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 국내주식 '팔자 행진', 채권투자는 '역대 최대'

채권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국내 주식을 장기간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는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와 통안증권 등 전체 상장채권의 잔고는 이달 9일 현재 134조4천1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감원이 2002년 8월 외국인의 일별 상장채권 보유 잔고 통계를 공개한 이래 가장 많은 액수이며, 지난달 말보다 1조843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외국인은 비상장채권 보유 규모가 미미해 상장채권 잔고 추이가 사실상 전체 채권 보유액의 흐름을 보여준다.

외국인의 상장채권 잔고를 월별로 보면 지난해 9월(이하 월말 기준) 127조1천881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차츰 하락해 12월에는 123조8천714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매달 잔액이 증가해 지난달 133조3천259억원으로 처음 130조원을 넘겼고,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은 매매액이 아닌 보유 잔액 증감을 지표로 투자를 늘렸는지 또는 회수했는지 판단한다. 주식과 달리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면 매도를 하지 않아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 투자를 꾸준히 늘리는 것은 최근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대거 순매도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5일부터 27거래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액은 13조8천718억원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채권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진 결과로 보인다.

채권시장이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등으로 최근 다소 안정을 되찾은 부분도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의 경우 지표물로 통용되는 3년물 금리가 지난 10일 연 0.970%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국채 3년물은 지난달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 전격 인하한 뒤에도 오히려 금리가 오르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5거래일 연속 금리가 하락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한편 주식의 경우 지난달 1,5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가 최근 1,800선을 회복하는 등 반등하자 외국인 매도세도 수그러들 조짐을 보인다.

외국인 순매도액은 이달 1일 5천782억원, 2일 6천234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차츰 감소해 지난 10일에는 5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번 연속 순매도 기간 중 가장 작은 액수다.

◇ 외국인 국내 상장채권 보유 잔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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