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스벅' 무너뜨린 美기업 사냥꾼

강기준 기자 2020. 4. 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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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Eat - 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회계부정 루이싱커피, 하루아침에 몰락
10년간 중국기업만 사냥하는 헤지펀드
걸리면 무조건 폭락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커피. 모델은 탕웨이. /사진=루이싱 홈페이지.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 커피의 주가가 지난 2일 하루만에 75% 폭락했습니다. 회계조작을 시인하면서 입니다. 결국 지난 7일부터 미국 뉴욕 증시에서 루이싱커피의 거래는 중지됐고,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창업 3년째에 스타벅스가 20년간 중국 시장에서 이룬 업적을 따라붙으며 ‘중국 역사상 이런 기업은 없었다’는 평가까지 받던 루이싱 커피는 4년째는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남은 무료 쿠폰을 소진하려고 고객들이 몰려 매장을 비롯해 앱까지 마비되는 등 혼란입니다.

이런 루이싱커피의 몰락에는 중국 기업들에겐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헤지펀드 ‘머디워터스’의 리서치 회사인 ‘머디워터스 리서치’가 있었습니다. 머디워터스의 화려한 전적을 보면 루이싱커피는 상장폐지되거나, 살아도 산게 아닌 기업이 될 운명처럼 보입니다.

루이싱 커피에 무슨 일이
루이싱커피 주가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주가가 폭락하던 날, 장 개장 직전 루이싱커피는 내부조사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중 22억위안(약 3800억원)이 부풀려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루이싱커피는 지난 7일에는 5억달러가 넘는 채무를 갚지 못한다며 루정야오 회장과 첸즈야 사장 등 경영진이 보유 주식을 대거 내놓기도 했습니다.

머디워터스는 지난 1월31일 89쪽 짜리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루이싱커피가 하루 평균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 69%, 4분기엔 88%나 부풀렸다고 이밖에 광고 지출 내역 등 영업 데이터를 부풀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머디워터스가 익명의 제보자한테 받은 이 보고서는 1500여명의 직원을 동원해 1만1260시간에 달하는 매장 비디오를 분석했습니다. 981일간의 기록을 하루 평균 11시간30분씩 들여다 본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커피를 주문한 고객수를 관찰하고, 2만6000여건의 영수증을 분석해 매출이 부풀려졌다는 결론을 냅니다. 머디워터스는 그러면서 루이싱커피가 출혈 경쟁으로 공짜 커피를 뿌리며 증시에 상장했을 때부터 망가져 있던 기업이었다면서 공매도를 걸었다고 밝혔습니다.

루이싱커피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2월 한번의 대폭락 후 주가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결국 두달여만에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무너지게 됩니다.

중국기업에 ‘빅쇼트’…월가 큰손도 당했다
머디워터스 CEO인 카슨 블록. /사진=블룸버그통신.

머디워터스는 중국 기업들에겐 저승사자로 불립니다. 지난 10여년간 수십개의 중국 기업들이 머디워터스의 공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습니다. 대개는 회계부정이 사실로 드러나 상장폐지 당하고 사라졌지만, 설사 살아남더라도 한번 ‘조작 기업’으로 낙인 찍힌 곳은 다시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머디워터스는 매번 공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머디 워터스가 처음 중국 기업 사냥꾼이 된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CNN에 따르면 당시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던 머디 워터스의 창업자인 카슨 블록은 중국의 유망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기업들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게 허베이성에 본사를 둔 오리엔트페이퍼라는 업체였습니다. 블록은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공장까지 방문해 제조시설을 둘러봤습니다. 거기서 블록은 공장 시설이 “오래된 장난감” 수준으로 너무 낡은 데다가 공장 진입로도 수백대의 트럭이 다니기 힘든 비포장도로임을 발견했습니다. 공장 밖엔 쓰다버린 종이가 수북히 쌓여 있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AFPBBNews=뉴스1


이후 블록은 수천만달러의 매출, 자산, 마진율 등을 부풀렸다며 회계 조작을 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머디워터스는 이 회사를 공매도한 뒤 월가의 지인 50명에게 보고서를 보냈고, 곧 이 사실은 입소문을 타고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보고서가 공개된지 단 3일만에 오리엔트페이퍼 주가는 40% 급락했습니다.

오리엔트페이퍼는 억울하다며 외부업체 3곳에 조사를 의뢰했고, 이후 아무런 부정의 증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그때는 보고서 공개 후 주가가 60% 폭락한 상태였습니다. 이 회사는 이후 IT테크패키징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주가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머디워터스가 스타덤에 오른건 2011년 캐나다 증시에 상장돼 있던 중국 최대 벌목업체 시노포레스트를 무너뜨리면서 입니다. 머디워터스의 보고서에 이 회사는 주가가 70%넘게 폭락했고, 거래 중단 후 결국 상장폐지까지 당하게 됩니다. 경영진은 줄줄이 사퇴했고, 이때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존 폴슨도 시노포레스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발을 빼야 했습니다.

이 회사는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머디워터스를 고소하겠다고 했는데 블록 창업자는 “파산신청을 하면서 우리를 고소하는게 아이러니하다”는 말을 남깁니다.

”미래는 논하는건 신이 있냐 논쟁하는 것과 같다”
루이싱커피. /AFPBBNews=뉴스1

블록이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 사례를 밝혀내는 비결은 뭘까요. 그는 “미래를 보고 따지는 건 신이 존재하는지를 두고 논쟁하는 것과 같다”면서 “나의 분석은 과거에 방점을 찍는다. 대부분은 과거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만, 난 과거에 잘못 예측한 것들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인수합병을 추진한 기업은 분명히 적신호를 낸다”면서 “회사가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장부를 조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회사 이사진을 조사하거나 주요 투자자를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지난 8일 중국 최대 교육기업인 탈 에듀케이션은 내부 감사에서 고의로 매출을 부풀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업체는 머디워터스가 2018년 보고서를 내고 매출을 조작했다고 지목한 기업입니다.

여기에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동영스트리밍업체 아이치이(iQiyi) 역시 머리워터스와 울프팩리서치가 합동으로 매출과 가입자수를 각각 44%, 60% 부풀렸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블록은 루이싱커피 사례를 들며 ‘공매도의 순기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루이싱커피 시가총액은 지난 2일 하루만에 6조원 가량 증발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계속해서 부정을 저지르는한 머디워터스는 앞으로도 당당히 공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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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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