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국' 싱가포르의 추락..'방심'이 화 불렀나

김남권 입력 2020. 4. 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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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80만명에 확진자 2천명↑..개학 강행 안일함에 '뒷북' 마스크 착용까지
책상 양옆으로 떨어져 앉아 수업을 받는 싱가포르 초등학생들 [옹 예 쿵 교육부장관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받던 싱가포르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한 달여 전만 해도 확진자가 160명대에 불과해 대만, 홍콩 등과 함께 코로나19 대응 모범생으로 전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싱가포르다.

그러나 이제는 인구가 약 585만명에 불과한데도 코로나19 확진자는 2천299명(11일 기준)으로 2천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전혀 다른 양상이 됐다.

인구는 한국(약 5천129만명)의 11% 정도지만, 확진자는 한국(이날 현재 1만512명)의 20%가 넘는 것이다.

전 세계와 '반대'로 간 개학 강행에서부터 마스크 착용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그에 따른 '늑장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학교가 더 안전" 개학 강행…무리한 자신감? = 다수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싱가포르는 지난달 23일 봄 방학이 끝나자 예정대로 학교 문을 열었다.

옹 예 쿵 교육부 장관은 당시 페이스북에 "성인들보다 어린이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덜 감염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며 "학교 안이 더 안전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설사 학교 안에서 관리가 잘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등하굣길 많은 사람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고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는 묻혔다.

그러나 개학 이틀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 유치원에서 교사 등 20명가량이 집단 감염되고, 한 국제학교 직원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며칠 만에 교육 당국은 일주일에 한 차례 재택수업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달 2일에는 비록 가족에게서 감염됐다고는 하지만 한 초등학교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급증하면서 결국 리셴룽 총리는 3일 대국민 담화에서 재택수업 전환을 전격 선언하며 '개학 강행'이 무리한 조처였음을 시인한 셈이 됐다.

싱가포르에서 한 여성이 폐쇄된 해변을 바라보고 있다. 2020.4.11 [로이터=연합뉴스]

◇ "건강하면 안 써도 된다"…독(毒)이 된 안일함 =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는 달리 마스크 정책에 대해서도 '마이 웨이'를 고집했다.

건강한 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다수의 동남아 국가들이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슈퍼마켓이나 마트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일부 국가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까지 물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서면서 결국 기존 입장에서 또다시 물러섰다.

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49명으로 1천명을 넘어서자 그다음 날 리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건강하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기존 방침에서 탈피,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는 무료로 마스크까지 배포하며 나섰다. 그러면서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확진자가 2천명을 넘어서자 그제야 부랴부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나섰다.

기업 싱가포르(ESG)와 싱가포르 관광위원회(STB)는 11일 밤 공동 성명을 내고 "쇼핑몰과 슈퍼마켓 등은 다른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려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청(NEA)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40곳의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교통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마스크 착용을 놓고 이뤄진 '늑장 결정·대처'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싱가포르 당국이 격리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머무는 기숙사 실내 모습 2020.4.7 [싱가포르 인력부 제공/EPA. 재판매 및 DB 금지]

◇ 20만명 넘는 이주노동자 밀집 기숙사 격리 조치도 논란 =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명 이상으로 며칠 만에 급속하게 늘어난 이유는 이주노동자 기숙사들에서 폭발적으로 환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루에 100명 이상은 물론 2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은 날도 있었다.

싱가포르에는 20만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43곳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주노동자 단체가 문제를 제기해 온 좁은 공간과 비위생적 환경 등으로 인해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당국은 필수 분야 종사자 위주로 건강에 이상이 없는 이주노동자 5천여명을 군부대나 비어있는 공공주택으로 옮겼다.

그러나 아직 2만명이 훨씬 넘는 이주노동자들은 기숙사에 격리된 상태다.

당국은 식사 및 위생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과정에서 3천700여명의 탑승자 중 7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태가 이번 기숙사 격리 과정에서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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