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1번 찍는' 軍 망령의 부활?
'기무사 계엄 문건'을 수사한 군·검 합동수사단 출신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1번을 찍자"고 한 사실이 알려졌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수개월 동안 계엄 문건 수사를 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이 사안을 문제 삼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1번 찍자'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혹여 더 나아가 정권이 바뀌면 더욱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었다는 전언도 나왔다.
국방부는 이와 같은 본지 보도에 대해 "당시 독립적인 특별수사단을 구성하여 누구의 지휘·감독도 받지 않고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했다"고 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의 해명보다는 보도된 합동수사단의 발언이 더욱 신뢰가 간다는 얘기가 나왔다. 애초에 계엄 문건 수사 자체가 무리였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105일 동안 204명을 조사한 계엄 문건 수사는 청와대 하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관련자가 단 한 명도 유죄를 받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현 정권하의 군사 법원이 무죄를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났기 때문에 합동수사단 출신 한 인사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했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난데없는 '보안조사'를 받고 있다. 군 감시·정찰 자산 관련 몇몇 보도에 대해 유출 경위를 파악하겠다며 국가정보원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직원들을 조사하고 휴대전화 제출까지 요구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관련 보도를 부적절하게 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비슷한 종류의 기사들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군은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조사 대상으로 분류된 한 인사는 "총선을 앞둔 '뜬금포 조사'이고, 총선용 군기 잡기라고밖엔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의 군에 대한 개입은 이번 정권만의 일은 아니지만 현 정부 들어 그 정도가 심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군은 알아서 정치적 '자기 통제'를 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대북 관련 사업은 아예 청와대에 일일이 보고하고 통제받기 때문에 알아서 코드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일선 부대 한 부대장은 "북한이 민감해할 만한 무기 도입은 당연히 알아서 알리지 않는 기조이고, 대북 관련 활동으로 오인될 수 있는 행동은 아예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군인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다. 과거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반성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석에서 부하들에게 정권 편을 드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지휘관이 있다는 증언도 있다. 군인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의사는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근거가 국익이 아닌 자신들의 사익과 정치적 목적 달성이라면 곤란하다. 청와대가 정치군인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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