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무력화도 가능..독주체제 굳힌 '공룡 여당'

박세준 2020. 4. 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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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주요 상임위장 독식 / 더시민 "보안법 철폐 상상도" / 지방정부도 구조상 반기 불가 / 정책과정서 오판 시정 힘들어 /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 野 협조없이 단독 처리할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을 통해 막강한 ‘공룡 여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향후 정국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여권이 이미 2017년 대선과 이듬해 지방선거를 승리해 중앙·지방정부를 석권한 상황에서 의회권력까지 확보하게 된 만큼 독주체제를 견제할 세력과 수단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 코로나·개혁 드라이브 기반 확보

민주당이 비례정당(더불어시민당)과 합산한 의석은 21대 국회에서 전체 의석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이다.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을 가져오는 건 물론 국회를 단독 소집하고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일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의석수인 것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1당 신분은 유지했지만 군소정당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 반복됐다. 지난해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핵심 국정과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친여 정당이 참여한 ‘4+1 협의체’ 공조가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21대에선 군소정당 도움 없이도 민주당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갖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당초 이번 총선이 집권 4년차를 맞은 현 정부의 중간평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던 만큼 민주당은 기존 국정 운영 방식에 국민이 재신임 사인을 보내준 것으로 해석한다. 당장 총선 과정에서부터 민주당이 주장해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속 대책부터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대표되는 여권의 경제정책 기조와 대북 포용정책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개혁 후속조치를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의 고삐를 다시 쥘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더시민 우희종 공동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 (총선)지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 과제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의 국정과제 수행은 물론 현 정권 초기의 개헌 논의도 상기시켜 준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상상의 날개가 돋는다. 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각종 입법 드라이브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당분간 견제수단 없어 독주 우려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자칫 독단적으로 정국운영을 이끌어갈 경우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정권을 민주당이 독점한 상황에서 입법권까지 가져가면 향후 정책결정 과정에서 오판이 발생하더라도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4곳을 차지한 것은 물론 영남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의회까지 석권했다. 특히 서울시의회 의원은 100명 중 97명, 경기도의회는 129명 중 128명의 당선인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중앙정부의 정책결정에 지방정부가 반기를 들 수 없는 구조라고 해도 무방하다. 게다가 입법권을 확보한 민주당은 앞으로 인사에서도 상당 부분 제약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과반 의석의 힘으로 대법관, 헌법재판관의 국회 추천 몫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 굳이 야당의 협조를 요청할 필요 없이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다. 과거 사례처럼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과정에서 낙마하는 시나리오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대 국회에서는 야당이 필리버스터와 같은 합법적 의사방해로 여당을 저지할 수단조차 사라졌다”며 “과거처럼 몸싸움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야당이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는 핑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스스로 비판을 수용하고 시정하려는 자정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정운영 결과에 따른 그 책임도 고스란히 혼자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찬 "겸손한 자세로 민심 살펴야"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선거 결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국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겸손한 자세를 주문하며 몸을 낮추는 등 표정관리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 겸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회다운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를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마음에 새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더 정신을 바짝 차릴 때”라며 “국정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더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의 지엄한 명령대로 코로나19와 경제 후퇴라는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며 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 실망을 기억하며 늘 겸손한 자세로 신뢰의 정치, 유능한 정치로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압승에 도취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미래준비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누구의 탓이 될 수 없다. 즉 온전히 우리의 책임이다’라는 자세로 엄중히 일하자는 공감대가 (참석자 간) 있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당 지도부는 그러면서도 비례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의석까지 합쳐 180석을 확보한 것에 대한 기쁨을 숨기진 못했다. 이 대표는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평가했고,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꿈의 숫자라고 제가 이야기했는데 그 꿈이 이뤄진 건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임기가 오는 8월 24일 종료됨에 따라 21대 국회 개원 후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8월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뉴스1
거대여당을 이끌 새 당대표 후보로는 총선을 진두지휘한 이낙연 위원장이 우선 거론된다. 이 위원장이 대선 전 당 재정비와 세력화를 목표로 전대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2022년 대통령 선거 출마가 유력시되는 이 위원장이 대표를 맡으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야 하는 점이 걸림돌이다.

5선 고지에 오른 송영길 의원과 당의 강원도 의석을 3석까지 늘리는 데 일조한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있다. ‘86그룹’에선 우상호·홍영표·우원식 의원과 이인영 원내대표도 당권주자군으로 꼽힌다.

다음 달 8일이면 임기가 끝나는 이 원내대표 후임으론 86그룹 내 4선의 김태년·윤호중 의원과 3선의 전해철 의원 등 친문 핵심 인사들과 5선에 성공한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이 거론된다.

박세준·이귀전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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