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료거부에 병상부족.. 코로나19에 의료붕괴 조짐↑

2020. 4. 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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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도 의문 갖는 검사 기준
검사 필요해도 거절당한 건수 290건에 달해
“보건소 기능부전 상태”

지난달 28일 일본 지바현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일본 육상자위대 소속 병사가 방역복을 입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PI연합뉴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일본 매체는 계속해서 의사들의 진료거부 등 실태를 보도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16일 후생노동성의 코로나19 ‘검사 기준’ 때문에 검사를 받지 못하는 사례를 잇달아 보도했다.

‘검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4일간 열 나도 검사 못 받아…의사 “기준 실정 모르겠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감기 증상이나 37.5℃ 이상의 발열이 4일간 계속되는 경우 혹은 강한 권태감과 숨을 쉬기 어려운 경우, 우선 귀국자·접촉자 상담 센터에 전화해 상담한다. 센터 측이 감염 의혹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전문 외래에 있는 ‘귀국자·접촉자 외래’에서 진단받는다. 이곳에서 의사가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설 때야 비로소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 기준에서 벗어나면 일본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지난 4월 초 오사카(大阪)부 오사카시에 거주하는 여성(45)은 고등학생 큰딸(16)이 2일간 열이 38℃까지 오르며 지속하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건소에 전화했다. 남편까지 발열이 시작됐다.

그러나 보건소는 “4일간 발열이 지속하지 않으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등학생인 큰딸은 계속된 고열 증상으로 물을 마시기 힘들 정도였으며, 4일 째에는 39.6℃까지 열이 치솟았다. 또다시 보건소에 전화했으나 2시간 만에 전화가 연결된 보건소는 이번엔 “1개월 이내에 해외 방문” “주변에 (코로나19) 양성인 사람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검사 대상 외”라는 말을 늘어놓았다.

이 여성은 딸이 “4일간 줄곧 치료를 기다렸다”고 호소했지만 “보건소 의사가 몇 가지 이유를 들며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딸은 결국 검사를 받지 못했다. 이후 다행히 열은 가라앉았지만, 감염 여부를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태다.

일본의사회 지역 의료기관 조사에 의하면 의사가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지만 거절당한 사례가 2월 26일~3월 16일 최소 290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도쿄 우에노 공원에 출입금지 경찰저지선이 쳐져있다. UPI연합뉴스


의사들조차 후생노동성의 기준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横浜)시의 한 병원 원장인 쇼지 아키라(庄司晃) 의사는 이달 초 20세 여성 환자를 맞이했다. 이 환자는 38℃ 이상 열이 4일간 계속되고 기침도 심했다. CT검사 검사 결과 폐렴 증상도 확인했다.

의사는 곧바로 코로나19 상담센터에 전화해 코로나19 검사 실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약 1시간 끝에 걸려온 전화에서 담당자는 “‘즉각귀국자·접촉자 외래’에서 진찰받을 만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검사를 거절했다.

효고(兵庫)현 고베(神戸)시의 한 종합병원 원장은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검사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으나, 현장의 실태를 모르는 거 같다면서 “의료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도 검사 실정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귀국해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장소에 있었던 환자 등이 내원했을 때 보건소에 연락해 검사를 의뢰했었다”면서도 보건소 측은 “근처 병원을 몇 곳을 소개해 주고는 연락을 해보라고 지시만 했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연락을 하면 발열 환자는 받지 않는 병원도 있었다.

이 원장은 “보건소나 센터가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본 시부야 역에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개표구를 지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집중치료실(ICU) 부족에, 코로나19 의심환자는 이송처도 못 찾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을 가고 싶어도 병원에서 이송처를 찾지 못해 헤맸던 사례도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달 초 도쿄도 주오(央区)구 한 병원에 폐렴인 남성이 내원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병원에서는 이송처를 방방곡곡 찾아봤지만, 20개가 넘는 병원에서 거절당했다. 결국 5시간 후 새벽에 겨우 이송처가 결정됐다. 매체는 “보건소가 감염자 이송처를 조정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파탄했다”고 비판했다.

겨우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된다 해도 들어갈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할 중환자실이 부족한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집중치료실(ICU)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일본 정부의 집계를 분석해, 이미 전체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지방자치단체) 가운데 43개 지역의 중증 환자 수가 ICU 병상 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 해외보다 인구당 ICU 병상 수가 적으며 사람도 부족하다”며 “설비 집약, 광역 협력 등 대책이 급선무다”라고 우려했다.

일본 전국 ICU 병상 수는 총 5707개지만 만일 전국에서 동시에 코로나19가 유행해 절정에 달할 경우 예상 중증 환자 수는 총 7555명이 된다. 도쿄(東京), 오카야마(岡山), 후쿠오카(福岡), 오키나와(沖縄)는 ICU 병상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긴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다른 병으로 ICU가 점령당한 상태라면 코로나19용 ICU는 줄어든다.

일본은 인구 10만 명 당 ICU 5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약 35개, 30개로 이와 비교했을 때 차이는 크다. 많은 사망자가 나온 프랑스는 약 12개, 스페인 약 10개에 비해서도 한참 적다.

일본집중치료의학회 니시다 오사무(西田修) 이사장은 “3월 말 기준 사망률 1.1%인 독일과 11.7%인 이탈리아의 차이는 ICU 체재의 차이다”라며 “일본 집중치료 체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는 매우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NHK가 16일 각 지방자치단체와 후생 노동성의 발표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일본 코로나19 감염자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크루즈선 탑승객 712명을 포함해 9434명으로 증가했다. 전날 기준 중증환자는 173명이며 누적 사망자는 191명이다.

한명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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