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당국 코로나 진단검사 의도적 기피 문서로 확인돼

장용석 기자 2020. 4. 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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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의사회가 의사들에 배포한 지침서 드러나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워야" PCR 검사 대상
의료용 방호복 차림의 일본 방역당국 직원이 지난 2월21일 요코하마항에서 국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을 상대로 발열검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그동안 의혹만 무성했던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기피'가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주간아사히는 24일자 최신호(14일 발매)에서 "일본 도쿄도 의사회가 도내 의사들에게 배포한 '담당의(かかりつけ醫) 외래진단수순(초진)'이란 제목의 문건을 입수했다"며 "이 문건에 따라 일선 의료기관에선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를 쥐어짤 정도로 줄여왔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도쿄도 의사회가 지난달 26일 작성한 것으로서 코로나19가 의심돼 동네 병원을 찾은 초진 환자에 대해 담당 의사가 코로나19 진단검사, 즉 유전자증폭검사(PCR)를 보건소에 의뢰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준과 절차·방법 등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 일본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 검사 때문에 의료체계가 마비되는 것을 막겠다'며 원칙적으로 Δ감기 증상이나 섭씨 37.5도 이상 발열이 4일 이상 계속되고(고령자·기저질환자는 2일 이상) Δ강한 권태감과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만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 상담을 거쳐 지정 의료기관에서 검사와 진료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사히가 입수한 자료엔 이 같은 후생성 권고에 더해 Δ호흡시 통증이나 과다호흡 Δ청진시 수포음(거품소리) 들리는 등 폐렴 의심 증상이 있어야 혈액검사나 흉부 X선 검사를 실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특히 코로나19 진단에 필수적인 PCR 검사를 받으려면 '산소포화도(SpO2) 93% 미만'이란 조건까지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즉, 현재 도쿄에선 37.5도 이상 발열이 지속되고 흉부 X선 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나타난 환자라 해도 산소포화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산소포화도란 사람의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된 산소량의 최대치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로서 95%~100%를 정상범위로 본다.

이에 대해 도쿄도에서 근무하는 한 내과의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산소포화도가 93% 미만이면 숨을 쉴 때 쌕쌕거리면서 죽을 정도로 괴로운 상태"라며 "이 조건대로라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돼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이 내과의는 "이런 조건을 의료종사자에게 제시하면서 일반 시민들에겐 알려주지 않는 건 '2중 잣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후생성 자료를 보면 일본에선 올 1월16일 가나가와(神奈川)현 거주 30대 중국인 남성이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래 13일 낮 12시 현재까지 모두 7만8702명이 코로나19 진단에 필요한 PCR 검사를 받았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탑승해 지난 2월 요코하마(橫兵)항 입항 뒤 선상 격리됐던 국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과 승무원 3711명을 더하더라도 일본의 하루 평균 PCR 검사자 수는 9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후생성은 13일 낮 12시 기준으로 최근 24시간 동안 일본 전역에서 1321명이 PCR 검사를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아사히 보도대로라면 적어도 도쿄 지역에선 산소포화도 등의 조건에 못 미치는 유증상자는 검사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NHK 집계를 보면 13일 현재까지 일본 수도 도쿄도에서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는 2158명으로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일본 전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중 확진자 712명을 포함해 8403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의 니시다 미치히로(西田道弘) 보건소장도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내 병상과 격리시설이 부족해 정말 '양성'일 것 같은 사람들만을 상대로 검사를 실시했다. 병원이 (환자들로) 넘쳐나는 것을 피하고자 조건을 까다롭게 해왔다"고 폭로, 이 같은 코로나19 검사 기피가 전국적으로 만연해 있을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인구 약 131만명의 사이타마시에선 12일까지 모두 196명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반면, 이보다 인구가 적은 지바(千葉)현 지바시(약 98만명)에선 지난 10일까지 746명이 검사를 받았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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