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자가 죄인이냐? 왜 투표용지 직접 못 넣나" 실랑이

최은경 2020. 4. 16.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입국자 등 자가격리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투표소 외부에 설치된 임시 기표소에서 4.15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내가 직접 안 넣어요? 그럼 안되죠.”(자가격리자 A씨)
“이건 투표하지 말라는 거네.”(자가격리자 B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투표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과 선거사무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5일, 외부에 마련된 자가격리자 대기장소에서는 오후 6시 전부터 부부 두 쌍과 여성 한 명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가격리자들은 대기장소에서 서로 2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부부끼리는 가깝게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투표용지 모아 사무원이 투표함에

이들은 투표소 관계자에게 절차를 듣던 중 투표용지를 접어 봉투에 넣어서 나오면 된다는 말에 일부가 항의했다. 투표소 관계자가 “선거참관인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때 감시한다”고 설명했지만 자가격리자 A씨는 “봉투를 밀봉하지도 않고 개방된 채로 들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투표함에 직접 넣게 해달라. 우리가 죄인이냐”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실랑이가 계속되다 결국 “방침대로 해야 한다. 투표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정하시라”는 관계자의 말에 오후 6시 20분쯤에야 별도 기표소에서 투표가 시작됐다. 한 명이 기표소에서 나올 때마다 소독해 5명이 투표하는 데 10분쯤 걸렸다. 오후 6시 30분쯤 투표소 총괄 관리자가 투표용지를 모아 선거참관인, 경찰이 보는 가운데 건물 안 투표함에 넣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입국자 등 자가격리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투표소 외부에 설치된 임시 기표소에서 4.15 총선 투표를 했다.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선거사무원이 자가격리자 투표 준비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투표소에서 역시 자가격리자 투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강남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자가격리자가 2126명으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535명이 투표를 신청했다. 투표소를 찾은 자가격리자 7명은 격리장소를 떠나 오후 5시 45분쯤 모두 투표소 외부 대기장소에 서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일반인 투표 끝난 뒤 격리자 투표 시작

레벨D 방호복을 입은 투표소 관계자 2명이 이들의 명단을 확인했다. 투표용지를 건네는 등 격리자들과 접촉하는 관계자는 고글과 덧버선을 착용했다. 자가격리자들은 일반인 투표가 끝나기를 기다리느라 오후 6시 10분쯤에야 외부 별도 기표소에서 투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역시 투표 때마다 볼펜, 기표대 등을 소독해 7명이 투표를 끝낸 것은 오후 6시 25분쯤이다. 이곳 자가격리자 투표는 손 소독, 장갑 끼기, 본인 확인, 서명, 기표 순으로 이뤄졌다.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으로 하루 두 번 증상을 점검한다는 이유로 체온 측정은 하지 않았다. 기표한 투표용지는 자가격리자가 직접 봉투에 넣어 선거사무원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귀가한 뒤 선거사무원이 선거참관인 입회하에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코로나19 자가격리자 5만9918명 중 14일 오후 6시 기준 1만3642명이 투표를 신청했다. 22.8% 비율로 10명 가운데 2명꼴이다. 정부는 확진자의 접촉자와 해외입국자 가운데 국내에서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격리지와 지정 투표소를 도보로 오가거나 자차만 이용하게 했으며 편도 30분 이상 걸리면 투표에 참여할 수 없게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입국자 등 자가격리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투표소 외부에 설치된 임시 기표소에서 4.15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자가격리자 10명 2명꼴 투표 신청

방역 당국은 투표를 위해 해당 자가격리자에게 오후 5시 2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외출을 허가했다. 하지만 투표소 외에 다른 곳에 들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투표를 마치면 곧바로 격리 장소에 복귀해야 하며 투표소로 출발, 투표소 도착, 격리지 복귀 때마다 전담 공무원에게 이를 알리게 했다.

최은경·남수현·함민정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