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치명률, 이탈리아 20% 수준..비결은 과잉병원·과잉병상

김다영 입력 2020. 4. 14. 05:01 수정 2020. 4. 1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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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5분의 1 수준
7일 독일 칼 구스타프 카루스 대학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 있는 집중치료실(ICU) 앞을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 주요 국가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는 독일의 대응력은 '과잉 병원'과 '과잉 병상'에 기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오랫동안 독일의 정치인과 보건경제학자들은 독일에 너무 많은 병원과 병상이 있다고 비판해왔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인해 과잉 병상 현상은 독일의 자산이 됐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독일의 집중치료실(ICU) 병상 개수는 33.9개에 달한다. 이는 최근 신종 코로나의 최대 피해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웃 국가 스페인(9.7개)·이탈리아(8.6개)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2013~2020년 인구 10만명당 집중치료실(ICU) 병상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충분한 ICU 병상 수는 특히 독일의 낮은 치사율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기준 독일에서는 12만7854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 이 가운데 3022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2.36% 수준으로, 이탈리아(13%)나 스페인(10%)의 5분의 1 수준이다.

특히 독일 당국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 전체 ICU 병상 가운데 14%는 상급 종합병원이 아닌 840여개의 소형병원(병상 200개 미만)에 배치돼 있다고 한다. ICU 병상의 고른 분포가 신종 코로나 관련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신종 코로나 대응 전략에 있어서 독일의 ICU 병상 추가 확보 속도는 세계적 수준이었다. 독일 당국은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달 모든 병원의 중요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도록 하고, 모든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어 일반병상을 신종 코로나 환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비어있는 상태로 유지할 경우 하루 560유로(약 75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또 신종 코로나 환자를 위해 ICU 병상을 새롭게 만들 경우 5만 유로(약 6650만원)를 지원해줬다.

이로 인해 75~80%였던 병상 점유율이 50%로 줄었고, 그만큼 신종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상 확보가 발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실제 독일의 ICU 병상 수는 코로나 발생 초기 2만8000개에 불과했지만 최근 4만개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의 경우 신종 코로나 확산 전 5223개의 ICU 병상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 8일까지 총 6634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스페인의 신종 코로나 최대 확산 지역인 마드리드와 카탈루냐도 각각 1893개와 2010개의 ICU 병상을 확보했을 뿐이었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독일은 일반 병상 개수도 49만7000개를 보유, 영국 10만1255개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독일 집중치료응급의학협회(DIVI)의 우베 얀센스 대표는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달리 독일은 매우 많은 병원과 병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이번 위기 때 아주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의 과잉 병원과 과잉 병상은 과거 늘 비판의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독일 베르텔스만재단에서 지난해 진행한 연구에서 독일의 병원 수는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 이 재단은 "이 방법만이 부족한 의사와 간호사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독일병원연맹(GDK) 관계자는 "이제 우리는 과잉 병상과 과잉 병원 문제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신종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또한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12.3개에 달해 과잉 병상 문제가 늘 문제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독일과 마찬가지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 과잉 병상이 '효자' 역할을 하면서 빠른 검사 및 치료로 2%대의 비교적 낮은 치사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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