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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더오래]돈 안들이고 농사 체험..'우프'를 아시나요

김성주 입력 2020.04.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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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68)
음식점을 하는 경기도 성남에 사는 박씨(62세). 전라남도 고흥으로 귀농·귀촌을 결심했다. 그 이유는 고흥이 토종 커피의 메카로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커피를 좋아하고 외식업을 하고 있었기에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직접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마시는 낭만을 은퇴 후에 즐기겠다고 작정했다. 그래서 가게를 접기로 하고 커피 여행을 나서기로 했다. 커피 여행은 주로 남미,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 많이 가기 때문에 여행 코스를 조사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일정 중에 이동 경로와 교통, 숙박은 예약하기가 쉬웠지만 정작 커피 농장에 가서 커피 재배와 유통에 대해서 배우고 체험하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던 것이다.

농사를 돕고 배우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프(WWOOF, 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다.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됐고 친환경 농가에서 하루 반나절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활동이다. 전 세계 150여 국가에서 시행하고 1년에 15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이다.

[사진 우프코리아 홈페이지]


농장주를 호스트라고 하며, 봉사하러 가는 사람을 우퍼라고 한다. 우퍼는 농장에 가면 호스트의 농사일을 돕는다. 워킹 홀리데이처럼 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취업의 개념이 아니라서 말 그대로 일손 돕기 정도만 한다. 비화폐 교환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유기농가와 자원봉사를 결합한 세계적 시민운동이다. 하루에 반나절 일손을 도와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이 원칙이고, 나머지 시간은 그 지역을 자유롭게 돌면서 놀고 즐길 수 있다.

우프는 숙식이나 일손 제공보다 사람과 사람의 교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나라와 지역의 농촌을 더욱 깊게 알게 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나라마다 대표부가 있는데 한국은 우프코리아가 대표부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프 농장을 선발하고 관리 교육을 한다.

한국에는 우프 농장이 현재 70개가 있다. 반드시 친환경 농사를 지어야 하고 봉사자가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어야 해서 우프코리아에서는 3단계 심사(서류심사, 전화심사, 방문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또한 우퍼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1년마다 재승인되는 형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우프에 참여하려면 희망하는 나라의 우프 사이트에 가서 1년 멤버십에 가입해야 하는데 대략 그 비용이 5만~8만원 정도라서 부담이 없다. 멤버가 되면 농장의 정보를 볼 수 있고 희망하는 농가에 본인 소개를 포함해 희망하는 날짜를 신청하면 호스트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한곳의 농장에 최소 2주 정도 머물길 세계우프 대표부에서는 권장하고 있다. 그래야 서로 친숙해지고 깊은 교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프코리아 관계자 말에 따르면 한국우프에 참여하는 우퍼들이 한해 1000명에 가까운데, 그중 65% 정도는 외국인이고 내국인은 35% 정도다. 요즘엔 40~60대 중장년층이 한국 우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귀농·귀촌을 하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농촌을 경험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해외우프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데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계획하면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해외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방송사에서 퇴직한 송씨는 30년 동안 가족들을 책임지며 직장 생활을 했는데, 막상 은퇴하고 보니 그동안 나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지내 온 것 같아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하다 우프를 알게 되었다. 해외 호스트가 우프 경험이 있으면 더욱 환영한다는 우프코리아 관계자의 말을 듣고, 한국에서 한 달간 우프를 경험하고 뉴질랜드 두 곳에서 우프를 했다.

비슷한 또래의 호스트 부부를 만나 함께 일을 하며 여가 시간에는 호스트와 함께 야외공연장을 다니며 음악회를 다녀오고 불꽃놀이도 보러 다니며 가족과 같이 지내다 왔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도 계속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우퍼는 농장에 가면 호스트의 농사일을 돕는데 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취업의 개념이 아니라서 말 그대로 일손 돕기 정도만 한다. 숙식비가 따로 들지 않아 전세계 우프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 pxhere]


한국인이 선호하는 우프 국가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일본, 미국이다. 대부분이 영어권 국가인데, 숙식비가 따로 들지 않다 보니 전 세계 우프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보니 그 나라 언어를 어느 정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요즘은 번역기 등이 발달되어 있다 해도 호스트와 직접 대화하며 교류하는 것이 진정한 우프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우프를 가기 전에 평상시 언어공부를 해두면 좋고 시간이 부족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실력을 향상하고 싶으면 대학생들처럼 해외 어학연수도 3개월 정도 받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일반 영어권 나라도 좋지만 비용 면에서도 부담이 적고 영어 선생님과 1:1 수업이 이뤄지는 필리핀에서 영어공부를 추천한다. 기숙사에 머물며 식사도 모두 제공이 되기에 편리하다.

전 세계 호스트 중 가장 많은 연령대가 50~60대로 은퇴자들과 동년배인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대화가 되면 서로 깊은 교류를 할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이다.

우프코리아에서는 해외우프 신청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해외 우프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하고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어학에 대한 안내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귀농·귀촌을 앞두고 새로운 농업·농촌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면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시니어들이 우프를 이용한다면 해외 어디엔가 있는 그 농장의 주인도 같은 시니어가 대부분이므로 서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매력이 있어 보인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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