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면서기·방직공장 여공·전관예우 거절 검사.. 화제의 당선인들
전관예우 대신 교단 택한 검사, 9급 면서기 출신으로 금배지를 단 후보, 17세 여공에서 변호사로…. 15일 치른 21대 총선에서는 눈에 띄는 배경을 가진 화제의 후보가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전관예우 거절하고 후학 양성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당선인은 검사 출신이지만 막대한 부가 보장된 전관예우 대신 교단을 택해 주목 받았다.
평검사 시절 묵묵히 일하는 소 당선인을 보며 주변에서는 “소처럼 일한다”고 평가했다.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소 당선인은 1983년 사법시험 25회(사법연수원 15기)로 검사에 임관했다.
4번째 민주당 영입 인사로 이름을 올린 소 당선인은 총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고향인 순천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순천은 2011년 4월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이후 10년간 민주당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곳으로 이번에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곳으로 분류됐다.
2011년에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됐고,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재선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지역이었다.
특히 순천은 2월 기준 인구로는 선거구가 둘로 나뉘어야 하지만, 여야 3당의 합의로 분구 대신 인구 5만5000명의 해룡면을 광양으로 떼어내는 기형적인 선거구가 됐다. 소 당선인은 그의 고향인 해룡면이 광양시에 편입되면서 지역민의 비난을 온몸으로 감수해야 했다. 전략공천으로 경선에 참여하지 못한 노관규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치열한 경쟁도 벌여야 했다.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소 당선인에게는 '검찰 개혁'이라는 묵직한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는 당선을 확정 지은 뒤 “‘정치를 하려면 소병철처럼 하라’는 말을 남기도록 노력하겠다”며 “소병철다운 정치로 순천 시민과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드리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17세 여공에서 변호사로
이후 봉제공장과 잡화점 판매원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식당을 차려 운영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던 김 당선인은 29세 때 동아대 법대 야간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김 당선인은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도서관을 지켰고 34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세 아이를 둔 한 가정주부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국선변호를 맡아 재판정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15년간 국선변호사를 하면서 760건 넘게 변호했다”고 전했다.
김 당선인은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하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언니의 아들에 대한 미성년 후견인을 맡고 있고, 입양한 딸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당선인은 “17세 여공이 변호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회의 평등과 공정 경쟁을 보장받았기 때문이지만,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공정의 가치는 사라졌다”며 “사회적 약자와 평범한 우리 이웃들을 대변해 온 김미애가 공정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정 보호, 미혼 부모 지원 등 양육시스템을 개선하고, 재래시장 활성화와 도시재생, 센텀 한진CY 부지 공공기여 부분 협상, 제2 센텀 첨단산업지구 개발 등 지역 공약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9급 말단 공무원이 쓴 신화
경남 거제에서 승리한 미래통합당 서일준 당선인은 말단 공무원 출신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고향인 거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이겼다.
거제시가 고향인 서 당선인은 1987년 거제군청(현 거제시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연초면사무소 '면서기'가 첫 공직이었다.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 대신 말단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도 그를 눈여겨봤다. 그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부터 청와대 근무를 시작해 총무비서관실 총무인사팀장(3급)을 마지막으로 2013년 거제시 부시장으로 금의환향했다.
이후 경남도 안전건설국장, 문화관광체육국장을 거쳐 2016년 두 번째 거제부시장으로 근무했다. 2018년 1월 명예퇴직 후 자유한국당 후보로 그해 거제시장 선거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삼성 전자 첫 고졸 여성 임원
‘고졸 신화’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을 양향자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6선의 민생당 천정배 후보와의 재대결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두 후보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비유됐다. 4년 전 민주당의 영입 인재로 정치에 입문한 양 당선인은 호남의 거물급 정치인인 천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졌다. 이번에는 지역의 유일한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설욕에 성공했다.
그는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지역구 관리에도 힘썼다. 이번 총선에서는 서울 출마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양 당선인은 '광주의 선택을 받겠다'며 광주 출마를 결심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당선인은 삼성의 전장(전자장비) 산업을 광주로 끌어와 열악한 광주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 당선인은 “현재 광주는 일부 대기업에 의존하고 경제 규모가 매우 작은 열악한 상황”이라며 “전장 산업 유치와 미래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광주의 경제 구조를 다양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 출신인 양 당선인은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한 뒤 설계팀 책임연구원, 수석연구원, 부장 등을 거쳐 2014년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영입 인재로 민주당에 입당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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