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제대로 먹혔다..유니클로·데상트·무인양품까지 '도미노 타격'

배지윤 기자 2020. 4. 1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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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상트 영업익 78% 급감..유니클로·무인양품 '적자전환'
일부 업체는 배당 없애고 기부금 늘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유니클로와 데상트, 무인양품 등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 'NO 재팬(일본 제품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재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은 적자로 전환하거나 영업이익이 최대 78%까지 급감했다. 다만 일부 업체들은 실적 타격에도 기부금을 늘리며 국내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이번엔 달랐다"…불매운동 장기화에 日 기업 실적 직격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679억원) 대비 78% 급감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대비 15% 감소한 6156억원을 기록했다.

데상트는 패딩·운동복 등이 인기를 끌며 지난 2013년 이후 연간 600억~800억원대의 견고한 영업익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 강남대로변에 데상트 매장을 확장 이전하며 승부수도 던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생활용품 브랜드로 꼽히는 무인양품은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7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국내 생활용품 브랜드인 자주 등이 대체재로 거론되면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 밖에 대부분의 일본 브랜드도 줄줄이 실적이 나빠졌다. 손세정제인 '아이깨끗해'를 생산하고 있는 라이온코리아의 영업이익 역시 전년대비 41% 감소한 61억원을 기록했다. 라이온코리아는 일본 기업인 라이온코퍼레이션이 지분 100% 보유한 회사다.

골프용품으로 잘 알려진 한국미즈노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3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만 아식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오니츠카타이거'로 인기를 끌던 아식스코리아의 경우 매출은 6% 감소한 127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앞서 롯데쇼핑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도 9749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매출이 1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4년(1조356억원) 이후 처음이다. 영업손실은 1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국내에서 유니클로·GU 브랜드를 판매하는 회사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하락하자 업계에서는 불매운동이 제대로 먹혔다는 반응이다. 국내 패션업체 관계자는 "한일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불매운동을 벌여야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며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지난해 촉발된 불매운동 장기화로 결국 일본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강남역 데상트 블랭크 매장.© 뉴스1 배지윤 기자

◇실적 악화에도…일부 업체 '기부금' 늘렸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이 실적은 나빠졌지만 일부 업체들은 배당은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기부금'을 늘렸다.

먼저 무인양품은 지난해 적자로 전화했음에도 1억6000원의 기부금을 쾌척했다. 전년(1195만원) 대비 기부금을 10배 가까이 늘린 셈이다. 기업 환경 악화로 배당금은 '0원'을 책정했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18억원을 본사에 배당한 바 있다.

한국미즈노도 지난 2018년보다 33%(1245만원) 늘어난 1660만원을 기부했다. 같은 기간 데상트코리아는 실적 악화로 약 25% 감소한 12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일본에 250억원을 배당했지만 지난해에는 한푼도 보내지 않았다.

이 밖에 라이온코리아도 지난해 2억원의 기부금을 냈다. 지난 2018년 1억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00만원 가량 늘린 것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아이깨끗해 등 위생용품을 기부하며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18년 하반기 회계(2018년 9월~2019년 8월) 기준 6억4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5%(9억9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성금·의류 등을 전달하며 기부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흑자전환한 아식스코리아는 지난 2018년 1500만원 수준이던 기부금을 지난해 12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동안 일본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은 일본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실적 감소에도 기부금이 늘린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사회공헌 활동 중 일부인 기부금을 많이 냈다 하더라도 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 볼 수는 없다"면서도 "기부금을 줄이면 또다시 소비자들의 눈총을 살 수 있어 사회공헌 명목으로 기부금을 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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