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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우리 아파트엔 안 돼"..문 못 여는 노인시설

정원석 기자 입력 2020. 04. 09. 21:14 수정 2020. 04. 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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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노인 돌봄시설도 문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혼자 지내기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시설인데요. "내 집 앞이나, 우리 동네에 있는 건 싫다"면서 반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현수막들입니다.

약속을 안 지킨다며 마포구청을 규탄하는 내용부터 마포구에 살게 된 게 인생의 실수라는 다소 과격한 내용도 담겨 있는데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노인 데이케어센터, 주간 노인 보호 시설이 들어온다고 하자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A씨/주민 : 마포구청이 주민이 원하는 복리시설을 지어 주겠다고 공문으로 보내줬어요. 주민들하고 한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에 주민들이 화가 난 거예요.]

[B씨/주민 : 아이들이 굉장히 많이 이용하는 도서관이 있고 그래서 그게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이 많으시죠.]

해당 부지는 재개발 당시 구에 무상으로 귀속됐기 때문에 주민 요구를 수용할 의무는 없습니다.

3년 전, 구청은 해당 부지에 등기소를 지으려다 주민 요구를 수용해 취소하고 주민 편의시설로 지었습니다.

그 편의시설의 빈 공간에 노인 돌봄시설을 지으려 한 건데 반대가 심하자 구청도 당황한 기색입니다.

노인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설 공간입니다.

주민들은 어린이집이나 도서관을 원하고 있지만 이미 그런 시설들은 현재 이 공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인데요.

도로에서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거동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노인들을 이곳에서 돌보려고 하는 계획이지만 현재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개원이 미뤄진 상태입니다.

반대하는 주민만 있는 건 아닙니다.

[C씨/주민 : 필요한 거라면,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이건 너무 극단적인 것 같아.]

[D씨/주민 :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아이들을 위한 시설들이 많았으면 하는 의견들이 많은 것 같긴 한데 어차피 필요한 거고 전 별로 상관없는 것 같아요.]

인근의 한 데이케어센터에선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노인돌봄시설 관계자 : 거동 불편 어르신들이어서 센터를 못 오고 저희가 갖다 드리거든요. (코로나19로) 복지시설은 모든 게 다, 경로 식당도 다 휴관이어서요.]

이미 운영을 시작했는데도 주민 반발이 끊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서 있는 노인 데이케어센터인데요.

주민 반대에 부딪혀서 진통을 겪다가 올해 1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는데 보시는 것처럼 주민들이 붙여 놓은 반대 현수막은 물론 LED 현수막까지 둘러쳐진 상태입니다.

또 시설은 시설대로 운영을 시작했다고 현수막을 걸어놨는데 그야말로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E씨/주민 : 좀 떨어져 있으면 좋은데 이게 딱 안에 있잖아요, 중심에…그러니까 그것도 안 좋은 것 같고…]

[F씨/주민 : 아이들 노는 놀이터도 있는데 치매 노인 같은 경우는 그분들이 모르게 아이들한테 놀라게 한다거나…]

[G씨/주민 : 아파트값이 떨어지니까, (노인시설이) 들어오면… (주변에서) 떨어진다고 하니까 반대를 하는 거죠.]

큰 장애나 질환이 없는 경우엔 달리 도움받을 길이 없어 이런 데이케어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H씨/주민 (91세) : 너무 아파. 몸이 쑤시고 아파서 진통제 안 먹으면 못 견뎌요, 아파서. 음식도 제대로 못 해 혼자. 애들이 돼 버려.]

경기도 시흥시의 경우엔 아예 보건소에 돌봄시설의 일환으로 노인 학교를 마당에 만들고 소통과 활동의 공간으로 활용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주민들은 협의 과정이 부족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습니다.

노인 돌봄시설이 혐오시설 취급을 받는 상황이 씁쓸할 따름입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이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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