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투표일 다가오자 '마술'처럼 환자 급감.."공격적 검사해야"

장세정 입력 2020.04.13. 00:34 수정 2020.06.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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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사 '코로나 검사 축소' 의혹 제기]
"검사를 안하고, 못하게 하고 있다"
질본 "사례정의 예시했을 뿐" 반박
"정부·병원, 소극 검사에 이해일치"
전국 2만명 무작위 표본조사해야
신천지 21만 명 샅샅이 파헤쳤듯
수도권 요양병원·요양원 검사해야
중대본 "의혹 제기 사실 아냐" 해명
현장의 의사들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검사로 코로나19를 찾아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 대구 현지에서 한 달 간 봉사하는 중에 온몸이 땀에 젖은 방상혁 의사협회 코로나19 지원단장(사진 왼쪽부터). 장세정 기자



투표일 다가오자 '마술'처럼 확진자 급감…"공격적 검사해야"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중견 의사 B씨는 최근 SNS에 실명으로 마치 '양심선언' 하듯 글을 올렸다.

"검사를 안 하고, 아니 못하게 하고 있다. 총선 전까지는 검사도 확진도 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 의심 환자 가이드라인(검사 대상을 지정하는 사례정의)이 개정되면서 이전에는 의사 소견에 코로나19가 의심되면 검사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CT(컴퓨터 단층 촬영)나 X선에서 폐렴이 보여야 검사가 되고 그냥 하려면 16만원이 부담되기 때문에 노인분들은 대부분 검사를 거부한다.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병원을 처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정부가) 엄포를 놓고 있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내용이 충격적이라 의사 B씨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당사자와는 연결되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병원 직원은 "SNS 글은 의사분 개인 의견일 뿐이고 우리 병원은 상관없다. 예정대로 검사 다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꺼리는 듯했다.

이번 의혹은 따져보면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코로나19 사례정의를 수정하면서 촉발했다. 2월 20일부터 적용한 기존 6판까지는 조사 대상을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2일 개정한 7판 이후부터는 '원인 미상 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로 수정했다. 샅샅이 파헤친 신천지 신도 21만 명 전수조사 종료(3월 10일)를 앞둔 시점이었다.

'원인 미상 폐렴 등'이라는 문구가 갑자기 추가되자 일선 의사들은 CT나 X선 검사에서 폐렴이 보여야만 검사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적극적 검사에 부담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이와관련, 공공병원 의사 A씨는 "검사를 적극적으로 안 해주는 이유는 정부와 병원의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검사를 소극적으로 해서 확진자가 적게 나오면 정부는 방역 성공론 홍보에 도움이 되고, 확진자가 안 나오면 병원은 폐쇄(최소 2주일)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검사 현황. 신천지 신도 21만명 전수 조사 때는 공격적으로 파헤쳤지만, 이후에는 적극적인 검사를 하지 않아 누적 확진자가 별로 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다.

실제로 4·15 총선 투표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검사 건수가 줄어들고 확진자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신천지 전수조사가 시작된 2월 27일 2만 5568건이던 1일 누적 검사 건수는 3월 3일 3만 5555건으로 정점을 찍는다. 신천지 조사가 마무리된 3월 10일에 1만 8452건으로 줄어든다.

신천지 검사 종료로 지역사회 감염을 찾아내기 위한 적극적 검사를 진행할 여력이 생겼는데도 질본이 검사 지침을 6판에서 7판으로 수정하면서 검사 건수는 다소 줄어들었고 4월 11일에는 1만4070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일주일 신규 확진자 수는 5일 81명에서 6, 7일 각 47명으로 감소했다. 8일 53명, 9일 39명, 10일 27명, 11일 30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질본은 "지금까지 누적 검사가 51만 건이어서 국민 100명당 1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명이 확진 받기 까지 수차례 검사를 받기 때문에 100명 중 1명은 통계 부풀리기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3일 보도 해명 자료를 내고 "통계 부풀리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방대본은 앞서 밝힌 51만명은 검사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중복 검사를 포함하면 86만건을 검사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11일 방대본 브리핑에서도 검사 축소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준욱 부본부장은 "조사 대상 환자의 예를 든다는 차원에서 '원인 미상 폐렴 등'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물론 방역을 철저히 했는데도 확진자가 적게 나왔다면 천만다행이다. 문제는 여전히 일선 의사들은 질본의 개정 가이드라인 때문에 검사 부담을 느끼고, 적잖은 국민은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 가면 코로나19 검사를 잘 안 해준다"고 불만을 토로한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사전투표가 한창이던 지난 10일 오후 갑자기 SNS에 "부활절(12일)과 총선(15일)만 잘 넘기면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공교롭게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감염 예방을 실천할 수 있는 '생활방역' 체계 논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과 중대본의 메시지는 코로나19가 곧 끝날 것 같은 기대감을 자극한다. 도대체 무슨 요술 방망이가 있길래 총선이 끝나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는 말일까. 아니면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또 방심하다 2차, 3차 확산이 벌어질까. 정치인이 아닌 의사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대구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이 온몸이 땀에 젖어 탈진한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 방상혁]

①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공격적으로 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 환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검사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제약 없이 조금의 의심만 있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 대한 집중 검사로 잠재환자를 계속 찾아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진단키트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다. 검사 비용과 노력은 우리 사회 전체가 지불하는 희생과 비용에 비하면 적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은 의료기관에 구상권을 행사한다면 일선 의료기관은 코로나19 환자를 기피할 것이다.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넘어간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많은지 항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청검사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집단면역 전략을 세울 수 있다.

②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질본은 지역사회 감염 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 언론에는 "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달 넘도록 같은 대답만 한다. 표본조사라도 하자고 의사협회가 권고했지만 질본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너무 소극적이다.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유효한 조사 건수를 사전에 무작위로 정해 코로나19검사를 실시해 양성률과 음성률을 산출해야만 코로나19 관리를 과학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지금은 검사 역량도 충분히 있다. 일주일 정도만 전국단위로 2만명 정도 무작위로 표본 조사하면 될 일을 아직도 안 하고 있다. 전국적 감염 현황과 실태를 애써 외면하고 발생한 환자만 쫓아다닌다. 이런 게 ‘깜깜이 방역’이다.
1% 선이던 치명률이 2%까지 치솟은 것은 3월 이후 요양병원·요양원 및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염 예방과 관리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다. 이들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관리는 지자체 업무이지만 질본과 방대본이 전수조사 지침을 내려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의존해 요행만 바라는 것 같다.

방상혁 의협 코로나19 지원단장(왼쪽)이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에서 '코로나 동지들'과 한 데 모였다.

③방상혁 의사협회 코로나19 지원단장=사례정의 7판부터 ‘원인 미상의 폐렴 등’이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일선 의사들은 검사 대상이 축소됐다고 반발하는데도 정부는 문제 된 부분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후각과 미각 기능 저하 증상을 추가해서 검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 수동적인 방역이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역을 해야 한다. 검사를 많이 할수록 확진자는 늘어난다.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부담을 무릅쓴 권영진 대구시장을 높게 평가한다. 대구의 경우 요양원 등 노인시설 258곳, 1만2573명 전수조사에 불과 12일이 걸렸다. 수도권이 위험한데 확진자 증가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지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
방상혁 "코로나 방역은 과학이지 정치가 아니다"
방상혁(사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 지원단장 자격으로 한 달동안 최전선 대구에서 사투를 벌였다. 충북 충주의 산골에서 2주간 자발적 자가격리 중인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대구에서 느낀 점은.
"처음 대구에 내려가 무너진 지역 경제와 시민들의 고통, 환자분들과 사망자를 겪으며 의사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우주와 자연 앞에서 그저 티끌같은 인간이 그동안 너무 자만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용학자가 아닌 현장 전문가가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광우병 때처럼 정치적 잣대에 따라 본질이 왜곡되면 국가적 혼란을 막기 어렵다. 대통령은 민주성·투명성·개방성의 3대 원칙에 입각한 한국의 방역을 해외에 자랑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감염병 방역에는 절대성·투명성·폐쇄성이 요구된다. 중국 유입 감염병을 정치적 논리로 다루니 200명이 넘는 무고한 생명을 잃은 것이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의학은 과학이지 정치가 아니다."

-현장과 다른 탁상행정은 없었나.
"대구에 가자마자 겪은 일이다. 2월 28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대구 의료진에게 전신 방호복 약 4만7000개와 마스크 7만7000개를 보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방호복이 부족한 대구의 11개 선별진료소 어디에도 방호복이 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한 말, 그리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한국인 책임론' 발언은 황당했다."

방상혁 의사협회 코로나19 지원단장은 대구에서 한달간 봉사한 뒤 충주 산골에서 2주간 자가격리 중이다.

-자가격리 중인 의사 입장에서 전자팔찌(손목밴드)를 어떻게 보나.
"확진자 동선 공개나 자가 격리 앱을 통한 위치 추적 등은 평시 기준에서 보면 심각한 인권 침해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방역이 우선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감내하고 있다. 5만명이 넘는 대규모 격리자를 관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손목밴드는 목적에 맞게 기능을 최소화하고 데이터의 완전한 폐기를 통해 인권 침해 우려를 없애야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인천의 한 병원 의사 B씨의 검사 축소 의혹 제기("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못 하게 하고, 이에 따라 총선 전까지 검사와 확진 수가 늘지 않을 것 같다")에 대해 방대본은 13일 해명 자료를 냈다.
방대본은 "정부는 진단검사에 대한 의사의 판단을 존중하여 실제 지금까지 의료기관의 검사 청구에 대해 의학적 판단을 이유로 삭감한 사례 없이 모두 그대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적극적 검사를 꺼릴 요인이 없다. 우리 진단검사 체계는 의사가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국민이 자체 비용을 지불하면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정부는 검사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개입을 한 적이 없으며 의사의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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