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또 틀렸다..72억 썼는데 지상파 고개숙인 까닭

오상헌 기자 2020. 4. 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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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우희종,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상임선대위원장. 2020.4.15/뉴스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과반 압승과 1당 예측은 들어맞았다. 반면 정당별 의석수를 맞추는 데는 이번에도 실패했다. 지상파 3사(KBS·MBC·SBS)의 '4.15 총선' 출구조사 얘기다.

조사 무용론에 고심하다 결국 72억원을 출구조사에 쏟아부었지만 겨우 체면치레하는 데 만족했다. 역대 최대였던 사전투표율(26.69%)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 한 것으로 풀이된다.
與 '과반 이상 압승' 예측…의석수 예상엔 또 실패
전국 개표율 99.9%인 16일 오전 9시30분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합해 179석을 차지한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통합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개헌저지선을 살짝 웃도는 101석 확보에 그칠 전망이다.

전날 오후 6시15분 KBS(민주당 155~178석, 통합당 107~130석), MBC(민주당 153~170석, 통합당 116~133석), SBS(민주당 154~177석, 통합당 107~131석)는 민주당·시민당 최소 153석에서 최대 178석을, 통합당·한국당 107석에서 133석을 예상하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시민당은 출구조사에 나온 최대 예상 의석수(178석)를 넘어서는 의회 지분(179석)을 확보했고, 통합당·한국당은 최소 예상(107석)을 밑도는 성적표를 거둔 셈이다. 지상파 3사의 각 당 예상 의석수 중간값을 대입하면 실제 결과와의 오차는 더 벌어진다. 빗나간 결과 예측은 지상파 3사와 별개로 예측조사 결과를 내놓은 JTBC(민주당·시민당 143~175석, 통합당·한국당 101~134석)도 다르지 않았다.

위안거리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여야가 치열하게 1당 싸움을 벌였던 19대(2012년)·20대(2016년) 총선과 달리 1당 예측(예상 의석수 중간값 기준)엔 성공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투표 당일까지 이어진 선거 표심의 여권 쏠림현상과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감안하면 크게 내세울 만한 성과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변수는 사전투표율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지상파 3사 조사엔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26.69%로 사상 최대였다. 전체 투표율이 66.2%(잠정)로 28년 만에 역대 최대치였지만, 투표 참가자의 40%가 출구조사에 잡히지 않는 사전투표에 나사면서 조사 정확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최대 사전투표율 반영 못해, 총선 조사어려움 한계도
높은 사전투표율이 출구조사 정확도에 영향을 줬다는 점은 개표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개표 중반까진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여권 지지층이 결집한 사전투표 개표가 시작되자 판세가 더 기울어지는 현상이 또렷했다. 지상파 3사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가 최근 선거의 사전투표자 정당 지지율 등을 반영해 출구조사를 보정했으나 정확히 예측하기엔 변수가 너무 컸던 셈이다.

총선 자체가 갖는 조사 한계도 크다. 대선과 지방선거는 선거구가 1개, 17개지만 총선은 지역구가 253개다. 표본 크기도 작다. 선거구 1곳당 출구조사 대상 수(표본)가 2000~3000명 수준에 그쳐 경합도가 높다. 득표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이거나 1% 안팎의 초경합·초접전 지역까지 1위를 정확히 가려내긴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란 특수한 선거 환경도 일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총선 출구조사는 많은 지역구와 높은 경합도 외에도 조사 거부자나 거짓 응답자에서 발생하는 특정 방향의 편향(systematic bias)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 총선에서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응답을 거부한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구조사 효용성에 대한 고민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KBS·MBC·SBS)는 이번 출구조사에 72억원의 사업비를 쏟아부었다. 1곳당 24억원에 달하는 돈을 들인 셈이다. 광고 수익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예외없이 겪고 있는 지상파 3사로선 투입 대비 효과를 따져야 할 상황이 됐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여론조사기관과 총선 결과 및 출구조사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평가를 내놓겠다"고 했다.

자료:한국방송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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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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