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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격리되자..가려졌던 지구 모습이 복원됐다

곽노필 입력 2020.04.13. 10:56 수정 2020.04.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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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래&과학]
코로나19에 차량·항공기 멈추고
공장·가게·학교는 문을 닫고
전 세계 35억 인구가 멈춰버리자
공기는 깨끗해지고 거리는 한산
도시도 하늘도 바다도 조용해져
대기오염 따른 사망률 낮아지고
물고기·동물·새들은 평온세상
200km 밖 히말라야산맥이 선명
환경오염 주범 누군지 깨닫는 계기
청정에너지 전환 속도 높일 기회
인도 뉴델리의 상징 종형물 ‘인디아 게이트’ 앞 거리. 3월25일 전국 이동제한 조처 이전(왼족)과 이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뉴델리/AP 신화 연합뉴스

인도의 수도 뉴델리 시민들은 요즘 수십년만에 맑은 하늘을 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5일 13억 전 인구를 대상으로 발동한 3주간 국가봉쇄령이 준 선물이다. 인도는 지난해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 20곳 중 14곳이나 차지했지만 지금은 2곳으로 뚝 떨어졌다. 인도 북부의 잘란다르 주민들은 요즘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200㎞ 밖의 히말라야 다울라다르산맥을 맨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전 세계를 감염병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가 그동안 인간 문명 앞에 가려져 있던 자연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주고 있다. 자동차와 항공기는 멈추고 공장과 가게가 문을 닫고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자제하면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지구환경 복원 실험이 강제로 진행되는 셈이다. 각국의 이동제한 조처로 전 세계 35억 인구가 강제적, 자발적 격리 상태에 있다. 사람 발길이 끊긴 곳에서 땅과 물, 하늘의 동물들이 한껏 자유를 누리고 있다.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간 서구권과 중국, 인도 등에서 그 효과가 더욱 뚜렷하다.

200km 떨어져 있는 히말라야 다울라다르산맥이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을 공유한 트윗.

가장 눈에 띄는 건 깨끗해진 공기다. 물꼬는 중국에서 터졌다. 1월23일 코로나19 발원지 우한 봉쇄조처가 계기였다. 중국의 대기중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2월에 30% 감소했다. 이산화질소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다. 3월 이탈리아에선 40~50% 하락했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 개학연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한 3월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보다 46% 줄었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제한하고 강수량도 예년보다 많았지만 2월 감소 폭이 26%였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영향도 큰 것으로 추정된다.

맑아진 공기는 사람 목숨도 구해준다. 대기오염은 연간 700만명의 조기 사망에 관여돼 있다.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부 마셜 버크 교수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미세입자 배출 감소가 중국에서 두달 동안 4천명의 어린이와 7만3천명의 노인 생명을 구했다는 시뮬레이션 예측 결과를 내놨다. 숫자로만 따지면 같은 기간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보다 20배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계산이다.

런던, 뉴욕, 파리, 우한 등 주요 도시에선 출퇴근 시간 교통혼잡이 사라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교통량은 60% 감소했고, 자동차 사고는 절반으로 줄었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시민들이 3월에 움직인 거리는 평소의 6%밖에 되지 않았다.

소음이 줄어드니 지진계 감도도 훨씬 좋아졌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설치된 지진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가 시행된 이후 지진파 잡음이 3분의 1 감소했다고 전했다. 관측소 쪽은 “이 정도의 잡음 감소는 보통 크리스마스 휴가철에 짧게 나타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도 조용해졌다. 영국의 항공정보제공업체 OAG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정기 항공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유럽에선 감소폭이 90%나 된다. 전 세계 항공사의 하루 운항 편수는 2월 약 20만편에서 3월말 6만여편으로 감소했다. 국내선보다 국제선 감소폭이 훨씬 더 크다. 한국에서도 국제선 탑승자 수는 95%나 급감했다. 국적 항공사 여객기 10대 중 9대는 지상에 묶여 있다. 덕분에 하늘의 새들은 안전해졌다. 미국에서만 연간 1만3천마리의 새가 항공기와 충돌해 목숨을 잃는다고 하니 그 많은 생명을 구한 셈이다.

우한 봉쇄령 이전과 이후의 중국 대기의 이산화질소 농도 변화. 나사 제공

항공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를 차지한다. 예컨대 미국의 동서를 가르는 뉴욕~샌프란시스코 비행시간은 5시간30분이다. 두 도시를 항공기로 왕복하면 1인당 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항공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지난 20년 사이 배출량이 두배로 늘었다.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이를 20년 전 수준으로 돌려놓았다.

크루즈선박 운항 중단은 바다 소음을 줄였을까? 그래서 해양 생물의 스트레스를 완화했을까? 이번 코로나19의 영향은 아직 실측된 바가 없다. 다만 2011년 ‘9·11 테러’ 직후 북미해역의 선박 통행이 중단됐을 때 캐나다 동남쪽 펀디만 바다의 고래들의 호르몬 수치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런 변화로 기후변화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니다. 유엔환경프로그램(UNEP)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해마다 7.6%씩 줄여야 한다. 정책의 급전환이 뒤따르지 않는 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전국 이동제한 조처 이전과 이후의 이탈리아 이산화질소 농도 변화. 유럽우주국 제공

눈여겨볼 것은 이 와중에 대기오염의 주범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강력한 이동제한 조처 중에도 수도인 베이징에선 심한 스모그 현상이 일어났다. 사람은 멈췄지만 제철소, 발전소 등은 쉼 없이 가동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집약 산업을 주축으로 한 경제, 그리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그 에너지원으로 쓰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온실가스 배출 완화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답을 준다. 팬데믹이 진정된 뒤, 경기 회복을 위해 이전과 같은 방식의 부양책을 답습할 경우엔 오염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코로나는 경기 부양책의 중심에 청정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이슬람사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왼쪽부터 2월14일, 3월3일, 3월9일의 모습. 맥사테크놀로지 제공

코로나19에 따른 일상의 변화는 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스위스 취리히응용과학대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키를 반납하고 2주간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후에도 자동차를 덜 몰고 다녔다. 건강 효과, 시간 절약과 함께 좀 더 쉬워진 경사 오르기 등 전기자전거의 장점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기간을 말하는 ‘21일 법칙’을 기준으로 보면, 습관을 바꿀 시간은 충분하다.

거노트 왜그너 뉴욕대 교수(기후경제학)는 최근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변화를 다루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한 정책으로 복귀하는 건 가능하다. 이번 팬데믹은 과학과 지식의 역할, 유능한 리더십의 중요성, 그리고 가장 취약한 곳의 운명이 다른 모든 지역 사람들의 운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도록 하게 해준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계가 다시 정상을 회복한 이후 기후에도 진정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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