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여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통합당 "후보 사퇴해야"

2020. 4. 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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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체부위 거론 음담패설에 "저도 저 정도면 한 달 후에 결혼 결심"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단원을 후보로 나선 김남국 변호사가 과거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음담패설에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후보 사퇴를 촉구했고, 정의당도 대변인 논평을 내어 사과를 요구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연애·성 관련 팟캐스트 방송인 '쓰리연고전'에 출연해 성행위와 여성의 신체를 소재로 한 대화에 참여했다.

통합당 안산단원을 후보인 박순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는 2019년 1월 14일부터 2월 26일까지 '쓰리연고(연애고자)전' 공동 진행자로 20회 이상 출연했다"며 "공동 진행자들이 (김 후보와) 주고받은 대화 일부를 보면 '너 결혼하기 전에 백 명은 X먹고 가야 한다', '시댁에서 남편이랑 한 적 있어요?', 'X 빨아라', '가슴이 머리만하네', '남미계열 백인이 탄력이 좋다'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수치스러운 성 비하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은 "김 후보는 이 방송에서 진행자들의 성 비하 발언을 함께 웃고 즐기다가 '저도 저 정도면 바로 한 달 뒤에 결혼을 결심할 수 있다'고 맞받아치는 등 여성의 몸과 성에 관한 품평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김 후보의 '1달 뒤 결혼 결심' 발언은, 사연과 함께 보내온 여성의 사진을 보고 한 출연자가 "가슴이 머리만하다", "저 정도면 거의 D컵이다"라고 말한 이후에 나왔다.

또 김 후보는 방송에서 한 남성 출연자가 '빨아라!'라고 음담패설을 하고, 이에 다른 여성 출연자가 "더러워"라며 이를 타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음담패설을) 누나가 하는 건 괜찮은데 형이 하니까 더럽다"고 말하고 이들과 함께 웃기도 했다.

박 의원은 해당 방송에 대해 "자칭 '섹드립(성을 소재로 한 농담)'과 욕설이 난무하는 코미디 연애상담 방송'으로, 출연자들이 욕설은 물론 각종 성적 은어와 비하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해당 방송 내용을 확인한 결과,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이를 연애·결혼 대상으로서 매력 척도로 언급하는 등 여성을 단지 성행위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성적 대상화'가 노골적으로 이뤄진 대목이 많았다.

이는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의 저서 논란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된 대목이기도 하다. 탁 전 행정관 관련 논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에 있었다. 같은해에는 국무위원 후보자 한 사람이 저서에서 보인 부적절한 성 인식으로 인해 낙마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2019년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서 유명 작가와 변호사 등이 유사한 내용의 방송을 진행하고, 이같은 발언을 한 사람이 2020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공천을 받은 일은 여성계와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을 만하다. 2011~12년의 '나꼼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벌써 수 년째 반복적으로 지적된 일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해당 방송의 진행자는 김 변호사 외에 작가 이동형 씨, 박지훈 변호사 등이다. 이 씨는 YTN 라디오에서 2018년 4월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시사 프로그램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를 진행하고 있고, 박 변호사도 TV·라디오 등 방송에 활발하게 출연하는 인사다.

박순자 의원은 "김 후보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발언했던 내용과 달리 본인도 여성 성 비하, 희화화, 품평에 참여했다는 점에 있어 법의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 국회의원 후보 자격이 없다. '단순가담자'였다고 변명하지 말고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나아가 "김 후보의 이런 전력은 민주당의 성 인식에 대단히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김 후보의 흠결을 사전에 검증하지 못한 채로 청년 전략공천을 했다"고 김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낙하산 공천을 자행한 민주당은 국민들께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통합당 선대위도 정원석 상근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저급하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이 되지 않는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통합당은 "방송 내용이 정말 가관이다. 여성의 사진을 보며 몸매를 평가하고, 남녀관계를 왜곡하고, 욕설과 선정적 농담을 던지는 등 도저히 말로 옮기기 민망한 발언들이었다"고 비판하고 "방송 내내 김 후보자는 함께 낄낄대거나 동조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일말의 죄책감이나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이런 자가 TV 토론회에 나와 '성 인지 감수성'을 입에 올리고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사법체계를 구축하겠다'며 국민을 기만해 왔던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며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미국 라이스 국무장관을 XX해서 죽이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팔자' 등 여성 비하와 저질 막말로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김용민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하다"고 논평했다.

정의당도 정호진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김 후보는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김 후보자가 과거 팟캐스트에 출연해 여성 비하,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총선 후보 (가 되기) 전의 발언이라고는 하나 노골적인 여성 비하와 성희롱 등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은 지난해 말, 21대 총선 공직후보자 검증위원회 내 '혐오와 젠더폭력 TF'를 만들었고 '여성의 시선으로 젠더 폭력이나 혐오발언 전력을 검증했다'며 강화된 후보 검증을 자신한 바 있다"고 지적하면서 "도대체 민주당은 무엇을 검증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러나 김 변호사 관련 논란에 대해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용을 살펴보겠다"면서도 "(부적절한 내용을) 진행자가 아닌 출연자가 제지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내용을 잘 모른다"며 "본인이 잘 해명할 것"이라고만 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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