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 가도 못하고'..인천공항서 노숙하는 외국인들
[경향신문]
인천공항에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겨 오갈 데 없는 ‘외국인 노숙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9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4층 환승구역에 임신부와 4살 된 어린이 등을 포함해 러시아인 50여명이 있었다. 이들 상당수는 환승호텔에 머물고 있지만, 일부는 통로에 의자를 붙여 침대를 만들고 이불을 덮고 잠을 자는 등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노숙하는 러시아인들은 동남아를 여행하고, 인천공항을 거쳐 러시아로 입국하려다 러시아가 코로나19로 입국을 제한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한 임신부(29)는 남편·아들과 환승구역에서 9일째 생활하고 있다. 이 여성은 푸켓에서 방콕을 거쳐 인천공항에서 환승, 러시아 하바롭프스키로 가려고 했지만 항공편이 끊겨 발이 묶였다. 그는 “갈아입을 옷도 없고. 음식도 부족해 힘들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국심사를 하고 국내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못 나오고 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해외 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가격리를 하려면 호텔에서 1인당 10만원씩 1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환승장뿐 아니라 출국장에도 러시아인 30여명이 귀국할 항공기가 없어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러시아인을 포함해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곳곳에는 코로나19 등으로 자국으로 가지 못한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제1터미널에 있는 80여명의 러시아인들은 러시아에서 항공기 운항을 거부해 발이 묶인 것”이라며 “러시아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하는 러시아인 중 어린이와 임신부도 있어 간단한 식음료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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