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키드' 고은영 "이해찬과 586은 이제 물러나야"

김성욱 2020. 4. 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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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녹색당 비례 1번 후보 "이제 IMF 때처럼 하면 안돼.. 3% 지지 받아 그린뉴딜 하겠다"

[오마이뉴스 글:김성욱, 사진:이희훈]

 고은영 녹색당 비례대표 1번 후보가 당원들이 집중유세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원형 화관을 쓰고 있다.
ⓒ 이희훈
"22년 전 우리나라에 IMF 위기가 닥쳤다. 그때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위기를 이끈 결과, 노동 유연화, 자유 무역, 신용 경제가 전격 도입됐다. 나는 그 IMF 키드(kid)다. IMF 이후 22년 동안 교육 받고 직장 다니다, 산업과 구조가 어떻게 사람을 착취할 수 있는가를 온몸으로 겪은 IMF 키드. 나뿐만 아니라 녹색당 후보들 모두 마찬가지일 거다. 나는 그 22년 동안 우리 사회가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위기가 오고 있다. 이해찬으로 대표되는 IMF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또다시 사회 전환 정책을 짜라고 내버려둘 순 없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고 얘기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지금 국회 담장 앞에 와 있다. 청년들이 보이지 않는가. 이젠 정말 들어갈 때가 됐다."

고은영(34) 녹색당 비례대표 1번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녹색당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내놓은 출사표다. 4.15 총선이 끝나면 뭘 할 거냐는 물음에 무심코 "빨리 제주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가 "아, 아니... 여의도로 가있을 수도 있다, 둘 중 뭐가 됐든 어쨌든 섬으로 간다"고 멋쩍게 대답을 고치던 그였지만, 어떤 질문에도 그는 꼭 말미에 "국회에 정말 들어가고 싶다"면서 답변을 마무리했다.

고 후보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선 "입법부가 아니라 행정부의 영역에선 잘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투표장에서 나눠주는 비닐장갑이 썩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선 아무도 문제 제기하지 않는다. 재난 상황에서 드러난 요양원 속 노인들의 처지, 간병인의 노동 조건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녹색당이 필요한 이유를 피력했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선 "조국으로 상징되는 586은 젊은 세대들에겐 더 이상 진보 세대가 아니다"라며 "편의점 알바, 라이더 노동을 하면서 뼈 빠지게 등록금을 버는 청년들이 호소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녹색당이 통로가 되겠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n번방)을 두고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공작' 논란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호소는 삭제 당한 채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데 아무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라며 녹색당이 원내 정당이 돼야 하는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고 후보는 "한참 후퇴하긴 했지만 '준준준준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4+1 협의체'라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정치적 상상력 덕분이었다"라며 "녹색당이나 미래당 같은 소수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 연합 정치를 할 수 있다면 더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 후보는 앞서 범여권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벌어진 녹색당 내 갈등에 대해선 "국회 진입이라는 실리도 중요했지만, 당내 충분한 토론과 준비 없이 선거 연합에 뛰어든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언제까지 해외 사례만 언급하는 정당이 될 순 없다는 결단이 있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설명했다.

"지역 어디 가나 토건 사업하겠다는 이야기 뿐이더라" 
  
 고은영 녹색당 비례대표 1번 후보가 선거 운동기간 동안 다양한 녹색 소품을 활용해 녹생당의 정체성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 이희훈
 
- 최근 제주, 경남, 서울 등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펼쳤다. 어땠나.
"제주에서 정치를 했기 때문에 제주 제2공항, 강정 등 제주의 사회 모순이 제일 심각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어딜 가나 선거 플래카드들을 보면 결국 다 '지역 토건 사업 하겠다'는 것들뿐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유례없는 불황으로 빠지게 된다고 모두 얘기하고 있다. 지역 경제를 지탱했던 자동차 공장, 조선소, 공항 사업, 면세점, 카지노 등으론 더 이상 부를 창출할 수 없는 시대로 가는데 아직도 굴뚝 산업과 부동산에 공적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건 사회 전환을 늦추는 눈속임이다. 미래를 깎아먹으면서 우리 사회가 지속되고 있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 그럼 녹색당의 대안은 뭐냐.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다. 이제 토건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돌봄과 의료 체계에 투자해서 부를 창출해야 한다. 불평등 구조를 더 공고히 하는 기후 위기에 맞서 탈핵과 탈탄소 사회로 대전환해야 한다.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대중교통 완전 공영제를 해야 한다. 주택 에너지를 효율화해야 한다.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 등 기존 토건 산업에 있던 노동자들의 전직을 위해 사회 안전망도 짜야 한다. 전환기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재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용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 탄소 제로·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 등 내세우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그린 뉴딜을 이야기한다.
"민주당 공약은 구체적이지도 않거니와 MB 때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만든 저탄소 녹색성장법의 재탕 수준에 불과하다. 수소차 활성화 공약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 공약을 그대로 반복한 것일 뿐이다. 민주당은 오히려 집권 여당인 점을 내세워 그린 뉴딜에 반하는 철도·공항 건설 등 각종 지역 토건 사업만 내놓고 있지 않나. 정치권이 책임을 갖고 '자 이젠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위기가 왔으니 앞으론 어떡할까요'라고 국민들에 묻고 복안을 제시하면서 경쟁하는 선거가 돼야 하는데, 그런 건 다 사라지고 18, 19, 20대 총선과 똑같은 선거를 치르고 있다. 녹색당은 절박하다."

- 이번 총선 목표는?
"바다의 3%가 소금이란 얘길 많이 한다. 단 3%의 소금이 바다와 전 지구 생태계를 유지시키고 살려내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0.76%를 받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현실적으로 3%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총선에선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한 정당에게만 의석 배분이 이뤄진다). 단 한 명이 들어가더라도 큰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찬 등 IMF 의사 결정권자들, 물러나야... 새로운 세대가 나서야"

- 1석이 목표라면 비례대표 순번 1번인 고 후보가 들어가게 된다. 본인이 국회에 가야 하는 이유는 뭔가.
"나는 IMF 키드다. 22년 전 우리나라엔 IMF라는 큰 위기가 닥쳤다. 그때 우린 이미 사회를 한번 크게 전환시켰다. 당시 의사 결정권자들이 정한 대로 노동 유연화와 신용 경제, 자유 무역 등이 우리 사회에 전격 도입됐다. 그러면서 나 같은 사람들이 생긴 거다. IMF 체제 아래 성장하고 직장 생활하다 각성하고 싸워온 사람들 말이다. 지금 녹색당 후보들은 그런 의미에서 다 IMF 키드들이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로 상징되는, 어쩌면 IMF보다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IMF 키드로서 말한다. IMF 때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다시 이 위기에서 어떻게 사회를 전환시킬 지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22년간 우리 사회는 더 불평등해졌고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IMF 체제가 교육과 직장과 구조를 통해 사람을 어떻게 착취했는지에 대해 시인해야 한다. 그 불평등을 깨고,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사회를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국회 담장 앞에 와있다. 이들이 이제는 정말 들어갈 때가 된 것 같다."

고 후보의 제도 정치 출마는 이번이 두 번째다. 고 후보는 앞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1만 2188표(3.53%)를 얻어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고 후보가 거듭 '코로나 위기론'을 펴자 '민주당은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라고 질문했다. 갑자기 그가 바지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비닐장갑 한 쌍을 꺼냈다.

"이 장갑이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10일) 사전투표를 하러 갔더니 투표소에서 이 비닐장갑을 다 나눠 주더라. 이렇게 잘 썩지도 않는 비닐장갑을 수천 만개나 국가가 만들어 돌린 것이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돈을 썼다면 금방 썩는 비닐장갑을 구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감수성은 저들에겐 없다. 이해찬 대표나 586들, 근대 정치인들에게는 없다. 녹색당엔 있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정부와 방역 당국, 보건 당국이 잘 대응했다고 본다. 입법부가 아니라 행정부 영역에서 말이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이나 <조선일보>처럼 우한을 부각시키면서 혐오 정치와 공포 정치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재난 사태로 드러난 문제들, 예컨대 우리 사회 노인들이 얼마나 열악한 시설에 방치돼 있는지, 간병인들의 노동조건은 어떤지, 채식주의자는 고려하지 않는 자가격리 식품 지원 등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100% 지급이 맞다. 애초에 이 논의의 출발은 기본소득의 사회적 실험인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논의가 계속 협소해지더니 이름까지 '기본소득'은 빠지고 일시적인 지원금이란 점만 남았다. 기간도 단기적인데 지급 대상까지 소득 기준 70%로 자른다면 도대체 뭘 하자는 건가."

-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은?
"단계적으로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단 이번 총선에선 전환기 기본소득과 농민 기본소득 정도로 녹색당의 기본소득 정책을 정리했다. 전환기 기본소득은 앞서 말한 그린 뉴딜로의 사회적 대전환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 토건 산업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다. 최소 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농민 기본소득은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1인당 기본소득을 준다는 정책이다. 역시 월 60만원이 필요하다. 이 투 트랙을 통해 우리 사회가 기본소득에 대한 모델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86 더 이상 진보세대 아니야... 김어준씨, 성인지 감수성 교육 필요"
  
 고은영 녹색당 비례대표 1번 후보
ⓒ 이희훈
 
-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코로나 대응을 부각한다면, 통합당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다시 호명하고 있다. 조국 사태를 어떻게 봤나.
"촛불 이후 지난해까지 청년 정치 붐이 일었다. 근데 지금 봐라. 어느 순간 쑥 꺼졌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도 청년 공천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조국 사태가 컸다고 본다. 촛불 이후 희망적으로 다원화되던 흐름이 삽시간에 양당 구조로 회귀하는 걸 목격한 것이다. 기득권 구조를 깨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걸 충격적으로 깨달았다.

사실 관계에 대한 얘기를 떠나, 586을 대변하는 조국이란 아이콘이 정치적 쟁점의 한 가운데에 섰고, 이를 계기로 거대 양당은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집회에 사람들을 동원하고 대결시켰다. 분열을 조장했고 이익을 취했다. 그 사이에 청년의 자리는 없었다. 조국의 자녀들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을 때 대구 이월드에서 알바하던 청년이 놀이기구에 끼여 다리가 절단된 사건이 있었다. 이 대조가 거대한 상징 같았다. 놀이공원에서 알바하고 편의점에서 알바하고 라이더로 일하며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청년들은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다는 메시지 같았다. 그들의 통로가 한 군데는 있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어디로든 삐져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정말 국회에 가고 싶다. 젊은 세대들에게 586은 더 이상 진보 세대가 아니다."

-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n번방 사건)을 소재로 여야 정치권이 '공작'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공작 논쟁의 불을 당긴 김어준씨의 발언에 대해 녹색당은 곧장 규탄 논평을 냈다. 그랬더니 공격을 많이 받더라. 심각한 문제다. 실제 피해자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건인데도 사안이 정치 공작화되는 순간 피해자들의 호소는 삭제 당기 때문이다.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 발언이 왜 사회적으로 규제가 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그런 인사가 하는 일에 왜 계속 후원금이 들어가는지 의문이다. 김씨 같은 분들은 정말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시급하다.

정당이 정치적으로, 말로 싸울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싸우더라도 국회를 열고 싸워야 한다. n번방 사건에 대해 임시국회를 열고 지금 당장 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다. 이렇게 사회적 공분을 산 사안에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금 갖고 있는 권력을 쓰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정치 공작이라며 서로 선거에 활용만 하고 있는 거다. 여기에 대해 분노한다. 녹색당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과 성착취 이득 전액 환수 등을 이번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비례연합정당 논의 당시 녹색당 참여 문제를 거론하며서 "성소수자 문제와 같은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최근 고민정(민주당)-오세훈(통합당)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 후보들도 TV 토론에 나와 동성애 찬반 혐오 발언을 했다.
"그러니까 586은 진보 세대가 아니라는 거다. 시대는 탈근대로 가고 있는데 여전히 근대에 머물러있는 '근대 정치인'들이다. 윤 사무총장은 특히 집권 여당의 핵심 인사다. 자신이 가진 어마어마한 권력과 책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 노선을 위해 성소수자를 이용했다. 성소수자도 국민이고 시민이다. 책임 있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었다.

고민정·오세훈 후보는 그 소중한 시간을 남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썼다. 정말 슬펐다. 녹색당 같은 소수 정당은 수십개의 소수정당만 참여한 선관위 주최 TV 토론에서 단 3분 45초의 발언권을 얻을 수 있었을 뿐이다. 이 토론에 나섰던 김소희 미래당 후보(1번)는 그 3분여의 시간을 얻기 위해 지난 3년의 세월을 갈아 넣었다고 말하다가 결국 토론 도중 울었다. 나도 눈물이 나더라. 누군가 3년을 투자해 얻어낸 그 귀중한 시간을 정치 혐오 유발에 썼다는 걸 두 후보가 알아야 한다."

"비례연합정당 참가 논란, 소통 부족... 연합정치 가능성 봤다"
  
 고은영 녹색당 비례대표 1번 후보
ⓒ 이희훈
 
- 녹색당은 당원 총투표까지 해서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가를 결정했다가,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민주당 위성정당 출범이 현실화되자 참여를 철회했다.
"지금 모든 걸 다 말할 순 없지만 사실 비례연합정당 논의에서 녹색당과 미래당이 물밑으로 해온 노력들이 있었다. 그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로 진보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이 아닌 '시민을 위하여'(더불어시민당의 전신, 친문 성향 인사들이 주축)를 중심으로 한 비례정당 창당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이건 '가치 연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은 상호 호혜적 태도가 아니라 '우린 갈 거니까, 타든지 말든지 해'라는 폭압적 태도였다. 이대로 국회에 간들 보장될 수 있는 게 많지 않겠다는 판단을 뒤늦게 했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 일각에선 애초 녹색당의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가 결정 자체를 비판하기도 한다. 신지예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원내 진입 욕망에 가려 소통 과정이 부족했다'고 공개 비판하며 탈당하기도 했다.
"국회 원내 진입이라는 실리가 아주 컸던 건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언제까지 해외 사례만 말하는 정당에 머무를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사실 녹색당 내부에서도 이런 고민이 하루 이틀 된 건 아니다. 그래서 내상이 더 컸다. 준비가 부족했고 소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연합 정치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국민들께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 정치를 흔히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비례연합정당 논의 과정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제시해 시민들께 희망을 줄 수 있었단 말이다. 예컨대 지난해 '4+1 협의체'를 그전에 누가 상상했었나? 그 상상의 결과물로 '준준준준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도 만들 수 있었던 거다. 물론 선거법 개정으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틈마저도 민주당이 위성 정당 창당에 동참하면서 짓밟아버린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의당을 비롯한 녹색당, 미래당 같은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가 연합 정치를 한다면 우리 정치가 어떻겠든 바뀌지 않을까? 

신지예 전 위원장 비판에 대해선, 정치인으로서 충분히 논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원들 입장이 다 달랐던 만큼 신 전 위원장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가 그 결정 직전까지 녹색당의 핵심 리더로 준비하고 대응할 위치에 있던 분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주도 얘길 하고 싶다(고 후보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해야 한다. 녹색당의 공식 공약이다. 비례 후보만 낸 정당 중 구체적인 지역 공약을 낸 정당은 녹색당이 유일하다. 지역 현안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시고 정당 투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제주 제2공항의 경우, 제주도민들에게 정말 공항과 관광이 제주의 미래인가를 되물어야 한다고 본다. 그간 제주를 오염시키고 피로하게 만든 호텔과 면세점, 카지노 사업이 과연 지속 가능하냐고 물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어떤 예산을 돌려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 공항 마피아와 토건 마피아가 있다면 잡아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최근 구럼비 바위에 평화 기도를 올리기 위해 강정 해군기지에 들어갔다가 군사 시설 무단 침입 혐의로 구속된 송강호 박사의 석방을 요구하고 싶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녹색당 공약이 전국민 3주택 이상 소유 금지 정책이다. 녹색당이 환경 얘기만 하는 게 아니다. 3주택 이상 소유를 금지해 부동산 투기를 관리하고 그로 인한 불로소득 등 실물 경제의 순환과 흐름을 막는 여러 요소들을 정화시켜 가겠다. 헌법상 위헌이라고 반박하겠지만, 이제 사회적 토론을 시작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패러다임이 과연 맞는 거냐고 물을 때가 됐다."

녹색당이 이번 총선에서 내세운 7대 정책 공약은 ▲ 기후 위기 막고 삶을 지키는 그린뉴딜 ▲ 차별 폭력 혐오에 맞서는 페미니즘 ▲ 모두를 위한 주거권 보장 ▲ 전국민 기본소득 단계적 현실화 ▲아무도 죽지 않는 노동 환경 보장 ▲ 동물학대 제로사회 동물권 보장 ▲ 건강한 먹거리와 식량 주권 등이다.

지역 공약은 ▲ 제주 제2공학 백지화와 4대강 재자연화 ▲ 부산·울산 인근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소 건설 반대 ▲ 강릉·삼척 신규 석탄발전소 백지화 ▲ 충남·인천 석탄발전소 조기폐쇄 ▲ 경북 봉화 영풍그룹 석포제련소 폐쇄 ▲ 전남 고흥 비행 성능 시험장 건설반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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