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상 보고 싶냐" 투표까지..끝없이 나오는 '유사 n번방'

박은주 기자 2020. 4. 1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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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와 '○○녀' 득표수가 같네요. 2시까지 투표합니다."

'n번방' '박사방'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성착취물이 공유되고 있는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지난 9일 오전 3시 수상한 글이 올라왔다.

대화방 운영자는 n번방, 박사방, ○○녀 등 5개의 선택지를 제시한 뒤, 이용자들에게 보고 싶은 영상을 고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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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새벽 한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방에 올라온 투표. 연합뉴스


“‘박사’와 ‘○○녀’ 득표수가 같네요. 2시까지 투표합니다.”

‘n번방’ ‘박사방’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성착취물이 공유되고 있는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지난 9일 오전 3시 수상한 글이 올라왔다. 대화방 운영자는 n번방, 박사방, ○○녀 등 5개의 선택지를 제시한 뒤, 이용자들에게 보고 싶은 영상을 고르라고 제안했다.

가장 많은 표가 몰린 영상은 ○○녀였다. 운영자는 수십 기가바이트(GB) 분량의 압축파일 여러 개를 대화방에 올렸다. 성착취물이었다.

검찰이 텔레그램 내 ‘성착취물 유포방’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유사 n번방’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대화방도 수사 대상이며, 검거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유사 n번방들은 성착취물을 짧게는 3~4시간에서 길게는 1~2일간 공유한 뒤 ‘폭파’(대화방 삭제)하고 새로운 방을 만드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하고 있었다. 새로 만들어진 방 주소는 ‘대피소’ ‘공지방’ 등으로 불리는 별도 대화방에 공지된다.

10일 오전 1시 20분쯤 개설된 ‘△△ 산책길 XI’라는 제목의 성착취물 공유방에는 4시간 동안 118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방은 최초 개설 이후 폭파와 재생성을 반복할 때마다 뒤에 붙는 로마 숫자를 1씩 늘려왔다. 해당 대화방은 ‘11번방’인 셈이다. ‘갓갓’이 최초 개설한 것으로 알려진 n번방과 유사한 방식이다.

200여명이 접속한 이 11번방에는 아동·청소년으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용자들은 “(방 번호가) 오늘 대체 몇번까지 올라가냐” “잘 받아 간다” 등의 메시지를 띄우거나 자신이 소지한 영상을 올리며 대화방에 참여했다.

지난 9일 밤 550명이 접속한 ‘□□방 시즌3’이라는 제목의 텔레그램 대화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방 운영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착취물 영상 ‘샘플’을 올린 뒤 “어떤 영상을 보고 싶냐”며 투표에 부쳤다. 이후 ‘시한부 □□방 시즌2’라는 제목의 대화방 링크를 올리고 “이 방에 곧 영상을 풀 예정이니 들어가 있으라”고 안내했다.

운영자는 “아청물(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성착취물)을 올리면 ‘완장’을 준다”며 이용자들에게 영상 유포를 독려하기도 했다. 완장은 성착취물 공유방 가입자들이 운영진을 일컫는 은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같은 유사 n번방에 대해 “n번방, 박사방에 올라오지 않은 영상을 올리거나 링크를 공유하는 경우도 수사 대상이고, 실제로 검거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텔레그램 본사의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운영자·이용자를 추적하는 기법을 개발해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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