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진보 1번지' 창원성산, 단일화 실패가 당락 갈랐다

위성욱 2020. 4. 1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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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의원 지역구 수성 실패
미래통합당 강기윤 후보 당선
진보진영 단일화 실패가 패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강기윤 후보가 15일 오후 상남동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지지자에게 화환을 받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정치 1번지가 무너졌다. 고(故) 노회찬 의원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 성산 지역구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를 누르고 미래통합당 강기윤 후보가 당선됐다. 이곳은 진보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당락의 희비가 엇갈렸는데 이번에도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진보진영이 패했다.

16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통합당 강기윤 후보가 6만1782표(47.30%)를 얻어 4만5567표(34.89%)를 얻은 정의당 여영국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후보의 득표율(2만662표·15.82%)을 고려하면 단일화 실패가 가장 큰 패인 중의 하나로 분석된다.

여 후보는 지난해 보궐선거 때는 민주당과의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노회찬 의원 지역구를 수성했다. 당시 여 후보는 강 후보와 불과 504표(0.54%) 차이로 가까스로 이겼다. 민주당·정의당 등 진보진영 후보들은 이번 총선에도 단일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법 등 차이로 투표용지 인쇄 전 단일화가 무산되더니, 사전투표 전 단일화에도 실패해 결국 다자대결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왼쪽)와 심상정 대표. 변선구 기자

역대선거 결과도 비슷하다. 창원 성산구는 권영길과 노회찬 등 진보진영 후보 당선자를 많이 배출하면서 ‘진보정치 1번지’ ‘진보 정치의 심장’이라고 불렸다. 17대 총선 때 성산의 전신인 창원을 지역구에 당시 권영길 민노당 후보가 현역이던 이주영 후보를 꺾으며 당선됐다. 울산 북구와 함께 민노당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최초로 당선시킨 것이다.

이후 선거에서도 진보진영 단일화에 실패했던 19대 때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이겼던 것을 제외하곤 민노당과 정의당이 이겼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도 김경수 경남지사는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나 성산에서 7만6194표를 얻어 4만2016표에 그친 김태호 후보를 압도했고, 이는 곧 선거 승리로 연결됐다.

특히 창원 성산지역은 창원공단에 중화학·기계 업종이 몰려 있어 어느 지역보다 민주노총 영향력이 강하다. 따라서 이곳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범진보진영의 자존심과 이곳을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간절함이 선거 때마다 충돌하는 곳인데 이번에는 통합당이 다시 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강기윤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창원성산의 도약을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신 성산구민들의 위대한 승리다”며 “성산구민들의 지지와 성원, 자원봉사자와 선거운동원 등 캠프 식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값진 승리가 가능했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당 후보들이 공정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강기윤,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민중당 석영철 후보. 연합뉴스

이어 “창원성산의 미래를 위한 공약과 담대한 비전을 함께 구체화해서 실현할 것을 약속한다”며 “창원경제를 붕괴시키고 있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드시 폐기해 창원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 국가재난 시 정부가 긴급물품을 무상공급 하게 하는 국가재난특별법(마스크법) 제정과 마창대교·불모산터널·팔용터널 요금인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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