꽃 한 송이에는 '별이 되어 있을 형제와 부모에게 위로가 넘치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여성은 까맣게 그을린 아파트 외관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이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8일 새벽 불이나 18살 형과 9살 동생이 세상과 이별했다.

형인 A군은 이날 오전 4시께 친구와 함께 집 앞 편의점에서 걸어오는 길에 창문을 뚫고 치솟는 불길을 발견했다.

A군은 집 안에 홀로 있을 동생 생각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집으로 뛰어들었다. 10여 분 뒤, 커다란 굉음과 함께 A군은 13층에서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A군은 집 안에 들어가 안방에 잠들어 있던 동생을 거실 베란다 쪽으로 옮겼으나, 끝내 탈출하지 못하고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친구와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식탁에 초를 켜둔 채 외출했다. 그러나 창문을 열어둔 탓에 초가 넘어지면서 집 안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됐다.

형제의 부모는 생업 때문에 당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식당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영업 준비를 위해 가게에 있었고, 어머니는 경주에 있었다.

A군의 동생은 어릴적 사고로 뇌수술을 여러차례 받고 지난해 경북의 한 특수 학교로 전학을 갔었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경주에서 직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8일 오전 4시 5분께 울산시 동구 전하동 한 아파트 1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0.04.08.(사진=울산소방본부 제공)photo@newsis.com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어머니는 경주에 남고, 아버지와 형제들만 울산에 남아 지내왔다.

아버지 역시 최근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들면서 투잡을 하며 집보다 가게에 머무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주민 김모씨는 "형이 참 동생을 많이 아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파트를 지나갈때 마다 형제들 모습이 떠오른다"며 "아파트 안에 아직도 불에 탄내가 곳곳이 베어 있어 당시 형제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부디 형제가 좋은 곳으로 가 편안하길 바란다"고 애도를 전했다.

형제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도 이들에 대한 추모글이 올라왔다.

민중당 김종훈 동구 국회의원 후보는 SNS를 통해 "미처 피워보지도 못한 두 형제의 희생에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애도를 보낸다"는 추모글을 올렸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형제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형이 동생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동부소방서는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당시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가 더 빨리 번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97년 준공된 15층짜리 건물로, 당시 규정상 16층 이상만 스프링 클러 설치치가 의무화 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s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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