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국' 싱가포르, 이주노동자 집단감염에 '비상'

2020. 4. 10. 13: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가 최근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기숙사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속출하면서 코로나19 폭증 위험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당국의 이주노동자 집단격리 조치가 오히려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을 키웠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주노동자들 처우와 관련한 비판과 성찰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9일) 287명이 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적 확진자가 1천910명으로 늘었습니다.

확진자 287명은 하루 규모로는 가장 많습니다. 하루 전 '일일 최다'였던 142명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그만큼 확산 속도가 큽니다.

신규 확진자 중 외국인노동자 기숙사 관련 사례가 202명이나 됩니다.

특히 S11 기숙사의 경우, 166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적 확진자가 283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기숙사는 미얀마, 인도,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1만3천여명이 거주합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10곳 안팎의 기숙사 중 이곳을 포함해 네 곳이 격리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다수의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 대해 싱가포르 당국은 진원지로 한 쇼핑센터를 지목했습니다.

이 쇼핑센터를 찾았다가 감염된 이주노동자들이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가 식사를 준비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에게 감염이 확산했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당국은 5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관련 확진자가 90명을 넘어서자 기숙사 두 곳을 봉쇄하며 2만명 이상을 집단 격리했습니다.

그러나 조치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기숙사 내 좁은 공간과 위생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싱가포르 마운트 엘리자베스 병원의 전염병 전문의인 렁 호 남 박사는 블룸버그 통신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들이 방에 2주 동안 서로 접촉하지 않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렁 박사는 일본 요코하마항 정박 과정에서 3천700여명의 탑승자 중 7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태와 비교하며 "솔직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칫 엄청난 혼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결국 싱가포르 당국은 필수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건강에 이상이 없는 이주노동자 5천여명을 군부대나 비어있는 공공주택 그리고 국제에어쇼가 열렸던 창이 전시장 등으로 옮겼습니다.

동시에 격리 조처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식사 및 위생 상황을 개선하고, 코로나19 검사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조세핀 테오 인력부 장관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자료를 인용한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는 20만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미얀마, 인도, 중국 등에서 온 이들 중 다수는 건설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전역의 43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내 이주노동자 권익 옹호 단체에서는 이들의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방 하나를 10명 이상이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노동자는 AFP 통신에 "한 방에 12명이 함께 사는데, 어떻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하겠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 34살 벤카테 S.H는 최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부엌은 물론 방에도 바퀴벌레가 많다. 화장실 소변기는 소변으로 넘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싱가포르 지부도 6일 성명을 내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적절한 공간이나 적절한 급수·위생 시설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수천 명을 극도로 밀집한 공간에 격리하는 것은 재앙을 가져오는 처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베테랑 외교관인 토미 코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주노동자들을 현재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것이 아닌 방식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경종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고 AFP 통신은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