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체제로 가는 통합당..외부 영입 1순위로 안철수 거론

박해리 2020. 4. 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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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역구 84석, 최초 전국선거 4연패.

16일 참담한 4·15 총선 성적표를 건네받은 미래통합당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이대로 가다간 개헌저지선(101석)도 위험하다”고 선거 막판 절규했던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비례 19석까지 포함 103석을 확보해 겨우 커트라인을 넘겼다. 당내에서는 비대위 체제로 신속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걸 인정한다”며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정부 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주셨다”라고도 말했다.

당내에선 '자성'과 '내부 비판'이 공존했다. 특히 수도권의 처참한 성적표에 대해서는 '막말 리스크'를 사전에 쳐내지 못한 당 지도부를 향한 원망이 적지 않았다. 생환에 성공한 한 통합당 의원은 “차명진 후보 제명 문제를 지도부가 미적댄 탓에 수천표가 한꺼번에 날아갔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15일)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사퇴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직이 공석일 때 자동적으로 원내대표 대행체제가 되지만, 심재철 원내대표도 지역구에서 낙선하며 실질적인 구심력은 떨어진다. 최고위원으론 조경태(부산 사하을) 당선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했다. 조 당선인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를 뽑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고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당선인이 16일 오후 유세차를 타고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누가 하느냐다. 당 내부의 리더십이 붕괴한 만큼,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장 첫 번째로 거론되는 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며 당내 최다선(5선) 중 한명이 된 주호영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빨리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리 당의 개혁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주 말하는데 본인이 당에 와서 개혁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 대표 본인으로서도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명만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정치적 공간이 필요한 안 대표로서도 보수 쇄신이란 명분은 과히 나쁘지 않다. 다만 안 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당선인은 "통합당이 계속 묻지마 보수통합 프레임을 강조하는데, 주 의원의 좋은 뜻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합친다 해서 국민신뢰를 얻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종인 카드'도 여전히 살아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끝나면 깨끗하게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했다”고 말했지만, 영남지역 외에 참패한 통합당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김 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다만 “신선감이 떨어지고 호불호가 있다"는 당내 평가도 적지 않다.

오세훈(서울 광진을)·나경원(서울 동작을) 후보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대거 낙선했다는 건 통합당으로선 뼈아프다. 대신 컷오프됐다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 (산청-함양-거창-합천),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권성동(강릉) ) 당선인 등 이른바 '표태상동'은 생존했다. 중견 4인방인 이들이 통합당으로 합류해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홍준표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천신만고를 겪으며 승리했지만, 우리 당이 참패하는 바람에 마음이 무겁다”며 “대한민국 미래가 되도록 내일부터 충심을 다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당의 참패 속에서도 '친유승민계'는 선전했다. 새로운보수당 출신의 김웅(서울 송파갑), 유의동(평택을),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강대식 (대구 동을) 당선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향후 유 의원의 등판을 위한 판을 깔아줄 수도 있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보수의 책임과 품격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박해리·윤정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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