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검사.."숨쉴 때 죽을 만큼 힘들어야"

김회경 2020. 4. 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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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태 선포 1주일 지났지만… 오히려 불안만 가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포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내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되레 가중되고 있다. 일반병원에서도 다수 국민이 원하는 유전자증폭(PCR)검사의 벽은 여전히 높고 잇단 병원 집단감염과 의료장비 부족으로 의료붕괴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숨쉴 때 죽을 만큼 힘들어야 검사 가능”

아베 총리는 “하루 2만건의 PCR검사가 가능한 의료체제를 갖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후생노동성 기준에 따르면 감기 증상과 37.5도 이상 발열이 4일간 지속되고 강한 권태감과 호흡곤란인 경우에만 상담을 거쳐 보건소 등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건소나 상담센터는 전화 연결에만 며칠이 걸리고 자택 대기를 권유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국립감염증연구소와 보건소 외에 지난달 6일부터 대학과 일반병원에도 검사를 허용했다. 후생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긴급사태 선언 이후 일반병원 등 민간시설에서 실시한 PCR검사는 전체 검사 건수의 30% 수준이다.

그러나 일반병원에서도 웬만한 중증이 아니고선 PCR검사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아사히는 도쿄도 의사회가 지난달 말 도내 개업 의사들에게 배포한 ‘외래진단 수순(초진)’이란 문건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의사가 환자에게 PCR검사를 실시하려면 후생성의 기준 외에 ‘산소포화도(SPO2) 93% 미만’이란 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이에 한 내과의사는 “산소포화도가 93% 미만은 숨쉴 때 ‘쌕쌕’ ‘하하’ 소리를 내며 죽을 정도로 힘든 상태”라며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이미 손을 쓰기에는 늦었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간아사히는 “일반병원에서는 여전히 보건소의 판단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 문서는 이를 위한 판단 기준으로서 배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병원 집단감염에다 의료장비 부족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인 전국의 병원들은 잇단 집단감염으로 비상이 걸렸다. 도쿄 나카노구 병원에선 전날 의료진과 입원환자 87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총 9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20명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한 다이토구의 종합병원에 맞먹는 규모다.

문제는 응급환자를 수용해야 하는 대학병원과 중증 감염자를 치료하는 감염증 지정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일 효고현과 13일 도야마현의 감염증 지정병원에선 각각 14명, 13명의 의료진과 입원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다수의 병원 인력이 자택 대기로 인해 현장을 떠나야 하는 것은 물론 병상 부족, 신규 환자 진료 중지 등 의료붕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도쿄도가 병상 확보를 위해 도내 일반병원에 환자 수용을 타진하고 있지만 해당 병원들이 의료자재 부족과 병원 감염 우려를 이유로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료진이 착용하는 방호복 등 의료장비 부족에 직면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시장은 이날 “의료진이 현장에서 쓰레기봉투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가정에 사용하지 않는 비옷이나 재고가 있으면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안면보호대(페이스쉴드)에 대해서도 “손으로 만든 것이라도 있으면 제공해 달라”고 시민들의 협조를 호소했다.

경제대책 불만으로 내각 지지율 하락

의료현장의 혼란 외에 정부의 경제대책에 대한 불만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소득 급감 시 일정 요건을 갖추면 가구당 30만엔(약 34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의 경우 복잡한 수급 요건 외에 가족 수와 관계 없는 일률지급 방식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휴업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보상엔 손을 놓고 있는 것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전날 발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0.9%가 정부의 30만엔 현금 지급에 대해 “일률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긴급사태 선언으로 휴업하는 기업과 점포에 대한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2.0%에 달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30만엔 현금 지급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58%였고 “적절하다”는 26%였다. 도쿄도가 휴업에 응하는 사업자에 협력금을 지급하는 방침에 대해선 “긍정 평가한다”는 응답이 82%으로 압도적이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지난달 대비 6%포인트 하락한 42%, “지지하지 않는다”는 지난달 대비 7%포인트 상승한 47%였다. 해당 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이 지지 여론을 앞선 건 2018년 5월 이후 23개월만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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