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했다는 수출도 고꾸라졌다..4월 문 열자 -18.6% 급락

허정원 2020. 4. 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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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수출에도 본격적으로 번졌다. 지난달 21~30일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던 일 평균 수출액이 이달 1~10일에 낙폭을 더 키웠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여파가 이제 막 경제 지표에 반영되고 있어 전망은 더 어둡다. 내수는 이미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다른 한축인 수출마저 '코로나 보릿고개'에 진입한 모양새다.


3월 마지막주 일수출 -15%, 4월 초는 더 떨어져

코로나에 일평균 수출 감소 전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1~10일 수출액은 122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줄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8.5일로 지난해와 같아 일평균 수출액(14억4000만 달러) 역시 1년 전보다 18.6%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6.4% 줄며 두 자릿수 감소 폭을 기록했던 2월보다 낙폭을 줄였다.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였다. 월 전체 수출 실적에 가려졌지만 뜯어보면 급격한 하강 조짐이 있었다. 지난달 중순(11~20일) 2.2% 늘었던 일평균 수출액은 하순(21~31일) 들어 15% 급감했다. 지난달 말 나타난 수출 부진 전조가 이달 초에는 더 깊어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한 유럽 수출 -20.1%
북미·유럽·중남미 등 주요 수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이달 들어 빨라졌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북미와 EU 지역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는 지난달 2일 대비 각각 1561배와 209.4배 늘었다. 중남미 지역의 확진자 수는 1353.1배 폭증했다.

이런 영향으로 대(對) 미국과 EU 수출이 각각 20.1%와 3.4% 감소했다. 중남미 지역 수출은 51.2% 급감했다. 코로나19 영향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으로의 수출도 이 기간 10.2% 감소했다. 베트남(-25.1%), 일본(-7%), 중동(-1.2%) 등의 수출 역시 감소했다.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반도체, 차 부품 등 주력 수출 동반 감소
업종별 수출 흐름도 좋지 않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이달 1.5% 수출액이 감소했다. PC용 D램(DDR4 8Gb)과 낸드플래시(128Gb MLC) 등 주요 반도체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였지만 스마트폰·PC 출하량 감소의 영향을 받았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2월 9.3% '반짝' 증가했으나 지난달 -2.7%로 감소하며 한 달 만에 상승세가 꺾였고, 이달도 부진한 출발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반도체 수출액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수출은 이달 초에 7.1% 줄었다. 주요 부품 소비자인 혼다,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생산 업체의 공장이 줄줄이 휴·폐업하며 자동차 부품 수출은 31.8%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액 역시 -23.1% 줄었다. 저유가 타격까지 받은 석유제품은 47.7% 줄었다.

곤두박질친 국제 유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글로벌 수요 절벽...수출 상당 기간 타격 불가피"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휴일을 제외하면 7~8일의 실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출이 침체 터널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요국의 코로나 19가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의 구매력 하락까지 겹쳐 글로벌 수요 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경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한국 수출도 상당 기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수출의 동반 부진이 금융 부문의 위기로 전이되는 복합 침체 우려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수요절벽이 공급 감소를 불러오고, 이것이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5ㆍ6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허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제 등 정책으로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초체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위기를 맞은 게 무엇보다 우려된다"며 "한시적으로 기업이 노동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을 먼저 살려놔야 회복 국면에서 고용 등이 반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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