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되살아난 지역주의, 개탄스럽다

2020. 4. 1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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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 독점이 두드러졌다. 통합당은 대구·경북의 25개 지역구를 사실상 석권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31년 만에 대구에 뿌리를 내렸던 수성갑의 김부겸 후보도 낙선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의석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영남 유일 진보정당 의원이던 경남 창원성산의 정의당 여영국 후보도 패했다.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광주·전남 18개 지역구는 민주당이 독차지했다. 보수당의 명맥을 잇던 2석도 사라졌다. 지난 총선의 국민의당 돌풍 같은 제3 정당의 약진도 없었다. 동서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갈렸다.

영호남 지역주의에 파열구를 냈던 20대 총선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김 의원의 대구 당선을 비롯해 영남에서 9석을 얻으며 보수당 독점체제를 무너뜨렸다. 전남 순천·곡성의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이정현 후보는 13대 총선 이후 첫 보수당 후보의 광주·전남 당선이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총선에서는 그 흐름이 이어지지 못했다. 균열을 보이던 지역주의는 다시 공고해졌다. 지역주의 타파의 흐름을 이어가기는커녕 퇴행했다.

지역주의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다. 고질병 같은 지역주의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정치발전을 가로막아왔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정치지형은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정도로 특정 정당의 패권이 계속된다면 그 정당은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를 되살린 책임은 대결정치로 일관한 거대 양당에 있다. 미래통합당이 시작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꼼수는 극단적 진영대결을 불렀고, 이것이 지역주의 강화로 이어졌다. 양당의 대결정치가 강화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지역주의 허물기에 도전한 여야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거대 양당의 뼈아픈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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