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자가 죄인이냐? 왜 투표용지 직접 못 넣나" 실랑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내가 직접 안 넣어요? 그럼 안되죠.”(자가격리자 A씨)
“이건 투표하지 말라는 거네.”(자가격리자 B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투표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과 선거사무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5일, 외부에 마련된 자가격리자 대기장소에서는 오후 6시 전부터 부부 두 쌍과 여성 한 명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가격리자들은 대기장소에서 서로 2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부부끼리는 가깝게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투표용지 모아 사무원이 투표함에
이들은 투표소 관계자에게 절차를 듣던 중 투표용지를 접어 봉투에 넣어서 나오면 된다는 말에 일부가 항의했다. 투표소 관계자가 “선거참관인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때 감시한다”고 설명했지만 자가격리자 A씨는 “봉투를 밀봉하지도 않고 개방된 채로 들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투표함에 직접 넣게 해달라. 우리가 죄인이냐”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실랑이가 계속되다 결국 “방침대로 해야 한다. 투표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정하시라”는 관계자의 말에 오후 6시 20분쯤에야 별도 기표소에서 투표가 시작됐다. 한 명이 기표소에서 나올 때마다 소독해 5명이 투표하는 데 10분쯤 걸렸다. 오후 6시 30분쯤 투표소 총괄 관리자가 투표용지를 모아 선거참관인, 경찰이 보는 가운데 건물 안 투표함에 넣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투표소에서 역시 자가격리자 투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강남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자가격리자가 2126명으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535명이 투표를 신청했다. 투표소를 찾은 자가격리자 7명은 격리장소를 떠나 오후 5시 45분쯤 모두 투표소 외부 대기장소에 서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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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투표 끝난 뒤 격리자 투표 시작
레벨D 방호복을 입은 투표소 관계자 2명이 이들의 명단을 확인했다. 투표용지를 건네는 등 격리자들과 접촉하는 관계자는 고글과 덧버선을 착용했다. 자가격리자들은 일반인 투표가 끝나기를 기다리느라 오후 6시 10분쯤에야 외부 별도 기표소에서 투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역시 투표 때마다 볼펜, 기표대 등을 소독해 7명이 투표를 끝낸 것은 오후 6시 25분쯤이다. 이곳 자가격리자 투표는 손 소독, 장갑 끼기, 본인 확인, 서명, 기표 순으로 이뤄졌다.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으로 하루 두 번 증상을 점검한다는 이유로 체온 측정은 하지 않았다. 기표한 투표용지는 자가격리자가 직접 봉투에 넣어 선거사무원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귀가한 뒤 선거사무원이 선거참관인 입회하에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코로나19 자가격리자 5만9918명 중 14일 오후 6시 기준 1만3642명이 투표를 신청했다. 22.8% 비율로 10명 가운데 2명꼴이다. 정부는 확진자의 접촉자와 해외입국자 가운데 국내에서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격리지와 지정 투표소를 도보로 오가거나 자차만 이용하게 했으며 편도 30분 이상 걸리면 투표에 참여할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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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자 10명 2명꼴 투표 신청
방역 당국은 투표를 위해 해당 자가격리자에게 오후 5시 2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외출을 허가했다. 하지만 투표소 외에 다른 곳에 들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투표를 마치면 곧바로 격리 장소에 복귀해야 하며 투표소로 출발, 투표소 도착, 격리지 복귀 때마다 전담 공무원에게 이를 알리게 했다.
최은경·남수현·함민정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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