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석 족집게 예측..민주당 숨은손 이근형·양정철 '콤비'

하준호 입력 2020. 4. 17. 02:00 수정 2020. 4. 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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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역적 이기면 공신.”

4·15 총선의 결과가 확인되기 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을 두고 많이 나오던 말이다. 그럴만큼 인재 영입부터 전략 수립과 집행 전 과정에서 두 사람의 역할은 컸다. 두 사람은 이른바 ‘5인 TF(두 사람과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최재성 전략기획자문위원장)’를 통해 민주당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만들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왼쪽)과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전략의 바탕의 됐던 ‘시스템 공천’과 정확한 판세분석은 여론조사 및 정치컨설팅 회사 대표 출신인 이 위원장의 공으로 평가된다. 논란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의석수 확대에 기여한 비례위성정당 추진 속도전, 영입인재들의 지역구 선정 등은 이 위원장이 설계·관리한 누적 여론조사를 토대로 나온 결정이었다.

이 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에 ‘대외비’였던 당 전략기획위원회의 권역별 판세를 공개했다. 누적 여론조사를 토대로 투표 직전 이뤄진 분석의 결과였다. 총 예측 의석수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거둔 의석수(163석)와 정확히 같았다. 권역별로 살펴봐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101석(선거 결과 103석), 대전·충청 20석(20석), 광주·전라 27석(27석), 부산·울산·경남 8석(7석), 대구·경북 0석(0석), 강원·제주 7석(6석)으로 동일하거나 차이가 근소했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이던 2004년에도 17대 총선으로 열린우리당이 차지할 의석수(152석)를 정확히 예측해 주목 받은 적이 있다. 이 위원장과 양 원장의 민주당 의석수 예측 내기에서도 승자는 이 위원장이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오른쪽)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경합지역구에 수혈된 ‘새 피’들은 하나 같이 당 안팎에서 ‘약체’라고 평가되거나 논란이 붙는 인물들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울 중-성동을(박성준), 동작을(이수진), 안산단원을(김남국), 고양정(이용우), 남양주병(김용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위원장은 “전략공천에 앞서 다양한 후보군을 두고 적합도 조사 반복해 가장 결과가 좋은 후보를 선정했다”며 “사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치를 근거로 해 낙천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본선까지 ‘원팀(one team)’ 기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양 원장이 이끈 민주연구원은 지역구마다 성별·연령별 유동인구 동선 빅데이터를 시간대에 따라 분석해 선거운동의 효율화를 꾀했다. 실제 선거운동을 언제 어디에서 할지를 근거와 함께 각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초선에 성공한 한 당선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선거운동 횟수와 방식에 제한이 따르는 상황이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어려운 지역들에 맞춤형 후보를 내고 과학적 선거운동을 유도한 것이 적잖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양정철(왼쪽)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1호선 오류동역 앞에서 열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구로갑 후보의 현장유세를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양 원장과 이 위원장은 이날 약속한 듯 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원장은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전달한 입장문에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다” 며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적었다. 이 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홀가분하게 떠난다. 더 좋은 분들이 뒷자리를 채워 주실 것”이라고 썼다. 두 사람 모두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둘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두 사람의 진로를 놓고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설(說)이 무성하다. “양 원장이 향후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게 될 것”(재선의원)이라는 말도 그런 설 중 하나다. 이 위원장은 선거 전 사석에서 “본업인 정치컨설팅이 비선에서 정보와 전략을 전달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정치권의 당당한 플레이어로 자리잡는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곧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정치 일정상 정부나 정치권에서 다른 역할을 요청받을 수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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