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착시'는 없다[오늘과 내일/정연욱]

정연욱 논설위원 2020. 4. 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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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에 육박한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투표율 상승은 코로나19로 인한 분산 투표를 의식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선거에 대한 여야 지지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보여준 것이다.

투표율이 높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여야 지지자 모두에게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여당 지도부가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이 없는 초유의 선거"라며 '코로나 다걸기'에 나선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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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역대 최고, 지지층 정면 대결
코로나에 文정부 3년 평가 실종 안될 것
정연욱 논설위원
27%에 육박한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투표율 상승은 코로나19로 인한 분산 투표를 의식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선거에 대한 여야 지지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보여준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저조할 것이라는 항간의 예측은 빗나간 것 같다.

투표율이 높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여야 지지자 모두에게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여당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문재인 정권의 남은 임기 국정운영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윤석열 검찰의 정권비리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문, 친조국’을 내세우며 여당 2중대를 자처하는 열린민주당 비례후보들이 연일 ‘윤석열 때리기’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가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네 번째 전국 단위 선거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특정 정파가 3연속 패배한 적은 있었으나(2006년 지방선거-2007년 대선-2008년 총선 민주당 계열 패배) 4연속 패배 기록은 없었다. 통합당이 이번 선거에서 지면 4연속 패배다. 박근혜 탄핵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4연속 패배의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응답률 논란으로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이지만 그 여론조사마저도 알 수 없는 ‘깜깜이’ 국면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당의 코로나 극복 이슈가 웬만한 선거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방역 대책도 그렇지만 코로나 경제 위기의 파고는 감히 전망할 엄두도 내기 어렵다. 이처럼 엄중한 이슈 탓인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던 키워드는 단연 코로나였다. 얼마 전까지 낯설지 않았던 ‘정권 심판’ 구호는 잘 보이지 않았다. 여당 지도부가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이 없는 초유의 선거”라며 ‘코로나 다걸기’에 나선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선거 이슈는 가려져 있을 뿐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가 집중 조명을 받을 순 있어도 모든 선거 이슈를 잠식할 순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과 조국 사태의 기억 등은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정치학자들의 저장(storage) 효과 이론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평소 이슈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 쌓아놓았다가 투표를 통해 분출한다고 한다. 더욱이 지금은 문재인 정권 4년 차다.

3년 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1%였다. 반(反)문재인 진영에 섰던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 표를 다 합치면 52%였다. 박근혜 탄핵 이슈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문 후보였지만 과반을 하지 못했다.

1997년 대선에서 이긴 김대중(DJ) 후보와 2위 이회창 후보의 표 차는 39만 표에 불과했다. 당시 여당에서 이탈한 이인제 후보가 얻은 500만 표가 없었다면 DJ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다. DJ에게 유리했을 외환위기 이슈보다는 여권 내부 분란이 더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처럼 투표 행위를 단선적 변수로 재단하는 것은 객관적 진단을 어렵게 한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 상대방의 약점은 공격하는 선거 캠페인을 탓할 필요는 없다. 이런 캠페인은 정당의 능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나 심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권 국정운영의 주요 장면을 새겨놓고 있을 것이다. 그게 선거의 본질이다. 코로나 사태가 모든 이슈를 소멸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착시(錯視)일 뿐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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