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민경욱·이정미 다 꺾었다..신예 정일영 승리 이끈 요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출신인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민경욱 미래통합당 후보와 이정미 정의당 후보 등 현역 국회의원 2명을 꺾고 당선되는 쾌거를 거뒀다. 정 당선인은 연수구가 독립 선거구로 분리된 15대 총선 이후 연수을에서 24년 만에 이룬 민주당의 첫 승리를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정 당선인은 4·15 총선 인천 연수을 선거구에서 재선을 노리던 민 후보와 정의당 당 대표를 지낸 이 후보를 누르고 16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정 당선인은 이날 당선 소감으로 "막말 정치 시대를 끝내고 품격 정치, 일하는 정치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정 당선인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용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점 외에는 인천과 별다른 연고가 없어 선거전 초반 다른 두 후보에게 열세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연수을 지역위원장을 맡으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주민 사이에 인지도도 낮았다. 민 후보가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비례대표 의원인 이 후보도 2016년 말 송도로 이사를 한 뒤 표밭을 다져온 것과는 대조됐다.
하지만 민 후보의 막말 논란에 반감을 가지는 유권자가 늘면서 정 당선인의 지지율도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민 의원은 지난 2월 공천심사 면접을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씨XX 잡 것들아!" 등 욕설이 담긴 3004자 분량의 시(詩)를 올려 여권 인사들을 비난했다. 이후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민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컷오프 결정을 번복해 '호떡 공천'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중도 진보층 유권자 사이에서 사표를 우려해 이 후보 대신 정 당선인에게 표심이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진보 진영에서는 민 후보를 꺾기 위해 정 당선인과 이 후보의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정 당선인은 줄곧 "단일화 없이 승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 당선인은 아울러 국토교통부에서 30년을 근무하고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이력을 강조하며 교통·경제 전문가라고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초중고교 신설과 GTX-B노선 조기 착공, 세브란스 병원 2021년 착공, 송도유원지 복원 사업 추진, 동춘동 주차난 해소 등의 공약을 내세운 끝에 첫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연수구에서는 15대 서한샘, 16∼19대 황우여 등 통합당 계열 정당 후보가 의석을 독식했다. 갑을로 나뉜 20대 총선 땐 연수갑에서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연수을에서 민경욱 통합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총선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민 후보가 0.9%p의 근소한 차로 우세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선거 다음날인 이날 오전 5시 무렵까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가 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됐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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