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르겠다"..일본서 코로나19 감염자 괴롭힘 확산

김예진 2020. 4. 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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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발발 '교토산업대'에 불지르겠다 협박전화
크루즈 탑승 여성의 거주지·이름 공개요구도 빗발쳐
전문가 "싸우는 대상, 사람 아닌 코로나19"
[도쿄=AP/뉴시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된 도쿄의 긴자 거리가 지난 10일 한산하다. 2020.04.13.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괴롭힘이 확산하고 있다. 공개 정보를 악용해 소속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에 신상정보를 캐려는 전화가 빗발치는가 하면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까지 나왔다. 일본 내 코로나19 공포가 증폭되는 모습이다.

13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교토(京都)부 교토시 소재 교토산업대학에서는 학생으로 인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표된 지난 3월 30일 이후 항의와 비방 전화와 메일이 수 백 건에 달했다.

소셜네트워크(SNS)와 인터넷 학교 게시판 등에도 학생들을 "생물병기"라며 욕하는 내용이 게재됐다. “감염된 학생을 알아냈다” 등 코로나19 감염 학생의 이름과 가족들의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라왔다.

교토대에서는 지난 3월 2일~13일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졸업 여행을 다녀온 학생 3명으로부터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여행을 떠났던 때에는 일본이 5개국에 대해 출국 주의를 요구하는 감염증위험정보 ‘레벨1’을 내린 상태였다. 교토시도 학생들3명의 감염을 발표하면서 "학생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여행 후 세미나 등에서 감염을 확산한 '감염원'으로 추측되자 인터넷 상에서는 비난이 고조됐다.

특히 교토산업대에는 "대학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 전화까지 오면서 대학 측은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일본 감염증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県)이 바이러스 감염자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감염자의 행동 경로와 밀접 접촉자 선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쿄=AP/뉴시스]지난 9일 일본 도쿄의 한 횡단보도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지난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했다. 2020.04.09.

국가와 지자체는 병원, 복지시설을 제외한 감염자의 근무지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감염자 발생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 맥도날드와 일본 다이소가 직원 가운데 감염자가 나왔다고 발표한 경우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정보를 이용하여 비방과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싸우는 대상은 사람이 아닌 코로나19"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쿠시마(徳島)현은 지난 2월 25일 대형 유람선(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 여성이 도쿠시마현 한 마을에 거주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 마을 사무소에는 여성의 거주지와 이름을 밝히라는 전화가 수 십 건 걸려왔다.

SNS 상에서는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이 여성의 행동 경로가 나돌았다. 결국 마을이 나서 여성에 대한 비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감염자에 대한 차별도 잇따랐다. 효고(兵庫)현 오노(小野)시 기타하리마(北播磨) 종합의료센터에서는 의사 등 5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그러자 이 병원에서 이사 예정인 직원이 이사센터에 했던 예약을 취소당하는 등 사례가 잇따랐다.

가짜뉴스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보는 사태도 벌어졌다.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시의 슈퍼마켓 체인 무미(Mumie)는 회장 부부가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다는 가짜뉴스가 지난 2월 SNS 상에서 확산하면서 이달 매출이 10% 감소했다.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으나 매출은 언론을 통해 허위 정보라고 보도될 때 까지 회복되지 못했다.

요미우리는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비난이 계속될 경우 감염자가 지자체에 정보 공개를 거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토 요시히로(佐藤佳弘) 무사시노(武蔵野) 대학 사회정보학 명예교수는 "감염에 대한 불안과 삐뚤어진 정의감이 배경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허위 정보 게재와 명예훼손은 사실이라도 프라이버시 침해를 손해배상 요구 대상이 된다. 사실을 알 수 없는 정보가 번지면 사회의 불안도 확산된다. 개인이 냉정히 감염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13일 NHK가 각 지방자치단체와 후생노동성의 발표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누적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크루즈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 712명을 포함해 8111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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