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저지선 붕괴'까지 나왔다, 김종인은 "엄살" 왜?

박종진 기자 2020. 4. 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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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서며 결과를 밝히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차명진 후보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2020.4.13/뉴스1


선거를 이틀 앞두고 미래통합당이 '개헌 저지선'을 언급했다. 이대로 가면 101석 확보조차 어렵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범여권이 200석 이상 차지한다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통합당이 미워도 나라를 위해 투표해달라"고 큰절로 읍소하던 전략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 숫자까지 말하며 절대 열세를 고백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지역구 130석'을 목표로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를 기대했던 태도에서 완전히 돌아섰다.

반면 선거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여전히 과반 의석 달성을 말한다. 개헌 저지선 확보 호소에 "엄살"이라는 표현도 썼다.

통합당의 이 같은 투 트랙 메시지에는 집토끼(지지층)와 산토끼(중도층 등)를 모두 잡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담겼다.

보수층에 '개헌저지선 붕괴'는 곧 '사회주의 전환'…집토끼 총집결 전략
'개헌 저지선'은 보수층에게 공포의 단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 선대위가 개헌 저지선을 못 지킬 것 같다고 털어놓는 건 곧 지지층에는 초비상을 뜻한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말에 자체 여론조사나 판세 분석을 해보니까 저희가 너무나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사실 이대로 가면 개헌 저지선이 위태롭다 하는 게 저희의 솔직한 말씀"이라고 밝혔다.

이날 결국 제명된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문제를 꺼내기 위해서였지만 관심은 '개헌 저지선 위태'에 쏠렸다.

박 위원장은 "저희 판세 분석에서 3040이, 또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현상들이 유력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오늘 아침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 중앙선대위의 모든 분들이 참 개탄을 했다"고 말했다.

통합당 지지세가 강한 고령층과 보수층에서는 개헌 저지선은 곧 자유민주주의 수호선이다. 민주당이 200석 이상을 확보하면 토지공개념 강화와 사유재산 제한권 확대 등 사회주의 방향으로 개헌을 할 것이란 믿음이 강하다.

따라서 집토끼를 총집결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미 사전투표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선거 열기가 확인된 상태다. 지지층을 단 한사람이라도 더 투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게 승부의 열쇠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 황교안 미래통합당 종로구 후보 거리유세에서 큰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4.12/뉴스1
산토끼에도 절박한 SOS…중도층, 균형추 투표성향 유도 가능
개헌 저지선 언급은 집토끼만 잡는 게 아니다. 역대 총선에서 중도층은 균형추 역할을 했다. 특히 한쪽으로 쏠림이 예상될 때 여지없이 중도층은 절묘한 투표 성향을 보여주며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종의 언더독 효과(약자인 팀을 응원하는 경향)가 작용한다는 얘기다. 거의 모든 소위 전문가들이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패배했던 지난 총선이 대표적 예다.

10일부터 시작된 황교안 대표의 큰절 유세와 12일 전국 동시 대국민 호소 집중 유세에 이어 개헌 저지선 호소도 같은 맥락이다. 주말 사이 범여권에서 '180석 발언'이 나오며 따가운 시선을 받은 것도 통합당에는 호재다.

박 위원장은 이날 "이 정권이 코로나 재난을 가림막 삼아서 지난 3년의 실정을 지금 많이 호도하고 있는데 그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기회를 잃을 것"이라며 "통합당이 여러가지로 부족하긴 해도 적어도 견제의 힘, 어느 정도 충분한 견제의 힘은 주셔야 이 국가를 정상적 궤도에서 운영할 수 있고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은 예상 의석수를 예상할 때가 아니고 국민들에게 정말 한번만 도와주십사 부탁 드릴 때"라며 "정말 대한민국이 삼권분립을 기초로 한 민주공화국의 정치적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청주권 후보들과 함께 합동 유세를 하고 있다. 2020.4.13/뉴스1

그래도 자신있는 김종인, '이길 수 있다' 중심 잡고 정권 심판론 고공전
이 와중에 김종인 위원장만큼은 자신감 있는 모습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체 분석 결과를 말하며 "김 위원장도 함께 개탄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김 위원장은 충북 충주 지원유세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엄살 떠느라고 그러는 것이겠지"라고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거를 총괄 지휘하는 김 위원장은 정권 심판론을 중심으로 자신감을 심어주는 전략이다.

여당이 이긴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밴드왜건 효과(대세론)까지는 아니여도 이탈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졌다'는 인식이 지나치게 확산되면 실망해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집토끼들이 적잖게 나온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산토끼들한테도 '당신의 판단이 맞다'는 메시지를 계속 줘야 한다. 개헌 저지선도 못 지키게 생겼으니 도와달라는 읍소만이 아니라 보다 공세적인 정권 심판론도 선거 마지막까지 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유세 현장에서 "현명하신 유권자들께서 지난 3년 간 문재인 정부가 어떠한 일을 했는지 분명히 알고 계시기 때문에 심판을 하시리라 본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과거 서울 총선 사례 등을 들며 수도권에서도 여론조사와 달리 승리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과반 의석이 가능하다는 발언도 기회 될 때마다 했다.

이날도 과반 의석의 필요성을 말했다. 김 위원장은 충북 제천 엄태영 후보 지원유세에서 "과반을 차지하면 잘못된 정책을 바꿀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도 국회가 야당에 의해 과반을 차지하는 순간 스스로 생존의 위협을 느껴 잘못을 뉘우치고 바꾸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청주 지원유세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정책에 실패한 정부기 때문에 당연히 야당이 승리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제가 여기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체 조사에서 '지역구 80석'이 나왔다는 설에 "그런 얘기는 다 부질없는 것"이라며 "결과를 놓고 얘기해야지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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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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